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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4

[책 감상/책 추천] 최지선, <여신은 칭찬일까?> [책 감상/책 추천] 최지선, 개인적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여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해 마시라. 여돌들에게 어떤 개인적이 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딱히 그들을 보면서 ‘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해 본 적 없다. 아마 여돌들은 얼굴과 몸매가 밀리미터 단위로 분석되고, 어디에서 무얼 하든 욕을 먹기 십상이라는 현실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여돌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체적으로 남성 대중을 겨냥한 것이고, 그래서 그런 불편한 상황에 나를 놓아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다. 어차피 내가 여성으로서 일상에서 그런 상황들을 마주치는데, 그것보다 좀 더 전면에서 그것을 직면하는 이들을 부러워할 리가. 이 책은 여자 아이돌의 특수성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을 다방면으로 분석한다. 대중문화 비.. 2023. 10. 16.
[책 감상/책 추천] 김용언 외 7인,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책 감상/책 추천] 김용언 외 7인, 나는 독서를 좋아하고, 목록도 좋아한다. 그래서 ‘대학생/직장인/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100권’ 같은 책 추천 목록을 보면 개중에 내가 몇 권이나 읽었는지, 무엇을 더 읽어야 하는지 세어 보곤 한다. 목록을 채우면 짜릿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추천되는 고전 문학, 또는 ‘수준 높은’ 문학을 읽으면 나의 교양과 가치까지 덩달아 상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나도 절대 안 읽는 책들이 몇 권 있으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같은 류의 책들이다. 한마디로, 여성 혐오가 짙게 배어 있어 무슨 수를 써도 ‘흐린 눈’을 하고 그 안에 있는 다른 ‘좋은’ 다른 점을 찾기가 힘든 책들을 말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책들을 다시 읽으며 진.. 2023. 6. 23.
[책 감상/책 추천] 한승혜, <다정한 무관심> [책 감상/책 추천] 한승혜, 내가 호주에 와서 들은, 나에 대한 피드백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내가 사람들에게 곁을 잘 안 준다는 것이었다. 아니,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점이긴 한데, 내 남자 친구가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내가 남에게 안부를 잘 안 묻는다는 거였다. “How are you?” “How’s it going?” 같은 것. 실제로 영어권에서는 상대방의 안부를 정말 자주 묻는다.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안부를 묻는 일 또는 과정 중에서 내가 제일 이해하기 힘든 건 이거다. 예컨대 내가 어떤 자리에서 한 학생을 만났으며, 나는 그가 저번주에 시험을 치렀다는 걸 안다고 치자. 그러면 나는 분명히 그 사실을 아는데도 굳이 그 이야기를 하고.. 2022. 10. 24.
[책 감상/책 추천] 지비원, <왜 읽을 수 없는가> [책 감상/책 추천] 지비원, 최근 '심심한 사과의 말씀' 논란이나 '사흘' 논란으로 인해 (이 논란들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여기를 클릭) 요즘 세대의 문해력에 대한 탄식과 비판이 많이 나왔다. 많은 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기본적인 단어도 모르냐', '모르는 것 자체도 모르지만 모르는 것을 배우려고 하지 않고 뻔뻔하게 왜 어려운 말을 쓰냐고 공격적으로 나오는 게 더 문제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다 맞는 말이고 다 공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이해시키고 싶다면 어떡해야 할까? 상대방에게 문해력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이해시켜야 한다면? 이런 질문에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지비원의 라는 책을 추천받게 되었다(글 하단 링크 참조). 저자는 주로 일본어 인문교양서를 만드는 편집자 겸 번역가이다... 2022.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