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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Spy Who Dumped Me(나를 차버린 스파이, 2018) - 구 남친 때문에 나도 몰랐던 스파이 적성 발견?

by Jaime Chung 2018.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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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Spy Who Dumped Me(나를 차버린 스파이, 2018) - 구 남친 때문에 나도 몰랐던 스파이 적성 발견?

 

 

감독: 수잔나 포겔(Susanna Fogel)

 

오드리(Audrey, 밀라 쿠니스 분)는 오늘 생일이지만 하나도 즐겁지 않다.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휙 떠나 자취를 감춘 구 남친 드류(Drew, 저스틴 서룩스 분) 때문이다.

이를 눈치 챈 그녀의 절친 모건(Morgan, 케이트 맥키넌)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며 그녀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오드리의 핸드폰을 빌려 "네 물건을 다 불태울 거야" 하고 드류에게 문자를 보낸다.

집에 와 정말로 그가 남긴 물건을 불태우고 있는데, 드류에게 전화가 온다. 미안하지만 자기가 내일 집에 가서 다 설명할 테니 제발 자기 물건은 손대지 말라고.

다음 날, 오드리는 자신이 일하는 슈퍼에서 잘생긴 남자를 만난다. 겁도 없이 낯선 남자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러다가 납치당해서 죽는 건가요?ㅎㅎ" 하고 농담하고 보니 그 남자가 밴에 타란다.

알고 보니 그 잘생긴 남자는 CIA 요원 세바스찬(Sebastian, 샘 휴건 분)이었고, 그의 말에 따르면 그녀의 구 남친 드류는 스파이였다고.

일단 자기는 드류와 연락이 안 된다고 거짓말하고 빠져나온 오드리. 집에 와 모건(그 와중에 모건은 간밤에 바에서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다)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있는데 갑자기 드류가 화재 대피용 비상 계단을 통해 갑자기 튀어나온다!

드류는 자기가 스파이인 건 사실이지만 그녀를 떠난 것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고 자기를 쫓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그 설명이 이해가 될 리가 없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젯밤 모건이 원나잇을 한 상대는 알고 보니 드류를 쫓는 킬러였다! 그가 갑자기 집안에 총질을 해 대니 혼비백산하며 숨기 바쁜 오드리와 모건.

드류가 그의 총에 맞고, 그는 오드리에게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한 카페를 찾아가 '번(Verne)'이라는 사람을 만나'라는 알쏭달쏭한 말만 남기고 죽는다.

이제 오드리와 모건은 어떡해야 할까? 드류의 유언(?)대로 비엔나로 가야 할까?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까?

 

드류(왼쪽)와 오드리(오른쪽)의 좋았던 한때

 

쫓고 쫓기는 차량 추격 씬도 스파이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모건(왼쪽)과 오드리(오른쪽)는 일단 살아남는 게 목표다.

 

자신도 몰랐던 스파이 재능을 찾아 뿌듯한 두 절친.

 

마지막 미션에서의 오드리(왼쪽, 변장을 위해 머리를 염색했다)와 세바스찬(오른쪽).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이 영화가 한국보다 약 2주 먼저 개봉했길래 설레는 마음으로 보러 갔다.

밀라 쿠니스는 <That 70's Show> 때부터 얼굴을 알렸으니 다들 잘 아실 것이고, 케이트 맥키넌은 리메이크된 전원 여성 캐스트 <Ghostbusters(고스트버스터즈, 2016)>에서 질리언 홀츠먼(Jillian Holtzman) 역을 맡았다(여담이지만 이때 '고스트버스터즈' 캐스트 중 홀츠먼이 최애 캐릭터면 레즈비언일 가능성이 높다는 농담도 있었다ㅋㅋㅋㅋ).

밀라 쿠니스 분의 오드리와 케이트 맥키넌 분의 모건 궁합은 의외로(?) 잘 맞는다.

모건이 오드리보다 좀 더 4차원이고 똘끼가 있는 캐릭터인데, 애초에 오드리는 드류가 죽고 나서 어떡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할 때 모건이 "너 유럽도 못 가 보고 죽을래, 아니면 가 보고 죽을래?" 또는 "네가 사랑하던 사람(진짜 사랑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이 마지막으로 한 말인데 들어 줘야지" 하며 뽐뿌를 넣지 않았으면 이 영화는 시작한 지 15분쯤에 끝났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예전에 티후아나(Tijuana, 멕시코 북서부,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접하는 도시)로 장거리 자동차 여행 다녀온 이후 여권이 아직 글러브 박스에 있어서 오스트리아로 갈 수 있었다는 설정은 약간 억지스럽지만, 뭐, 안 그랬으면 이야기가 이어지겠나.

 

이야기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헝가리(도시 이름은 까먹음), 체코, 리투아니아 등 유럽 전역을 돌며 펼쳐진다.

각 국가 대표 도시의 랜드마크를 한두 곳씩 보여 주는 것은 눈요기로 좋지만, 솔직히 영화 내용과는 잘 융화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계 체조 선수 출신 악당 '나데자(Nadeja, 이바나 사크노 분)'는 파리(인지 베를린인지 솔직히 잘 기억이 안 난다)의 패션 쇼에서 갑자기 모델 일을 하다가 백스테이지로 오더니 총을 쏘고 그곳을 유유히 빠져나오더니 차를 몰고 달리더라.

