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스티브 크룩,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 마!>
제목이 진짜 강렬하다. 그리고 정말 너무너무 옳은 말이다.
UX(User Experience) 또는 UID(User Interface Design)이라는 개념과 자주 연관되는 '사용성(usability)'에 관한 성경과도 같은 책이다.
'사용성'은 말 그대로 얼마나 사용하기 편리한지를 말하는 건데, 사용성이 높을수록 당연히 사용자/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그 브랜드에게까지 호감을 줄 수 있다.
나는 안 그래도 IT 관련 서적을 좀 더 읽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난주쯤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딱히 읽을 책이 없다 싶은 책 가뭄 시기에 이걸 샀다. 리디북스엔 없어서 알라딘에서 이북으로. 다행히 알라딘 이북 뷰어도 하이라이트가 되고 괜찮더라(하이라이트를 다음 페이지로 이어서 칠 수 없는 건 좀 아쉽지만).
2000년대 초중반에 나온 책을 2014년에 3차 개정판으로 업데이트했는데, 시간이 또 훌쩍 지나 2022년이 되었으니 개정판 기준으로 해도 8년 전 책이다.
그래도 사용성이라는 원칙은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 지금 이 시기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3차 개정판을 내면서 모바일 앱에 대한 내용도 추가되었다. 저자는 모바일이라고 해서 딱히 다른 원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하니까, 모바일에 대한 예시는 많지 않아도 크게 걱정 없다.
중요한 건 역시나 사용자/고객 들이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편리하고 쉬워야 한다는 것.
사용자를 고민에 빠뜨리지 마라!
내가 기억하는 한 사용성 첫 번째 원칙으로 난 늘 이 문장을 이야기했다. 이 원칙을 최우선으로 여겨라. 디자인이 적절했는지 결정하는 최종 승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난다.단 하나의 사용성 원칙을 기억할 생각이라면 이 원칙을 택하라.
이 말은 웹 페이지를 최대한 자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설명이 없어도 보자마자 알 수 있게끔 말이다.
어디에 쓰이는 제품인지, 사용 방법은 어떠한지 고민하지 않고도 딱 보면 눈치 챌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명하다면 어느 수준을 말하는 것일까?
충분히 자명해야 한다고 해두자.
책 중후반이었나, 사용자/고객이 웹사이트를 사용하는 법에 대한 예시를 드는데, 거기에서 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사용자/고객은 당신의 웹사이트에 당도했을 때 뭐가 어디에 있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걸 찾기 위해 사용서를 읽어 보거나 누구에게 물어보지는 않을 거라고 말하는데, '오, 이거 완전 내 얘기잖아!' 했다.
웹/앱 디자이너나 개발자 들은 사용자/고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찬찬히 뜯어보고 인내심 있게 모든 곳을 다 탐색하고 둘러봐 주기를 바라겠지만, 실제로 그런 사용자/고객이 몇이나 되나. 10%도 안 될 거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 예컨대 '서울시 중랑구 원룸 매물' 뭐 이런 키워드를 머릿속에 담고 웹사이트에서 그 키워드가 있는지 그저 '훑어본다'.
그러고 나서 그게 없으면 약간 짜증을 내면서 검색을 하거나, 위아래를 좀 더 보거나 한다.
만약 사용자/고객이 유난히 성격이 급하거나 당장 바쁜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 웹사이트에 더 머무르면서 시간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나가서 구글 같은 검색 엔진에서 다른 비슷한 키워드로 검색을 하겠지.
사실 나도 그런데, 왜 남들은 안 그럴 거라고 생각했을까 ㅋㅋㅋㅋ 나도 말하자면 개발자 입장이라 그런가...
알고 보면 사람들은 여러분이 만든 페이지를 보는 데 우리 상상보다 훨씬 더 적은 시간을 소비한다. 그게 진짜 이유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웹 페이지를 만들려면 사용자가 마법처럼 사용 방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자명하게 이해되는 페이지, 아니면 최소한 설명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면 된다.
사용자도 진저처럼 (a) 진행 중인 작업이나 (b) 현재 본인이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와 관련된 단어나 구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물론 (c) 본인의 이름이나 무료, 세일, 섹스처럼 신경계에 각인된 단어도 이들이 집중하는 단어 목록에 포함된다.
'어떻게 설명 없이도 자명하게 만들라는 거야?'라고 따지고 싶을 수도 있는데, 저자의 답은 이렇다. 관례를 따르다.
예컨대 딱 보기에도 버튼 같아서 '아, 저걸 누르면 되는구나' 싶게 생긴 버튼의 관례라는 게 있지 않나. 사용자/고객이 눌러야 하는 버튼이라면 그런 관례를 따라 만든다.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글씨를 굵게 하거나, 다른 색깔로 튀게 하거나, 다른 곳보다 여백을 좀 더 주거나, 페이지의 맨 위쪽에 더 가깝게 하거나, 아니면 이상의 항목을 여러 가지 동시에 적용시켜라. 다 이미 몇천 번도 넘게 다 본 관례들 아닌가? 그렇게 하라는 거다.
'하지만 진짜진짜 기가 막히게 독특하고 개성적이며 아름다운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요!' 한다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웹 관례를 활용하지 않으려면 (a) 사람들이 별도로 익히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명확하거나 설명 없이도 이해할 수 있어서 관례만큼이나 좋은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 아니면 (b) 익히는 수고를 약간 들이더라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
내가 추천하는 바는 이러하다. 여러분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낫다는 것을 확신할 때 혁신하라.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관례를 잘 활용하라.
관례를 따르는 게 절대 미련하거나 혁신을 못하는 게 아니다. 사용자들을 편하게 해 주는 거지.
진짜 유용한 조언이 많이 담긴 책인데, 또 저자 본인이 유머러스한 사람인지 저자를 닮아 책도 유쾌하다.
곳곳에 사소한 농담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데, 번역가분은 이걸 다 잘 옮기고 싶어서 저자에게 이메일로 질문도 많이 하셨단다. 그 정성에 별표 다섯 개를 드려요!
덕분에 번역도 썩 괜찮다. 정성이 들어가서 그런 듯.
사용성이 뭔지 알고 싶고, 사용성을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좋은 디자인이 될지 고민하는 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 책부터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다.
꼭 사용성과 관련한 직업을 가진 이들만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냥 가볍게,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 등에 관심이 있고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분들도 츄라이 츄라이!
리디북스에서도 이 책을 판매하면 좋겠는데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난 이미 알라딘에서 샀으니까^^...
또 좋은 IT 관련 도서가 있으면 읽어 보고 추천해 드릴 것을 약속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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