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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491

[책 감상/책 추천] 벤 타노프, 모이라 와이글, <실리콘 밸리의 목소리> [책 감상/책 추천] 벤 타노프, 모이라 와이글, 내가 저번에 읽고 서평을 썼던 애나 위너의 와 비슷하게, 실리콘 밸리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책이다. 이 책은 인터뷰 모음집인데, 특이하게도 실리콘 밸리의 ‘당사자’라고 할 만한 창업자,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테크니컬 라이터 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주변에서 보고 관찰할 수 있는 요리사와 마사지 치료사까지 인터뷰했다. 이런 기가 막힌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해 내셨나요? 진심으로 감탄했다. 실리콘 밸리를 차지하는 IT 또는 테크 기업은 아무래도 남초인 경향이 많다 보니 성차별이 심하다. 이건 테크니컬 라이터와의 인터뷰 섹션 시작 전에도 분명히 밝혀 놓았다. 소위 말하는 ‘비非기술’ 직군을 보면 실리콘 밸리의 성차별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2022. 12. 26.
[책 감상/책 추천] 케이트 쇼팽, <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 [책 감상/책 추천] 케이트 쇼팽, 케이트 쇼팽은 페미니즘 소설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은 내가 학부생 시절 영미단편소설 수업에서 배운 적이 있는 작품이다. 내가 읽은 이 번역본은 표제작을 비롯해 총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돼 있다. 각 단편소설의 간단한 줄거리와 인상 깊은 구절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몇몇 작품은 반전이 중요하므로 반전까지는 밝히지 않겠다). 에서 맬라드 부인은 남편이 열차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폭풍 같은 슬픔이 가라앉자 자기 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자유, 자유, 자유다!” 공허한 눈길과 두려운 표정도 잠시, 곧 눈이 열정적으로 밝게 빛났다. 맥박이 빠르게 뛰었고 몸의 구석구석으로 피가 끓어올랐다가 서서히.. 2022. 12. 19.
[책 감상/책 추천] 정지음,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책 감상/책 추천] 정지음, 나는 좋아하는 배우가 생기면 그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다 훑고,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그 작가의 책을 다 섭렵(하려고 노력)한다. 정지음 작가는 내가 을 읽었을 때부터 하도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해서 아마 내 블로그 독자님들도 아실 거라 믿는다. 어쩌다 보니 책이 나온 순서대로가 아니라 뒤죽박죽으로 읽게 되었는데 그래도 책들은 여전히 좋고 재밌다. 이 책은 특히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안 그래도 요즘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이 많은 나로서는 정말 딱 맞춤인 시기에 이 책을 만났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제일 공감했던 부분 몇 군데만 공유해 보자면 이렇다(보시면 알겠지만 작가님의 미친 비유가 적재적소에 쓰여 빛을 낸다). 아래 인용문에서 작가님은 ‘(상대와) 같은 수준.. 2022. 12. 16.
[책 감상/책 추천] 서박하, <소비단식 일기> [책 감상/책 추천] 서박하, 요즘 하루에 돈을 1원도 쓰지 않는 ‘무지출 데이 챌린지’가 유행한다고 들었다. 높은 물가나 변동 없는 월급 등 현재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어마어마한 카드 빚을 빨리 갚기 위해 아무것도 사지 않는 ‘소비단식’을 시작한다. 브런치북 9회 대상 수상작이라는데 아마 실천하기 힘든 것을 꾸준히 하면서 그 과정을 솔직히 공개했기에 그 점을 높이 산 것이 아닐까 싶다. 독자들도 소비단식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공감했을 거고. ​ 저자는 소비단식을 위해 네 가지 기본 원칙을 정했다. 1년간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했지만 그래도 정말 아무것도 사지 않고 살 수는 없기 때문에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하나. 나 자신만을 위한 소비는 하지 않는다 남편과 딸까지 소비.. 2022. 12. 9.
[책 감상/책 추천] 전은영, 김소라, <페미니스트인 내가 어느 날 직장인이 되었다> [책 감상/책 추천] 전은영, 김소라, 페미니스트는 진공 상태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스트는 현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개인들이다. 그들도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살려면 돈이 필요하다. 집안이 원래 잘 살아서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면, 그들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거기에서 페미니스트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본인이 학생이나 아르바이트생이라면 큰 문제 없이 부당한 상황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저자가 드는 예시처럼, 교수가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면 손을 들고 그 말을 정정해 달라 요구할 수 있고, 아르바이트에서 사장이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면 법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거라고 설명할 수 있다. 어차피 “학기가 끝나거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 상황과 사람이 리셋“.. 2022. 12. 7.
[책 감상/책 추천] 작은비버, <나는 100kg이다> [책 감상/책 추천] 작은비버, 나는 내가 늘 소수자에 속한다고 생각해 왔다. 굳이 따지자면 이성애자에다 비만이었던 적은 없지만 나는 여성이고, 또 어릴 적에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어서 무언가 ‘잘나가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나는 늘 소수자 또는 약자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했고, 여성이라든지 LGBTQ+ 등 이 사회에서 소수자나 약자로 여겨지는 이들을 나의 동료로 여겼다. ​그래서 나는 부러 소수자의 이야기를 찾아서 듣는다. 오늘 소개할 이 책의 저자처럼 내가 100kg이 넘는 비만인이거나 레즈비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그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핍박받는 느낌을 아니까. 저자의 경우는 그게 .. 2022.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