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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다키자와 슈이치, <아니, 이 쓰레기는 뭐지?>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 그것이 지난 며칠간 내가 떠올려 본 질문이다. 이 질문을 시작한 것은, 일본의 코미디언이자 청소부 일을 하는 다키자와 슈이치가 쓴 <아니, 이 쓰레기는 뭐지?>라는 에세이를 읽으면서였다. 저자는 코미디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수입이 충분하지 않아 생계를 위해 쓰레기 청소부 일을 시작한다. 그것이 6년 전. 베테랑 청소부가 된 그는 이제 그간의 경험을 소개해 주는데, 이 책은 단순히 '이러이러한 놀라운 에피소드가 있었답니다'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타인에게 어떤 생각할 거리나 배울 것을 주며, 또한 사회적인 면에 대한 나름대로의 비평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나름대로의 '좋은 책'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이렇다. 청소부인 저자는 여러 군데를 다녀보았기 때문에 부자 동네와 그렇지 않은 동네의 차이를 통찰할 수 있었다. 그는 이렇게 쓴다.

이런 예를 통찰하는 가운데 내 나름대로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맨 처음으로 든 생각은 사소한 의존이 커다란 소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부자 지역에서는 생수통으로 쓰이는 대형 특수 페트병이 자주 나왔다는 사실 말이다. 부자들은 반드시 그렇게 해야 득이 된다는 소비 방식을 알고 있다. 확실히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500밀리미터 페트병을 매번 사는 것보다 대형 용량으로 물을 사 마시는 편이 단연 이득이다. 이제 좀 짐작이 가는지?

물을 사러 편의점에 들렀을 때 500밀리리터보다 2리터들이가 가격 면에서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500밀리리터 콜라를 열다섯 병이나 쟁여놓고 마시려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든다. 계산해보면 웬만한 금액이 들어가는 소비에 해당한다.

담배, 술, 비타민 음료도 마찬가지다. 소소한 사치를 부리며 자기 자신에게 상을 주는 마음으로 그런 것을 사는 것을 그다지 대단한 쇼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1년 치로 환산하면 상당한 금액이다. 부자 동네에서 이런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건강을 지향한다는 명분 아래 자신에게 투자할 여유가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대형 쓰레기에 건강 용품이 나온다는 것은 당연히 건강에 신경을 쓴다는 경향을 말해준다. 또한 부촌이 아닌 동네에 비해 담배꽁초 쓰레기가 적은 것, 부모의 원수를 때려잡듯 술을 마시지 않는 것도 비슷한 경향의 반영이다. 승마 운동 기구가 나오는 것도 운동을 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고, 미용 관련 쓰레기도 자기 투자라는 측면에 속할 것이다.

술, 담배는 나와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건강을 생각해서인지 부유한 지역에서는 감자 칩 봉지나 초콜릿 상자도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때때로 부촌이 아닌 지역에서는 커다란 쓰레기봉투가 찢어질 때 감자 칩 봉지가 튀어나올 만큼 감자 칩을 많이 먹는 사람이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린다 티라도의 <핸드 투 마우스>가 떠올랐다. 실제로 가난을 경험한 저자가 쓴 이 에세이에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발이 아프고 등은 쑤시는데 잠도 자고 싶고 샤워도 하고 싶다면, 오븐에 들러붙은 기름 찌꺼기를 닦는 것은 내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의 목록에 오르지도 못한다. (...) 나를 힘들게 하는 또 하나는 균형 잡힌 식사다. (...) 슬프게도 건강한 음식은 나를 위로해주지 못했다. 그 점에서는 브라우니 한판이 더 나았다. (...) 가난한 사람들이 합당한 이유 없이 자기파괴적으로 보이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 건설적인 방법은 모두 돈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헬스클럽에 가입할 수 없다. 내 속내를 공짜로 들어줄 정신과 의사는 없다. 

이 인용문은 테이 존데이(Tay Zonday)라는 유튜버가 트위터에 쓴 이 트윗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금 당장 치약 칫솔을 살 돈이 없는가? 그럼 내년에는 임플란트 비용을 청구받을 것이다. 지금 당장 새 매트리스를 살 돈이 없는가? 그럼 내년에는 척추 수술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그 혹을 검사 받을 비용이 없는가? 그럼 내년에는 3기 암 치료비를 내게 될 것이다. 가난에는 이자가 붙는다."

가난하면 기본적인 건강에 투자할 돈조차 없다는 사실을 저자는 쓰레기에서 통찰했다는 게 놀랍다. 

