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Happytime Murders(더 해피타임 스파이, 2018) - 애들은 가라! 어른들을 위한 머펫 쇼!
감독: 브라이언 헨슨(Brian Henson)
필 필립스(Phil Philips, 빌 바레타 연기)는 차가운 도시의 남자, 아니 머펫(muppet, 팔과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인형을 가리키는 말) 사립 탐정이다.
그가 곤란에 빠진 머펫을 도와주고 사무실에 들어가자 생기발랄한 비서 버블스(Bubbles, 마야 루돌프 분)가 탐정님을 찾아온 고객이 있다고 알려 준다.
그 고객은 섹시한 머펫 산드라 화이트(Sandra White, 도리엔 데이비스 연기)로, 오늘 아침 자기를 협박하는 편지를 받았다고, 범인을 잡아 달라고 부탁한다.
뇌쇄적인 그녀의 매력에 끌린 필립스는 차마 단칼에 거절하지 못하고, 일단 사건을 맡을지는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그녀가 가고 난 후, 각 알파벳을 여기저기서 잘라 붙인 협박범의 편지를 보니 그중 한 글자가 낯이 익다.
짚이는 바가 있어 머펫들을 위한 '성인용품점'으로 간 그. 그곳에서 참 더럽고 야한 꼴을 보고 나서 그는 그곳에서 파는 포르노 잡지를 보여 달라고 한다.
그 잡지의 겉표지에 나온 'P'자가 협박범 편지에 쓰인 'P'자와 꼭 맞았던 것이다. 필립스는 주인장에게 이 포르노 잡지를 사 간 고객들 명단을 요청하고, 주인장은 뒤쪽 사무실에 있으니 가서 보라고 한다.
필립스가 사무실로 가서 명단을 확인하는 사이, 성인용품점에 괴한이 침입한다.
주인장은 돈은 다 줄 테니 쏘지만 말라고 했지만 괴한은 주인장과 그곳에 있던 고객 '미스터 범블리팬츠(Mr. Bumblypants, 케빈 클래시 연기)'라는 토끼 머펫을 쏘고, 돈도 챙기지 않고 달아난다.
뒤늦게 사건 현장을 보게 된 필립스는 경찰에 즉시 연락한다.
그리고 신고를 받고 달려 온 형사 에드워즈(Edwards, 멜리카 맥카시 분)와 마주친다. 그녀는 필립스에게 까칠하게 굴지만, 사실 필립스는 파트너였던 경찰이었다.
과거에 모종의 이유로 둘의 사이가 틀어져 버린 것인데, 어쨌든 필립스는 상황 설명을 마친 후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필립스는 '해피타임 갱(The Happytime Gang)'이라는 TV 쇼에 출연해 큰 성공을 거둔 형 래리(Larry, 빅터 예리드 연기)와 만난다.
그리고 그날 밤, 래리는 인간 여자와 야릇한 시간을 즐기다가 갑자기 달려든 개들에게 온몸이 찢겨 죽는다.
다음 날, 래리의 죽음을 알게 된(그리고 다시 에드워즈와 부딪치게 된) 필립스는 이것이 우연한 사고가 아님을, 오히려 연쇄 살인임을 직감한다.
배닝 부서장(Lieutenant Banning)은 필립스에게 자문을 맡기고 에드워즈와 같이 이 사건을 해결하라고 지시한다.
과연 필립스와 에드워즈는 이 연쇄 살인범을 잡을 수 있을까?
불운한 첫 번째 살인 피해자, 미스터 범블리팬츠(왼쪽)와 사립 탐정 필 필립스(오른쪽)
함께 수사 중인 에드워즈(왼쪽)와 필립스(오른쪽)
필립스의 비서 버블스. 문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음... 비밀... (아래에 있는 예고편 영상을 보시면 알 수 있다)
머펫들이 대거 등장한, 잘 나갔던 TV 쇼 '해피타임 갱'의 캐스트들. 유일한 인간은 가운데 제니뿐이다.
위의 시놉시스를 읽고서 '뭐 이런 게 다 있어?'라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다.
'머펫은 뭐고 머펫 성인용품점에서 살인이라니, 이거 도대체 뭐야?' 싶으신 분들도 계실 것 같다.
<머펫 대소동(The Muppets, 2011)> 같은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머펫은 팔과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인형이다(위의 시놉시스에서 '누구누구 연기'라고 쓴 건 그 사람이 이 머펫을 조종해 연기했다는 뜻이다).
우리가 (짤방으로 잘 알고 있는) '커밋(Kermit)'이나 '엘모(Elmo) 등 어린이를 위한 미국의 교육용 텔레비전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의 캐릭터들이 바로 이런 머펫이다.
영화에서 인형사들이 머펫 연기를 어찌나 자연스럽게 잘하는지, 특히 주인공인 필 필립스 같은 경우는 눈 움직임도 없는 머펫임에도 불구하고 중후반쯤 되면 그에게서 진짜 감정이 느껴지는 듯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참고로 영화 끝나고 엔드 크레디트에 흥겨운 노래("I Want Candy")가 나오며 머펫 출연진들이 노래하는 모습과 영화 NG 장면들을 보여 주는데, 이때 머펫을 조종하는 인형사들을 보면 무슨 핵 폐기물 처리하는 사람처럼 온몸은 물론이요 얼굴까지 녹색 천으로 가린 모습이다.
바닥에 함정처럼 공간을 파서(일식집에서 발을 넣을 수 있게 만든 공간을 떠올리면 된다) 그곳에서 인형사들이 머펫을 조종하는 장면도 보여 준다.
