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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Hot Girls Wanted(2015, 핫 걸 원티드) - 너무나 평범한 얼굴을 한 아마추어 포르노

by Jaime Chung 2021.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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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Hot Girls Wanted(2015, 핫 걸 원티드) - 너무나 평범한 얼굴을 한 아마추어 포르노

 

 

감독: 질 바우어(Jill Bauer), 로나 그레이더스(Ronna Gradus)

 

이 다큐멘터리는 포르노 배우 일을 이제 막 시작한 트레사(Tressa, 포르노 배우 예명은 '스텔라 메이(Stella May)')라는 19살 소녀를 따라가며 포르노 업계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그녀는 '허시 모델(Hussie Models)'이라는 모델 에이전시(라고 겉으로는 보이지만 실제로는 포르노 배우들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라일리(Riley)라는 남자가 운영하는 숙소에서 지내며 일을 하게 되는데, 거기에는 트레사처럼 포르노 업계에 이제 막 발을 담근(3~6개월 정도) 다른 소녀들이 있다.

제이드(Jade, 포르노 배우 예명은 '에이바 켈리(Ava Kelly)')는 활달한 라틴계 여성이고, 레이첼(Rachel, 포르노 배우 예명은 '에이바 테일러(Ava Taylor)')은 안경을 쓴, 옆집 소녀처럼 평범한 18살 소녀다.

이들은 라일리가 태워 주는 차를 타고 '촬영장'과 숙소를 왔다 갔다 하는데, 숙소에서 소녀들끼리 지내는 모습만 보면 여느 평범한 소녀들과 다를 바가 없다. 신기하게 서로 친하게, 사이도 좋게 잘 지낸다. 

 

라일리는 '아마추어', 그러니까 프로가 아니라 이제 막 포르노 업계에 발을 담가서 '작품'이 몇 편 없는, 아직 일반인에 가까운 포르노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한다.

그가 아마추어 포르노 배우들을 섭외하는 방법은 너무나 쉽다.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라고, 말하자면 미국의 중고나라 같은 웹사이트에 글을 올리면 12시간 내에 연락이 다섯 건은 온단다.

그리고 그가 봤을 때, 이런 아마추어 포르노 배우들의 수명은 길어야 1년이다. 아주 운이 좋고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재능이 있다면 그렇다는 거다.

그렇지 않다면 대개는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그리고 그들은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간다. 평생 지우거나 씻을 수 없는 과거를 만들고서.

 

트레사의 경우, 어머니가 먼저 당신의 딸이 포르노 배우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녀는 아버지에게도 이야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 이야기를 꺼내려던 크리스마스 연휴에 그녀는 차마 입을 열지 못한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너는 언제나 내 자랑이야'라고 말하는데, 그게 너무 가슴에 사무쳐서.

그래서 아버지에게는 당분간 이 사실을 비밀로 하고 포르노 배우 활동을 계속한다. 

트레사의 어머니는 '내가 눈을 떠서 아침에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도 너고, 저녁에 잠들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것도 너다'라며 딸을 무척 사랑하시는데, 트레사도 부모님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애초에 포르노 배우가 될 생각을 했는지는, 참 나도 모르겠다.

트레사는 학교 생활도 잘한 거 같고, 치어리딩 팀의 주장이기도 했는데. 대학교도 갈 예정이지 않았나?

아마 많은 10대들이 그러듯, 쉽게 돈을 벌고 싶고, 여행도 하고 싶고,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겠지.

아무리 섹스를 좋아한다고 해도, 또는 섹스가 자기에게 별거 아니라고 해도, 실제로, 정말로, 포르노 배우를 하고 싶다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진짜로 자신이 뭘 원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니까 그렇게 호도된 결정을 내리는 거겠지. 트레사의 어머니와 트레사가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이걸 보는 나를 보던 내 룸메이트도, '너 되게 슬퍼 보인다'라고 하더라).

 

 

제이드는 자기의 첫 데뷔작이었던 포르노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는 그래도 '연기'를 할 뿐이었고, 저 밖에 있는 누군가는, 실제로 존재하는 여성에게 그걸 시도하는 대신 그걸 보면서 욕구를 해소할 테니 차라리 그게 낫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게 그냥 연기일 뿐이었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투도 씁쓸하지만(그녀도 그게 연기였다고 해서 그게 안 아팠다거나 굴욕적이지 않았다고 부인하지는 않았다), 정말로 그게 그냥 연기고, 연출된 것이어서 괜찮은 걸까? 자신의 집이나 안락한 곳에 있는 누군가는 그걸 보는 것으로 욕구를 해소하고, 정말 다른 누구에게 그걸 시도하지 않을까?

오히려 그걸 보면서 '아,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또는 '여자들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하고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고 나중에 누군가에게 그걸 시도하려고 하지 않을까?

 

그리고 트레사였나, 레이첼이었나, 여튼 포르노 배우들 중 한 명이 힘든 촬영을 하고 나서 얼마 후에 이전에 같이 작업했던 (남자) 배우를 만났는데, '그때 아팠니? 괜찮아? 걱정했었어!' 했다며, 그 소녀들이 입을 모아 그가 '스윗(sweet)'하다고 말한다.

이것도 기분이 묘한 장면들 중 하나였다. 아니, 같이 일하는 동료끼리 서로 신경 써 주는 건 참 좋은데, 애초에 진짜 '스윗'하고 좋은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포르노 배우를 하지 않아요...

그것 이상의 인간다운 배려와 존중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그걸 자기가 포기하고서, 이렇게 사소한 행동에 감동을 받고 좋다고 칭찬하는 이 소녀들을 보자니 참 속상했다.

그리고 포르노는 만드는 것뿐 아니라, 보는 것도 불법이어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은지 어안이 벙벙해졌다. 

 

물론 이 다큐가 보여 주는 것이 포르노 업계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가 (또는 적어도 나는) 알고 싶지 않은 더러운 진실들이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다큐가 보여 주는 것이 가짜는 아니다. 다만 이 세상에 길을 잃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며, 그저 부모님의 품(과 그들이 구속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소녀와 젊은 여성이 얼마나 많은지를 너무나 잘 보여 줄 뿐이다.

충격적이고, 보고 나면 근심이 가득해지겠지만, 그럼에도 볼만한 다큐멘터리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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