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Blockers(블로커스, 2018) - 섹스하려는 아이들, 말리려는 부모들

by Jaime Chung 2018. 7. 23.
반응형

[영화 감상/영화 추천] Blockers(블로커스, 2018)

 

'Blockers'라는 제목 위에 그려진 수탉 그림 보소 ㅋㅋㅋㅋ

(수탉은 영어로 cock이고, cockblock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남이 섹스하지 못하도록 막는 행위'를 가리키는 속어이다)

 

사이 좋은 세 여자애들. 왼쪽부터 샘, 가운데 빨간 드레스가 줄리, 오른쪽이 케일라

 

위 세 여자애들의 부모. 왼쪽부터 샘의 아버지 헌터, 가운데 줄리의 어머니 리사, 오른쪽이 케일라의 아버지 미첼

 

감독: 케이 캐넌(Kay Cannon)

 

리사(Lisa, 레슬리 만 분), 미첼(Mitchell, 존 시나 분), 헌터(Hunter, 이크 바린홀츠 분)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으로, 각자의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에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기로 한다.

십여 년이 흐르고, 그들의 딸은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이 되어, 오늘 밤 열릴 프롬(prom, 미국 고등학교의 무도회) 파티를 기다리고 있다.

리사는 딸 줄리(Julie, 캐서린 뉴튼 분)가 이 프롬만 끝나면 곧 대학 진학을 위해 멀리 떠나 버릴 것이 무척 섭섭하고 슬프지만 '쿨한 엄마' 이미지가 깨질까 봐 그 감정을 꾹꾹 눌러담는다.

미첼은 빨래통에서 발견한,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 케일라(Kayla, 제랄딘 비스와나탄 분)의 섹시한 팬티를 보고 자신의 딸을 '그런' 성적인 것과 연결 짓기를 거부한다.

어쨌거나 다들 나름대로의 이유로 긴장한 프롬 날, 딸들이 프롬으로 출발하기 전 리사/줄리의 집의 모여 있는데 뒤늦게 헌터가 딸 샘(Sam, 기드온 애들런 분)을 찾아온다.

사실 그는 샘의 엄마와 이혼하고 따로 살고 있었던 것. 샘은 헌터를 반기는 눈치가 아니지만 어쨌거나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려 한다.

마침내 세 딸들이 프롬으로 출발하고 난 후, 리사와 미첼은 리사의 폰과 연동된 컴퓨터에서 리사가 친구들과 주고받은 문자를 우연히  보게 된다.

이모지(emoji, 이모티콘)가 가득한 문자를 겨우겨우 '해독'한 끝에 밝혀낸 사실은 그들이 오늘 밤 섹스를 하려고 한다는 것!

즉, 세 여자애들이 같은 날 밤 각자 (다른 파트너와) 섹스를 하기로 '섹스 협정(sex pact)'을 맺은 것이다. 이를 알게 된 리사와 미첼은 자기 딸들을 뜯어말리려 한다.

하지만 의외로 '쿨한' 헌터는 자기 딸이 오늘 밤 좋은 시간을 보내는 걸 막으려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며 역으로 리사와 미첼을 저지하려 한다.

꼭 오늘 밤 섹스하려는 아이들, 이를 막으려는 부모(정확히는 막으려는 부모 둘, 그리고 그 부모를 방해하려는 아빠 하나). 이날 밤은 도대체 어떻게 끝이 날까?

 

이 영화는 일단 설정부터가 코믹하다. 처음 예고편을 TV에서 봤을 때부터 보러 가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시간이 안 되어서 결국 얼마 전에 구글 플레이로 대여해서 봤다.

이런 코미디 영화에 제격인 레슬리 만과 최근 영화에 도전한 레슬러 존 시나, 그리고 이 둘에 비해 다소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The Mindy Project(더 민디 프로젝트)>를 보신 분들은 '모건(Morgan)' 역으로 친숙할 이크 바린홀츠까지 잘 모였다.

그리고 썩 재미있다. 예고편에도 나오는 장면이지만, 미첼이 케일라의 진동 칫솔(아래 손잡이 부분)을 보고 '성인의 장난감'일 것이라 오해해서 기겁하는 장면이라든지, 아이들이 주고받는 '가지(eggplant)' 이모지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라서 리사와 미첼이 헤매는데 헌터가 자기는 이걸 해독할 수 있다며 "나 <인페르노>(댄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 미스터리 영화를 가리키는 게 맞다) 봤거든. 너희들 봤어?" 하고 자꾸 반복하는 장면 같은 것.

