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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로버트 H. 프랭크,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by Jaime Chung 2018.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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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로버트 H. 프랭크,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저자 로버트 H. 프랭크는 코넬대 경영대학원 헨리에타 존슨 루이스 경제학 석좌 교수이다.

이 책에서 그는 '행운이란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이 질문은, 각 개인이 가지는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 준다.

보수주의자라면 성공이란 100% 개인의 노력이라고 주장할 것이고, 진보주의자는 (개인의 노력을 폄하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인생에서 행운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책 제목에서 이미 짐작했겠지만, 저자는 후자에 속한다. 

나도 인생은 '운칠기삼'이라고 믿는 사람이기에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몹시 끌렸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되었다.


저자는 책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 포르셰 911 터보(구매가 15만 달러)를 타고 매끄럽고 잘 정비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구매가 33만 3천 달러)를 타고 깊게 팬 구멍으로 가득 찬 도로를 달리는 것 중 어떤 경험이 더 나을까?

당연히 전자일 것이다. 차가 아무리 비싸고 좋아도 그 차를 타고 달릴 기반 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포르셰보다 페라리가 비싸기는 하지만 페라리가 월등히 더 뛰어난 차라고 보기는 어렵다. 15만달러짜리 포르셰도 탁월한 성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소들을 대부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차(포르셰, 페라리)는 개인이고, 차의 성능은 개인의 노력 및 실력, 재능을 의미한다.

도로는 그런 개인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의미한다. 사회나 개인적 운 등,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모든 것들이 이에 속한다.


생각해 보라. 개인이 재능이 있더라도 사회 또는 시대가 적절하지 않아 성공하지 못한 경우를 우리는 이미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저자는 자신의 네팔인 친구를 예로 든다. 그는 저자가 만난 사람 중 제일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지만 네팔인이라는 그의 국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크게 성공해서 <포춘>이 선정한 세계 100대 기업의 CEO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미 개발이 많이 진행된 국가에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스펙'이고 '운'이라는 건 우리 모두 인정하는 현실이다(이 외에도 '개발이 많이 진행된 국가에서 태어났다'를 '남자로 태어났다' 또는 '백인으로 태어났다' 등으로 치환해 보라).

이럴진대, 도대체 노력이 정말 어느 만큼 개인의 '성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인가?

행운이 성과에 아주 작은 영향만을 미치는데도 운이 좋지 않고서는 경쟁자가 많은 상황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요인과 관련 있다. 첫째, 행운은 필연적으로 임의성을 띠기 때문에 가장 능력 있는 경쟁자라고 해서 남보다 운까지 좋을 수는 없다. 둘째, 경쟁자 수가 많으면 재능 수준이 최고에 가까운 사람 또한 많이 마련이고, 그들 가운데 적어도 누군가는 운마저 굉장히 좋을 수 있다. 따라서 경쟁자 집단의 규모가 매우 크다면 가장 유능한 경쟁자마큼 능력이 뛰어나지만 운이 훨씬 더 좋은 사람도 거의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전체 성과에서 행운이 매우 작은 부분만 좌우한다고 해도, 경쟁자가 많은 상황이라면, 가장 유능한 사람이 승리하는 경우는 드물고,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 승리하는 게 보통이다.


본문 표현을 빌리자면, "재능과 노력 없이 성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우리 주변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하는데도 그에 상응하는 물질적 성공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요즘 청년 세대에게 '노력을 하지 않아서 취업을 못한다 ' 또는 '눈이 높아서 편한 일만 하려고 한다' 따위의 비난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본인의 재능과 실력만으로 성공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래야 자신이 성취한 부의 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으니까(꼭 부를 많이 성취한 사람들만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만).

하지만 빌 게이츠는 1960년대 말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단말기를 8학년 학생들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미국에서 몇 안 되는 사립학교 가운데 하나를 다니는 행운을 누렸다.

빌 게이츠에게 재능과 실력이 없다고, 그가 노력하지 않았다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으랴? 하지만 저 유명한 인터넷 경구처럼, "성공한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후에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

본문의 한 문단을 그대로 옮겨 보겠다.

게이츠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오랜 시간 프로그래밍에 몰두할 수 있는 최초의 미국인 가운데 한 명이 될 시기와 환경에서 태어났다. 한번은 당시에 비슷한 환경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십대들이 얼마나 있었는지 누군가가 물었을 때, 게이츠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구촌을 통틀어 50명이라도 됐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정말 그랬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놀라운 일이겠지요. 저는 그 시절 다른 누구보다 어려서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누렸는데, 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운이 좋은 일련의 사건들 덕분이었습니다."

본인도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인정하니까 이제 '노오력'으로 성공한 사례의 예로 빌 게이츠를 드는 것은 그만둬 주면 좋겠다.

책에서도 잠시 다루지만, 자신이 이룬 성과가 순전히 자기의 노력과 실력, 재능만으로 되지 않았다고 인정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이고(물론 극단적으로 '전부 운일 뿐이야' 하고 자기를 깎아내리는 것도 좋지 않겠지만) 다른 이들에게 호감을 주는 언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경제학 교수이기에 '행운'이라는 논의를 다소 경제적인 면에서("누진소비세") 접근한다.

앞으로 내가 펼칠 주장은 이렇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에 있어서 행운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모든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여러 공공 투자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거슬리지 않는 공공 정책을 펼치면 이 공공 투자의 부족분을 메우고도 남을 충분한 자원을 창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부분'이란 사회학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삶의 어느 면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그냥 우연히 성인병 병력이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의식적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운명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그냥 타고나기를 성 소수자일 수 있다. 그건 개인이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을 사회 구성원 전체가 인식하고 그 '행운'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불공평함 또는 비형평성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국민 의료 보험 제도 강화 또는 건강에 관한 교육 활성화 및 소수자에 대한 배려 함양(그리고 필요하다면 법률 제정까지)처럼 말이다.


저자나 나나 독자들이 '어차피 다 운에 달린 거야' 하며 비관적인 태도를 취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내가 이 책을 골라 리뷰를 쓰는 이유는 그게 아니다.

나는 요즘 청년들이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 해도 너무 자신을 비난하고 책망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내가 남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 청년이 처해 있는 상황을 잘 알기에 그들을 위로하고 싶다.

취업이든 무엇이든,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너무 우울해하고 자책하지 말기를. 

이 책을 읽으면 삶과 성공이 행운에 얼마나 크게 달려 있는지를 알고 되고 조금 더 이성적으로 이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이 외에 기타 사회학 서적도 물론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은 내가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든 부분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뉴욕타임스>의 중도우파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2012년 대선 기간에, 오하이오 주에 거주하는 어느 사업가의 질문에 칼럼으로 대답했다.

그의 질문인즉, '제가 이룬 성공 가운데 제 힘으로 이룬 것은 얼마만큼이고, 남의 힘으로 이룬 것은 얼마만큼일까요?'

브룩스가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의 어느 혼란스러운 독자에게 보낸 구체적인 조언은 다음과 같다.

선생님은 앞으로 이루어나갈 모든 성취의 유일한 주인공이자 과거에 이룬 모든 성공에 감사해야 하는 수혜자라고 스스로를 그렇게 여겨야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얼마나 많은 성취를 오롯이 선생님의 힘만으로 이루어냈는지 생각해 보는 단계를 거치기 마련입니다. 선생님은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인생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을 만한 것보다 대체로 더 좋은 것을 받았다는 인정과 함께 삶을 매듭지어야 합니다……. 야심 찬 기업가로서 자신이 이룬 모든 것에 대해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한 인간으로서 그것이 말도 안 된다고 깨닫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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