나는 순간 내가 고급 차(아무렴 영화에 나올 정도면 고급일 테니까) 광고를 보는 건가 싶었다. 한 1~2초 나오는 장면인데도 황당.

이게 첫 등장이고 그다음 번엔 헝가리의 한 도시에서 사우나를 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근데 '도대체 왜?' 싶은 게, 그녀가 자기 보스에게 두 여자(오드리와 모건)가 아직 안 죽었으니 제대로 죽이라는 지령을 받는 게 이 장면의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헝가리 관광청에서 헝가리 홍보 좀 해 주는 대신에 제작비를 받았는지, 헝가리 사우나 탕에서 이 지령을 받는 게 다소 뜬금 없었다.

적어도 체코로 가는 거대한 기차 역이 나온 건 두 여자가 도피해야 하니까 이야기에 잘 녹아나기나 하지, 사우나 탕은 정말 '????'스러웠다.

투자를 받아 제작비를 모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영화깨나 보셨다는 분들은 아마 지금쯤 영화 초반에 나온 구 남친 드류와 오드리가 이어질 가능성은 눈곱만큼일 거라고 예상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게 세바스찬이다. 개인적으로 세바스찬이 드류보다 잘생기고 더 젊어 보여서 나도 이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세바스찬의 CIA 동료인 더퍼(Duffer, 하산 민하지 분)는 자기가 하버드 나왔다고 끊임없이 자랑하는데 웃기다 ㅋㅋㅋㅋㅋ

 

과거 회상 장면에서 드류는 모건에게 "넌 좀 '투머치'야("You're a little much.")"라고 하는데, 솔직히 이 말이 이해는 간다. 모건은 영화 내내 방방 뛰는 느낌이라서.

모건이 웃긴 대사도 많이 하긴 하는데 '이게 정말 영화에 필요한 거라서, 이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 주기 위해 넣은 걸까, 아니면 그냥 웃기니까 넣은 걸까?' 싶을 정도로 아무 말이나 웃기면 다 하는 거 같다.

예를 들어서, 영화 후반에 모건의 성이 밝혀지는데, 그때까지 극 중에서 언급도 안 되고 뭐 극 진행에 전혀 상관도 없지만 이게 일단 웃기기는 한다(영화를 보시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실 거다).

나중에 뒤에 가면 드류가 자기에게 한 그 말이 상처였다고 모건이 털어놓고 나도 그 심정에 이입해서 살짝 울컥하긴 했는데, 일단 모건 캐릭터가 오버스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끊임없이 웃기려고만 하는 것 같달까.

 

두 여자의 우정, 두 여자의 스파이 액션이 이 영화의 주제이지만 글쎄, 연애하는 모습도 많이 보여 줘서 '우정이 더 중요해!'라고 강조하는 느낌은 크게 못 받았다(이런 부분을 마지막에 벌충하는 것 같다).

영화 초반에 모건은 간밤에 집으로 내려온 남자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이걸 페미니즘에 대해 가르치는 기회로 삼고 있어"라고 한다.

영화 후반에 오드리는 테러리스트를 '그'로 지칭했다가 곧바로 "'그녀'일 수도 있지."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세바스찬과 더퍼의 여자 상사에게 모건이 "헐, 진짜 M(007 시리즈에서 본드에게 지령을 내리는 여성 요원. 주디 덴치가 오랫동안 이 역할을 맡았다) 같은 여자가 있어!" 하며 존경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들에서 나는 이 영화가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글쎄, 메세지도 좋지만 재미가 먼저 아닐까 한다. 나도 페미니즘에는 동의하지만 예술 작품이라면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다면 이 영화가 메세지와 재미를 둘 다 잡았느냐? 그건 개인의 판단에 맡기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게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괜찮은 코미디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내 기대가 살짝 컸던 탓에 조금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페미니즘 메세지는 (같은 스파이 영화에서 고르자면) 멜리사 맥카시(Melissa McCarthy)가 나왔던 <Spy(스파이, 2015)>가 좀 더 잘한 것 같다.

 

이 리뷰 부제로도 썼지만 이 이야기는 두 여자가 도망쳐 다니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스파이가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이었다고 깨닫는 내용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건 오드리와 모건 둘 다 해당이다. 특히 모건 정도의 또라이는 오히려 이쪽이 더 본인에게 도움이 될지도? 겁도 없어서 ㅋㅋㅋㅋ

영화 처음 부분과 중후반에 다소 잔인하게 폭력적인 장면이 있다. 나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는 컸지만 이런 부분은 전혀 생각치 못해서 깜짝 놀랐다.

혹시 나처럼 징그러운 거 잘 못 보는 분들이 계실까 봐 미리 알려드린다. 아주 잔인한 건 아닌데 아무 생각 없이 보면 놀랄 수 있는 정도이다.

영화 끝내고 크레디트 올라갈 때 쿠키 영상이 나온다. 끝나자마자 짐 챙기지 마시고 조금 더 앉아 계시다가 보고 나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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