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마리안 파워, <딱 1년만, 나만 생각할게요>
프리랜서 작가인 저자가 1년 동안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자기 계발을 시도한 경험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쓴 책이다.
자기 계발서를 단순히 읽는 데서 그친 게 아니라 실제로 도전하는데, 예를 들어 자신이 두려워하는 일을 해 보라는 내용의 책을 읽고서는 미술 학원에서 누드 모델을 서 보고(이 이야기로 책이 시작한다) 겨울 아침에 입수를 한다.
읽다 보면 '어, 책 내용을 잘못 이해한 거 같은데...'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저자가 <시크릿>을 읽은 달에 그런 모습을 보여서(후에 이 여파가 나중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저자를 강타한다) 내가 다 안타까웠고 조언이라도 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기 계발을 하다가 거의 현실 도피에 가까운 기행을 벌이던 저자는 후에 자신이 우울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행히도 결국 좋은 친구와 가족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나게 된다.
그녀가 1년 동안 자기 계발을 한 결과 얻게 된 교훈은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고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보다는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단순하고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그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각 시기의 저자 상태가 정말 리얼하게 잘 쓰여 있어서 끝까지 읽으면 성장 소설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든다.
왜 그 2000년대 초반에 해적판 등으로 다들 많이 읽었던 청소년 성장물(예를 들어 <에이드리언 몰의 비밀 일기>) 있잖은가. 그런 느낌이다.
그녀의 독서 목록은 수전 제퍼스의 <도전하라,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 케이트 노스럽의 <머니, 러브스토리>, 존 파킨의 <될 대로 되라지>, 매슈 허시의 <그 남자를 갖는 법> 등 국내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들도 포함하지만, 론다 번의 <시크릿>, 토니 로빈스, 스티븐 커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브레네 브라운의 <마음가면>, 그리고 루이즈 헤이의 <치유> 등 국내에 정식 번역된 책들도 다수 포함한다.
제이슨 컴리의 '거절 치료법'에 대해서는 책이 언급되지는 않는데, 아마 지아 장의 <거절당하기 연습>이 이와 비슷한 내용이지 않을까 한다(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읽어 보고 싶어서 따로 찾아봤다).
책 번역도 괜찮다. 저자의 말투를 재미있게 잘 옮겼는데 요즘 유행어도 적당히 섞여 아주 자연스럽다.
다만 너무 기초적인 맞춤법을 자주 틀려서 이 점이 거슬린다. 예를 들어 "(‘이다’의 어간,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ㄹ’ 받침인 용언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어) (구어체로) 해할 자리나 혼잣말에 쓰여, 화자의 추측이 상대편이 이미 알고 있는 바나 기대와는 다른 것임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가벼운 반박이나 감탄의 뜻을 나타낸다."의 의미를 가진 '-걸'을 자꾸 띄어서 쓰더라. "읽고 나면 분명 밖에 나가서 제대로 뭔가 해내고 싶을 걸!" 이런 식으로. 이럴 때는 붙여서 쓰는 게 옳다. "싶을걸!"처럼.
나는 번역자는 글을 잘 옮기면 자기 일을 다한 거고 이런 맞춤법 교정 및 교열은 편집부가 할 일이라고 믿기에 이건 좀 실망스러웠다.
나 이런 거 되게 잘할 수 있는데... 나 시켜 주지... 훌쩍.
여튼 이런 점이 아쉬우니 돈을 좀 아끼고 싶으신 분은 리디셀렉트를 이용해 읽으시는 것도 추천한다.
새해를 맞이해서 자기 계발을 목표로 삼으신 분들이 많으실 줄로 안다.
'살을 뺀다' 또는 '담배를 끊는다', '취직/이직을 한다' 등의 목표도 물론 좋지만 그것들을 쫓다가 지금의 행복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그런 목표들 모두 다 행복해지자고 하는 것 아닌가. 행복이 미래에 있다고 생각하다 보면 지금을 즐길 수 없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다 보면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중요하다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고, 올해 내내 잊지 않고 마음에 담아 둘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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