 

참고로 '가지' 이모지는 영미 문화권에서 남성의 성기를 의미한다. 모양이 비슷하다나 뭐라나

 

이 영화는 이들이 막으려고 하는 딸들의 '사정' 또한 공평하게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줄리는 오래 사귄 남자 친구가 있어서 그와 로맨틱하고 특별한 첫 경험을 하기를 꿈꾼다. 이미 분위기를 살릴 향초와 장미 꽃잎도 준비해 놓은 상태이다.

케일라는 운동선수라 그런지 성격도 시원시원해서 줄리가 오늘 밤 섹스할 거라니까 "그럼 나도 오늘 해치워 버리지 뭐." 하고 그냥 그 즉석에서 결정한다. 대학에 가기 전에 그냥 끝내 버리고 싶다며.

샘은 '연막탄'인 남자 친구 채드(Chad, 지미 벨린저 분)가 있긴 하지만, 사실 같은 학교 동양계 여자애 안젤리카(라모나 영 분)에게 끌리고 있다.

그리고 자기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이 우정이 끝나 버릴까 두려운 마음에, '친구들을 단단하게 이어 주는 것은 공유된 경험(shared experience)'이라는 말을 듣고 그럼 자기도 오늘 밤 섹스를 시도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단순히 셋 다 정욕에 불타 아무 생각 없이 섹스를 하려는 게 아니고,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그걸 영화가 설명해 준다는 점이 좋았다.

 

애초에 이 영화의 핵심은 '부모가 자녀의 섹스를 막으려고 한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 이 '자녀'가 딸, 즉 여자애가 아니었다면 통하지 않았을 설정이다.

남자애들이 첫 경험을 하는 게 뭐가 대수라고? 하지만 여자애들은 다르지, 그것이 보통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고 '이중 잣대(double standard)'인 것은 분명하다.

남자의 성은 축복받을 것이지만 여자의 성은 아니란 말인가? 여성은 섹스를 하면, 또는 섹스를 즐기면 안 되는가?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작가들도 그것은 인지하고 있어서, 미첼의 아내 마시(Marcie, 사라유 블루 분)의 입을 통해 말하자면 이 영화의 가장 취약한 이 논리를 직접 공격하게 한다.

"(미첼에게) 당신은 당신 딸이 스스로를 위한 결정을 내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정확히 이런 대사는 아니지만 이런 내용의 대사를 하게 시킨 것이다.

그렇지만 그 말에 리사와 미첼이 반성을 하면 (당연히)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되므로, 그 이야기를 듣는 척하며 리사와 미첼은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을 강구한다(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지만, 이 논의는 이 영화의 결말에서 적절히 표현된다).

 

자기 딸들이 잘못된 길로 나아갈까 봐 돕고 싶은 리사와 미첼의 마음은 알겠지만, 사실 제일 쿨한 건 헌터가 아닐까 한다.

헌터는 '부모와 자녀 간의 유대감이 아주 강하면 텔레파시가 통하기도 한다'는 리사의 말에 "그럼 안 되는데. 우리 딸이 요즘 아시아인 나오는 포르노를 많이 보는 거 같아서 말이야." 하는 헌터의 장난스러운 말은 결국 옳았던 것으로 판명된다.

샘이 안젤리카에게 끌림을 느끼고 "(자기가 게이인게 맞는지, 자기 정체성에 대해) 안 혼란스러우려면 어떡해야 하느냐"고 그녀에게 물어보기까지 하니까.

리사와 미첼에게 "사실 샘은 게이다" 하고 사실을 털어놓고 그들이 놀라며 어떻게 알았는지 묻자 헌터의 대답은 "그냥 알아. 부모라면 그냥 아는 게 있단 말이지." 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

샘의 엄마와 이혼해 샘이나 전 부인, 또는 전 부인의 새 남편과는 가깝지 않지만 그래도 딸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그 누구 못지않다.

리사와 미첼이 각자 자신의 딸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받아들이며 영화가 이 기나긴 프롬 날 밤을 끝맺을 때쯤, 헌터가 샘과 어떻게 화해하는지는 진짜 다들 보셔야 한다. 별거 아닌데 감동ㅠㅠㅠㅠ

 

코믹한 영화, 즐겁게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가 딱이다. 조금의 감동은 덤이다.

직접적인 섹스 장면은 안 나오고 약간 야한 장면은 나오니 참고하시길. 아, 존 시나가 '눈물의 똥꼬 쇼'를 벌인다. 무슨 말이냐고? 나도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cockblock'이라는 단어는 딱 한 번, 리사의 대사에서 나온다. 아마 너무 직접적이라서 그런 듯. 나머지는 "애들이 섹스하는 걸 막아야겠어" 정도로 표현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