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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Miss Juneteenth(2020, 미스 주네테) - 동화 같지는 않아도 아름다운 이야기

by Jaime Chung 2021.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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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Miss Juneteenth(2020, 미스 주네테) - 동화 같지는 않아도 아름다운 이야기

 

 

감독: 채닝 갓프리 피플즈(Channing Godfrey Peoples)

 

2004년 '미스 준틴스'(아래 설명 참고) 출신인 터코이스(Turquoise, 니콜 비헤리 분)는 웨이먼(Wayman, 마커스 M. 몰딘 분)의 식당에서 뼈 빠지게 일한다.

그녀의 14살짜리 딸 카이(Kai, 알렉시스 치카에즈 분)에게 자기보다 나은 삶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

그래서 그녀는 카이를 데리고 '미스 준틴스'에 등록시킨다. 하지만 본인이 별로 내켜 하지도 않는 데다가, 의욕이 없으니 에티켓 수업에서도 옆 학생을 따라 하기에 바쁘다. 

터코이스는 카이가 최선을 다해 '미스 준틴스'에 임해 우승하고 흑인 대학을 갈 수 있는 장학금을 받기를 바란다.

정작 카이의 최대 관심사는 춤. 학교 댄스 팀에 들어가고 싶어서 늘 춤 연습을 하지만 터코이스는 그에 들어갈 돈도 걱정이 되어 허락하지 않는다.

딸이 자기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서 투잡, 쓰리잡을 뛰며 뒷바라지를 하는 엄마와 구식 미인 대회 따위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 딸. 이 모녀의 이야기다.

 

왼쪽이 터코이스, 오른쪽이 카이. 카이가 입은 노란색 드레스는 터코이스가 왕년에 '미스 준틴스'에서 우승했을 때 입었던 바로 그 옷이다.
역시나 왼쪽이 터코이스, 오른쪽이 카이.

 

'미스 준틴스'는 실제로 존재하는 미인 대회이다.

'준틴스(Juneteenth)'는 6월 19일을 가리키는데,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령이 텍사스 주 갤버스턴(Galveston)에 (2년이 지나) 마침내 전해진 날이다.

이때부터 미국의 흑인들은 자유를 얻은 '준틴스'를 축하하고 기념해 왔다.

'미스 준틴스'는 그런 '준틴스'를 기리기 위한 미인 대회로, 이 영화의 감독 채닝 갓프리 피플즈는 포트 워스(Fort Worth)에서 자라며 실제로 본 이 미인 대회를 영화에도 그려 냈다.

 

아무래도 미인 대회가 영화의 주요 소재로 나오다 보니까 역시 미인 대회가 주요 소재인 <Dumplin'(2018, 덤플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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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준틴스>나 <덤플링> 둘 다 딸을 미인 대회에 내보내고 싶어 하는 엄마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딸 캐릭터들도 처음엔 이를 거부하다가 나중에는 마음을 바꿔 진지하게 미인 대회에 임하게 된다.

하지만 엄마가 딸에게 원하는 이유와 딸이 미인 대회에 임하는 이유는 다르다.

 

<덤플링> 속 엄마는 미인 대회의 전통을 중요시해서 자신의 딸도 자기만큼 미인 대회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미스 준틴스>의 경우에는, 엄마가 딸이 더 나은 삶을 바라서 미인 대회에 참가시킨다. 

<덤플링> 속 딸은 전통적인 미인 대회가 상징하는 것, 즉 아주 경직되고 한정된 미의 기준에 반항하기 위해 미인 대회에 진지하게 임한다.

<미스 준틴스>의 딸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알아차리고 이에 감명받아 엄마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미인 대회 연습을 열심히 한다.

 

<덤플링>은 미인 대회가 주요한 배경이기 때문에 영화 후반부에 미인 대회 장면도 많이 나오고, 화려하게 볼거리도 많다.

<미스 준틴스>에서는 그만큼 화려한 드레스 쇼나 장기 자랑은 없다. 미인 대회가 열리는 대회장은 터코이스와 카이의 집, 터코이스가 일하는 식당 등 다른 배경들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스포일러를 할 생각은 없으니 결말은 말하지 않겠지만, 이 포스트의 부제로 요약할 수 있겠다. '동화 같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모녀가 갈등을 겪다가도 결국엔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나름대로 현실적인 해피 엔딩이라 할 수 있겠다.

텍사스의 햇빛처럼 약간 누런 기가 화면에 서려 있는데, 모녀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느낌이었다.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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