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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레시마 소자니, <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

by Jaime Chung 2022.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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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레시마 소자니, <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

 

 

'걸스 후 코드(Girls Who Code)'의 설립자가 여성들에게 '완벽해지려고 애쓰는 대신 용감해져라'라고 말하는 책이다.

일단 '걸스 후 코드'가 무엇이냐면, 여성들에게 코딩을 가르침으로써 컴퓨터 과학, IT 업계에 여성의 진출과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하는 것이 목표인 비영리 단체이다.

저자는 이 단체의 본래 목적과 이 단체의 예기치 못한 효과에 대해 이렇게 썼다.

걸스 후 코드의 본래 목적은 STEM(과학, 수학, 기술, 공학 과목)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열세 살에서 열일곱 살 사이의 여자아이들의 성향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2020년에는 IT 관련 분야의 가용 일자리 140만 개 중 현재 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의 비율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걸스 후 코드를 설립하면서 여성들에게 성공적인 직업을 보장해 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성들에게 코딩하는 법을 가르치자 용감해지는 법도 가르칠 수 있었다.

코딩은 시행착오의 끝없는 연속이며, 때로는 세미콜론 하나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기도 한다. 코드는 부서지고 산산조각 난다. 원하던 것이 눈앞에 펼쳐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하기까지는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 순간에 도달하려면 불완전한 상태를 인내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이 책을 만나기도 전에 이미 '걸스 후 코드'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가 그 설립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흥미를 느껴 이 책을 읽었다.

'여성들은 완벽해지려 애쓴다'라, 참 공감되는 말이다.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어떤 어려운 일, 자신이 못해 보았던 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등에 도전해 보라는 권유를 받으며 성장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여성들에게 얌전해야지, 착해야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야지, 같은 말은 해도 '일단 한번 해 봐.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같은 말을 들으며 도전을 권유받지는 않는다. 그런 건 '여성스럽지' 않으니까.

그래서 뭐든 잘하는 것을 더 잘하고 싶어 하고, '완벽'해지고 싶어 하도록 길러진다.

예컨대 어떤 여학생이 국어 과목을 잘해서 늘 좋은 점수를 받아 온다면, 그 '완벽함'을 깨버리고 싶지 않아 그 성적에 집착하게 되고, 영어나 수학이나 과학 등 다른 과목에 '도전'할 심적 여유를 잃게 된다.

만약에 도전을 해 봤는데 자신이 바라는 것만큼, 또는 이미 잘하는 다른 어떤 것만큼 잘하지 못한다면? 그러면 곧바로 의욕을 잃고 포기하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에리카처럼 완벽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기 두려워하는 세대를 낳은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문화다. 이들 세대는 두려워서 자기 마음을 털어놓지도, 대담한 선택을 하지도, 자신의 성취를 인정하고 자찬하지도,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지도 못한다. 끊임없이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고 애쓸 뿐이다. 다시 말해서 용감하게 행동하기를 두려워한다.

여자아이들은 아기 때부터 '착한 아이가 되어야지, 예의 바르고 우아아헤 행동해야지'라는 수백 가지의 암시를 받으며 자란다. 부모는 여자아이들에게 흠잡을 데 없이 조화롭게 맞춘(리본까지 색을 맞춘) 옷을 입혀놓고는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여자아이들은 A를 받는 착한 학생이라고, 남을 도울 줄 아는 예의 바른 아이라고, 협조를 잘하는 아이라고 크게 칭찬받는다. 하지만 한 끗 차이로 조금만 지저분하거나, 자기주장을 하거나, 혹은 시끄러우면 야단을 맞는다(제아무리 부드럽게 말해도 꾸지람은 꾸지람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완벽 대신에 차라리 우수성, 발전을 추구하는 자세로 옮겨가야 하고, 용기를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업무상 완벽해야만 한다면? 내가 완벽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본다면?'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가?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있기는 하지. 그런데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는 완벽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0년 대학교 교수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교수들은 논문을 출판하거나 상을 받는 일이 훨씬 적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토머스 그린스펀(Thomas Greenspan)은 <뉴욕(New York)>지에서 이렇게 설명헀다. 특정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완벽주의자일 가능성이 훨씬 적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실수를 두려워하면 일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외과 전문의가 정확한 결정을 내렸다는 절대적인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면 환자는 출혈로 사망할 수도 있다."

 

책 내용은 썩 괜찮은데, 번역과 교정이 아쉽다. '수치스러운 부정적 감정'은 'negativity shaming'이라고 옆에 원문까지 표기해 놓고 왜 이상하게 번역했는지 모르겠다. 이건 굳이 옮기자면 '부정적인 감정 비난' 정도나 뭐 그런 말로 옮기는 게 맞겠다.

'negativity'한 것을 'shame'한다는 뜻이니까. 조금만 부정적인 말을 해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하며 비난하는 걸 말한다.

'못생겼어요?'를 '못 생겼어요?'로 잘못 쓰고, '조그씩'(=조금씩)'이라고 말도 안 되는 오타가 있는 것도 봤다.

'어의가 없어서'는 오타인지, 아니면 잘못된 거 아는데 유머로 쓴 건지 감도 안 잡힌다. '어의'가 아니라 '어이'인 거 아는데 웃기려고 한 거겠지...? 근데 문제는 딱히 맥락이 웃기려고 농담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 소름이다.

'폭망'은 '(폭상 망함)'이라고 해설에 오타를 내 놨다. '폭삭' 망한 거라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개중에 압권은 이거다.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에 'w'를 넣어서 <다운타운 애비(Downtown Abbey)>로 만들어 놓은 것. 이걸 보고는 내 눈을 의심했다. 이 쇼를 안 본 나도 제목은 들어서 아는데, 이 책 교정 및 교정 관련자들 중에는 드라마 제목조차도 들어 본 사람이 없었던 걸까?

이 책을 보면서 이 정도의 오탈자와 오역은 감수하셔야 한다는 거 참고하시길.

 

오탈자야 번역해서 출간하는 우리나라 출판사 실수니까 그렇다 치는데, 저자에게 아쉬운 게 하나 있다.

'여자들은 뫄뫄한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도전하기보다는 안전, 완벽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식으로 말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건 그냥 여자들이 타고나서 그런 거라기보다는 사회적인 영향이 큰 거 아닌가. 

그런 점을 더 명확히 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이러이러하게 여성들을 교육하고 강제하니까 우리가 자발적으로 그 문화에서 벗어나 바람직하고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 가자! 가 보자고! 이렇게 글을 이끌어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다시 말해 여성주의적 분석이 좀 더 곁들여졌다면 좋았겠다는 뜻이다. 지금도 그다지 썩 나쁜 책은 아니지만. 내 기준이 너무 높은 건가.

마지막으로, 모든 독자 여러분이, 아니, 내 독자가 아닌 분들도 완벽 대신 개선을 추구하는 용기를 낼 수 있기를 기원하며, 아래 인용문으로 이 리뷰를 마친다.

아나이스 닌(Anais Nin)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그 사람의 용기에 비례해서 수축되거나 확장된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용기는 자신이 스스로 창조할 수 있는 가장 원대한 삶을 살아가는 열쇠다. 나는 모든 여성들이 완벽하지 못하면 망한다는 족쇄에서 풀려나 힘차게 자신의 꿈을 좇아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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