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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추천] The Dressmaker(드레스메이커, 2015) - 화려한 패션과 그보다 더욱 눈부신 복수


감독: 조슬린 무어하우스(Jocelyn Moorhouse)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작가 로잘리 햄(Rosalie Ham)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의 덩가타(Dungatar)라는 작은 마을에 어느 날 세련된 옷차림의 한 여인이 나타난다.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던 동네 소년을 죽인 '살인자'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향을 떠나야 했던 틸리 더니지(Tilly Dunnage, 케이트 윈슬렛 분).

그녀는 언덕 위의 작은 집에 홀로 사는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지만, 어째 어머니조차 그녀를 반기지 않는 눈치이다.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는 것은 남들 몰래 여자 옷을 입어 보고는 하는 패럿 경사(Sergeant Farrat, 휴고 위빙 분)와 훈훈한 동네 청년 테디 맥스위니(Teddy McSwiney, 리암 헴스워스 분)뿐.

이외에 다른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업신여기고 싫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틸리는 최신 파리 패션의 대담한 드레스를 입고 이웃 마을과의 축구 경기에 등장한다.

남자들은 그녀의 몸매에 침을 흘리고, 여자들은 그녀의 옷을 보고 질투하며 수군거리기 바쁘다.

그녀의 옷을 보고 감탄한 여인 중에는 '못난이' 거트루드(Gertrude, 사라 스누크 분)가 있었는데, 그녀는 틸리에게 자신이 짝사랑하는 동네 청년 에드워드의 마음을 사로잡아 줄 멋진 옷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틸리는 파리와 밀라노에서 양재와 재봉을 배운 '드레스메이커'로써의 실력을 발휘해 그녀에게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 준다.

이에 질투한 여인들은 앞다투어 그녀에게 달려가 누구보다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데...

 

이러고 축구 경기 중에 나타나면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축구하다 멈춤(맨 가운데가 리암 헴스워스).

그 와중에 립스틱을 덧바른다(케이트 윈슬렛 존예...)

애틋한 두 사람 사이...

테디와 틸리의 연애를 틸리의 엄마 몰리가 강력하게 응원하는데, 이 몰리가 은근히 개그 캐릭터이다.

극 중 틸리가 사용하는 재봉틀은 싱어(Singer) 201K2인데, 당시 여성 노동자 임금 6개월 치에 해당하는 가격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말 튼튼하고 뛰어난 재봉틀이라 아직까지도 최고 재봉틀 중에 하나로 손꼽힌다고.

 

틸리의 무죄도 믿지 않고 그녀를 싫어하며 오직 그녀의 옷 만드는 실력만 이용하려 드는 동네 여인들.

그들은 그저 '저 여자보다 더 예쁘게, 화려하게, 그 누구보다도 눈에 띄게' 자신의 옷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한다.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여인들의 욕망은 정말 끝이 없는 듯하다.

이 동네 사람들은 어찌나 이기적인지, 틸리의 억울함을 풀어 줄 증언을 할 수 있는 사람조차 입을 열려 하지 않는다.

만약 틸리가 패럿 경사님과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더욱 억울한 처지에 놓였을 것이다.

 

나는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경우, 웬만해서는 원작 소설의 손을 들어 주는 편이지만 이 경우는 예외이다.

이번에는 영화라는 시각적 매체의 대승이다. 영화와 소설의 매체적 차이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틸리가 입은 옷과 틸리가 만든 옷이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답고 세련되었는지 굳이 말해 줄 필요가 없다. 그냥 보이니까.

그렇지만 이게 소설에서는 이렇게 묘사된다.

 

지금 세 사람이 보고 있는 웨딩드레스는 스트랩리스 스타일에 새틴 장식띠가 허리를 잘록하게 조여 주면서 너무 요란하지 않은 비즈 장식 망사 오버스커트를 덧대 액세서리를 매치하기도 좋았다. 보디스 윗부분의 나비 리본 장식도 드러난 가슴골을 가리기에 제격이었다.

또는,

최근 들어 여자들은 상아나 디아망테 단추가 달린 수입 브로케이드로 평상복을 만들어 입고, 영화배우처럼 파스텔 톤 실크 시폰 블라우스나 테이퍼드 스타일의 벨벳 바지에 커머밴드를 두르거나 하이네크라인 스웨터를 받쳐 입고는 과시하듯 괜히 집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이런 식이다. 패션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 문장들을 읽자마자 '아, 어떤 옷이구나' 하고 즉각적으로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영화 버전이 훨씬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패션이라는 소재를 풀어내기에는 '볼' 수 있는 영화가 '읽는' 책보다는 더욱 뛰어나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가 아닐까.

게다가 틸리가 가진 어릴 적 트라우마를 관객/독자들에게 보여 주는 방식도 영화에서 사용한 방식이 훨씬 더 긴장감 있고 설득력이 있다. 이건 각본가의 능력인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제일 아름답고 탄성이 절로 나왔던 장면을 하나 꼽자면, 틸리의 라이벌 격인 새로운 재봉사 우나 플레젠스(Una Pleasance, 사샤 홀러 분)가 이 마을에 막 도착했을 때 마주친 동네 여인들이 하나같이 세련된 자기 옷을 뽐내고자 모델 뺨치는 포즈를 취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물론 영화 맨 마지막 최후의 복수 장면도 끝내준다!)

바로 이 장면! 맨 왼쪽 '못난이' 거트루드 역의 사라 스누크가 걸친 흰 숄이 마치 백조의 날개 같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잠시 번역본 이야기를 하자면, 이름 표기가 어색한 곳이 두어 곳 있어서 짚어 두고자 한다.

맥스위니의 어머니 메이는 소설 번역본에는 '매'라고 되어 있는데(맹금류도 아니고!) Mae라는 이름은 '메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맞는다.

'이르마'는 어마 또는 얼마 알마낙(Irma Almanac)을 가리키는 것이고, 베울라 해리딘(Beulah Harridiene)은 '뷸라'를 잘못 읽은 것이다.

패션 전문 용어에 주석을 달아 주는 센스는 참 좋았으나, 이름을 잘못 표기한 점이 다소 아쉽다.


참고로 '덩가타'라는 소설의 배경은 작가가 만들어 낸 가상의 마을이다. 이런 이름의 마을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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