이런 거 말이다. 사진 출처는 네이버 블로그
정말 힘들었을 텐데, 인형사들의 노력에 리스펙트! 촬영이 어려워서 그런지 영화가 짧기는 해도(러닝 타임이 91분 정도다) 이음매도 타이트하고 긴장도 잃지 않고 잘 유지해 재미있다.
이 영화는 머펫이 존재할 뿐 아니라 이 세계에서 인간과 같이 산다는 설정인데, 사실 둘이 조화롭게 공존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극 중 머펫은 소수 인종처럼 2등 시민 취급을 받는다. 영화 초반에 인간들이 버스 정류장에서 애완견을 데리고 수다 떠는 사이에 그 개들에게 물릴까 벌벌 떠는 머펫들의 모습이 잠깐 비춰지는데, 이것이 인간이 머펫을 대하는 자세를 잘 보여 준다.
이 현실에 존재하는 인종 차별의 문제를 머펫이라는 존재를 통해 암시하는데, 직접적으로 '차별은 나빠요!' 하고 말하지 않아도 관객들은 이게 무엇에 대한 비유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드워즈가 래리에 대해 '그 파란 얼굴은... 파랗다고 말해도 되나?' 하고 말하는 거라든지, 길거리에서 하류층의 모습을 보여 주는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모조리 머펫들이라는 점 같은 것.
영화 초반에 나오듯 머펫들을 위한 성인(아니, 성머펫?)용품 가게도 있고, 머펫들만 치료하는 병원도 따로 있다.
리뷰의 부제로도 썼지만 이 영화는 '애들은 가라! 어른들을 위한 머펫 쇼!'이다.
섹스(이미 시놉시스에서 읽으신 대로), 살인(마찬가지), 그리고 약물(많이 나온다) 등이 가득한, 완전한 '어른이들을 위한' 영화이다.
약간 좀 '더럽게 야한' 장면이 나오고, 대사로도 많이 나온다.
폭력 역시 많이 나오기는 한데, 머펫이 심하게 맞거나 총에 맞으면 머펫 안의 충전재가 날릴 뿐이라 영화 내내 총을 쏴도 피 한 방울 안 흐른다.
머펫 입장에서는 잔인하게 생각되겠으나 우리 인간이 보기에는 솔직히 충격적이지도 않고 웃기다(이렇게 말하는 것도 머펫 차별이려나?)
어쨌거나 이 영화를 보시기 전, 일단 예고편을 보셔서 '이 영화의 유머 코드가 나와 맞는지' 확인하는 걸 추천한다.
이걸 보고 웃으셨다면 이 영화를 보실 자격(?)이 있다!
솔직히 멜리카 맥카시의 이전 작품 <Life of the Party(라이프 오브 더 파티, 2018)>를 봤을 땐 '어, 이건 멜리사 맥카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영화는 아닌데' 싶었다.
(이 영화 리뷰는 여기서 확인하시라.
2018/06/06 - [영화를 보고 나서] - [영화 감상/추천] Life of the Party(라이프 오브 더 파티, 2018) - 마야 루돌프, 빛나는 신 스틸러)
그래서 이 영화도 정말 기대 없이 보러 간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번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이번 영화엔 본인이 각본이나 제작에 참여를 안 해서 그런가?).
물론 나와 이 영화의 유머 코드가 맞았기 때문에 내가 이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거지만, 이번에도 <라이프 오브 더 파티> 때처럼 마야 루돌프의 활약도 빛난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비서인 줄 알았는데, 중후반부터 버블스가 활약하니 마야 루돌프 팬이라면 이 부분에 집중하시라. 무척 사랑스럽게 웃긴다!
사실 (위의) 예고편만 봐도 버블스는 귀엽고 천연덕스럽게 웃기지만ㅎㅅㅎ
아, 맞다. 나는 솔직히 마야 루돌프가 나오는 것도 모르고 봐서 반가웠는데 여러분이 반가워하실 얼굴이 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였던 미드 <커뮤니티(Community, 2009-2015)>의 '제프 윙어(Jeff Winger)' 역을 맡았던 조엘 맥헤일(Joel McHale)이 재수 없는 FBI 캠벨 요원(Agent Campbell)으로 등장한다.
재수 없는 캠벨 요원(왼쪽)과 배닝 부서장(오른쪽)
엘리자베스 뱅크스(Elizabeth Banks)도 '해피타임 갱'의 유일한 인간 캐스트였던 제니(Jenny) 역으로 나온다.
이 캐릭터가 '왕년엔 잘 나갔던 TV 스타지만 지금은 몰락해 머펫들을 위한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는 여자'라는 설정이라 섹시미를 발산하는데 정말 예쁘다(토끼 머펫들에게 섹시 멘트를 날리며 스트립 쇼를 하는 장면은 음, 꼭 보셔야 한다).
토끼 머펫들을 상대로 스트립 쇼 중인 제니
순수해 보이는 머펫들을 가지고 더러운 유머 감각을 더해 섹스, 살인, 약물 등 '19금' 이야기를 만든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이 영화를 홍보할 때 '세서미 스트리트'에 빗대 "No Sesame, All Street(초월 번역 하자면 '세서미 스트리트는 잊어라. 머펫들의 진짜 길바닥 이야기!' 정도 되려나)"라는 문구를 사용했다가 세서미 스트리트 측에게 고소를 당했다. 세서미 스트리트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는 게 이유.
그렇지만 예고편만 봐도 그 이유가 너무 잘 이해가 되어서 따질 수가 없다...
어쨌거나 이 폭력이 난무하는(?), 더럽게 웃기고 더럽게 야한 19금 머펫 쇼, 한번 거들떠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