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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심너울,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by Jaime Chung 2020.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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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심너울,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서버 개발자인 주인공은 사정이 급해 보이는 한 게임 회사에 덜컥 입사한다. 이전 담당자가 미쳤는지, 정신이 홰까닥 돌았는지, 갑자기 회사에 나오지 않게 되어서 게임에 버그가 있는데도 손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의 버그라는 것도 참 웃긴 게, 게임 속에서 65,536번 점프를 하면 서버가 터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 담당자가 짠 코드와 주석을 읽어 보며 버그의 원인을 파헤치던 중, 주인공은 어쩌면 이 버그만이 문제가 아니라 전 담당자가 쓴 코드 자체에 뭔가 이상한 비밀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는데...

 

어라, 알라딘에서 이 제목으로 검색하니 안 나오는데 아마도 이게 단편 제목이라 그런 것 같다.

리디북스에서는 이 단편만 뚝 떼어서 팔고 있는데, 알라딘이나 예스24에서 이 단편을 읽으려면 이게 속한 안전가옥 앤솔로지 두 번째 편인 <대멸종>을 구입해야 한다.

 

나는 SF를 내 최애 장르라고 말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지만,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지 않고(=우주선과 외계인 묘사가 너무 자세하지만 않는다면) 재미만 있다면 기꺼이 한번 읽어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곽재식 작가의 SF 소설도 읽은 거고(후기는 아래 글을 참고하시라).

2020/09/28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곽재식, <지상 최대의 내기>

 

[책 감상/책 추천] 곽재식, <지상 최대의 내기>

[책 감상/책 추천] 곽재식, <지상 최대의 내기> '환상 문학 웹진 거울 서버를 다운시킬 정도로 인기가 폭발했다는 <초공간 도약 항법의 개발>을 담은, 곽재식 SF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참고로

eatsleepandread.xyz

 

이것도 엄청 하드한 SF처럼 보이지는 않는 데다가 분량도 짧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다운 받아 보았다.

나도 프로그래밍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겠으나 심너울 작가 본인이 심리학과를 졸업해서 크게 관련도 없는 프로그래밍으로 먹고살았다기에 웬만큼 알아서 잘 고증했으려니,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다.

내용은 이 글 첫머리에 간단히 요약한 것과 같다.

전(前) 서버 담당자가 남긴 주석을 보고 '이자가 미쳐가는 과정인가...'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마음=내 마음 ㅋㅋㅋㅋㅋㅋ

 

마구 빵빵 터지는 건 아닌데 소소하게 재미있다. 이런 표현들도 쫌쫌따리 웃기고 귀엽다.

문을 조용히 여니 원룸으로 된 어지러운 사무실이 보였다. 커피 냄새가 진동을 해서 마치 커피 입자로 된 안개라도 낀 것 같았다. 칸막이도 딱히 없는 책상이 여섯 개 정도 있었고 그 앞에 사람들이 영혼 빠진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별나게 영혼이 더 몸 밖으로 흘러나간 것 같은 한 남자가 나를 쳐다보았다.
김형훈은 엉거주춤 일어서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는 개발자에 대한 모든 편견을 구체화한 원형 같은 꼴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 구하기도 힘들 것 같은 괴이한 배색의 체크 남방을 입고 있었고, 두툼한 뿔테 안경 뒤에는 판다 같은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와 있었다. 나는 다가가서 그와 악수했다.

 

이 단편이 프로그래밍을 잘 아시고 또 실제로 하시는 분들에겐 뭔가 PTSD를 유발하지 않을까 싶은 두려움이 있다.

그런 분들을 제외하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흥미로운 SF 소설을 즐겨 보실까 하는 분들에게 권해 드릴 만하다. 분량이 짧다는 것도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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