이뿐만 아니라 저자는 쓰레기장에서 시민의식까지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사할 때 부동산에서 부동산에서 몇몇 매물을 소개받고 실제로 이사 갈 집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럴 때 그 동네 쓰레기장을 둘러보기를 권한다. 깨끗하게 쓰레기장을 사용하는 곳이라면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제대로 규칙을 지키며 생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청소부는 보통 쓰레기를 수거하는 날 다른 종류의 쓰레기가 나와 있으면 쓰레기차에 싣지 않고 그냥 놓아둔다. 쓰레기가 남아 있거나 깡통과 병만 놓여 있다는 것은 수거할 수 없는 쓰레기를 내놓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 규칙을 지키지 않고 쓰레기를 내놓은 것이다. 그것은 단지 쓰레기 배출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에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규칙을 어기는 사람은 다른 규칙도 어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그래서 쓰레기장은 그곳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된다. 관리인이 관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쓰레기장을 깨끗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서로 규칙을 잘 지키게끔 하는 '눈'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사 갈 곳 근처를 걸어 다녀보았는데 주변의 쓰레기장에 깨끗한 상태라면, 아마도 각 쓰레기장마다 집단적으로 쓰레기 당번제를 정해놓고 담당자가 책임지고 정리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쓰레기봉투에 타는 쓰레기와 타지 않는 쓰레기를 마구 섞어 넣어버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보통 사람이라면 담당자의 얼굴을 떠올리고 '저 집 사람은 쓰레기 분리수거도 제대로 못하느냐'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쓰레기를 잘 분리하여 배출할 것이다.

쓰레기 당번을 둘러싸고 대화가 이루어지면 자연스레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도 알게 되고, 이웃 사이에 인사를 주고받는다. 이런 동네는 이웃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어렵다.

그런데 오늘날 어린이를 표적 삼아 벌어지는 범행의 원인은 대부분 지역 커뮤니티의 관계성 상실이라는 인식이 벌써 오래 전부터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곳이라면 이웃 사람들이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 아이는 뉘 집 아이라든지, 오늘도 씩씩하게 잘 뛰어놀고 있다든지, 굳이 말을 걸지 않아도 지켜보는 '눈'이 있기 마련이다. 가족 단위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동네를 추천한다.

(...) 앞에서 말한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을 때 이런 반응이 나왔다.

"나는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사 오기 전에 가까운 편의점의 쓰레기통을 보라고 권합니다. 쓰레기통이 가정집 쓰레기로 가득 채워져 있는 곳은 그리 예절을 잘 지키는 지역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렇고맗고, 맞는 얘기야. 역시 그랬구나. 선배님이셔!' 하고 격렬하게 동의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그랬구나!' 하고 괜히 감동하는 동시에 내 생각이 맞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자기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은 쓰레기를 내놓는 일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한국와 일본의 쓰레기 처리법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도 이 방법을 통해 그 동네 주민의 시민의식을 살펴보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가능할 듯하다. 이사하실 분들에게 진짜 좋은 꿀팁인 듯. 이사 갈 곳이 아파트 단지라면 경비원님께 아파트 입주자들이 쓰레기를 잘 분리해 버리는지, 재활용 날마다 애로 사항은 없으신지 슬쩍 여쭤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그건 그렇고, 정말 통찰을 하려는 의지와 통찰할 수 있는 혜안만 있다면 그 대상이 무엇인지는 정말 문제가 안 되는 것 같다. 쓰레기를 통해서도 통찰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저자는 쓰레기를 통해 통찰뿐 아니라 일본 사회에 대한 비평까지 한다. 쓰레기가 너무 많다고 말이다. 단순히 쓰레기 청소부의 일은 이러이러한 것입니다, 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직업을 가진 사회인으로서 사회에 바라는 바를, 어떻게 보면 가볍게 읽고 넘길 수도 있는 에세이에 썼다는 점이 감탄스러웠다. 그가 코미디언이라는 일뿐 아니라 청소부라는 일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쓰레기의 양이 줄면 우리 일이 편해지니까 그렇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정상이기 때문입니다. 무시무시하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인정할지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내놓는 쓰레기의 양은 일본이 단연코 세계 제일입니다.
미국은 그렇게 해도 될지 모르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은 좁은 나라입니. 유감스럽게도 고양이의 이마지요. 농담이 아닙니다. 일본은 새로운 매립지를 마련하는 일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정말로 고양이 이마만 합니다.

개중에는 매립지를 늘리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도쿄에 관해서만 말하면 더 이상 매립지를 늘리면 도쿄만이 무역항으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도쿄만뿐 아니라 제가 조사해본 바로는 다른 지방도 매립지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재활용에 힘쓰자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을 알고 나서 쓰레기를 회수하고 있으면 소름이 돋을 만큼 두렵습니다. 매일매일 미친 듯이 나오는 쓰레기를 본다면 무서워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겁니다. (...)

청소부 선배는 확실한 숫자를 들려주었습니다. 도쿄의 매립지는 앞으로 50년밖에 쓸 수 없다고 합니다. 매립지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들었다고 운전기사가 말해주었습니다.

매립지는 2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쓰여 있는 어느 지방의 홈페이지를 봤습니다. 도쿄의 매립지보다도 수명이 짧습니다.

또한 그는 기가 막히게 스웨덴의 예까지 들어서 '일본 사회가 이렇게 변화해야 한다'라는 것을 보여 주는데, 정말 이런 전개는 가벼운 에세이(이 책의맨 첫 번째 장은 한 컷 그림과 그에 딸린 짧은 글, 그러니까 일종의 그림 일기 같은 포맷이다)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기에 좋은 쪽으로 놀라웠다.

쓰레기의 메이저리그 선수 격인 스웨덴에서는 전국적으로 쓰레기 문제와 씨름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쓰레기 부족 상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뭐라고? 쓰레기 부족 상태라고? 일본인으로서는 이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스웨덴에서는 쓰레기를 에너지로 변환시키기 때문에 원료가 되는 쓰레기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왠지 오금이 저릴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웃 나라의 쓰레기를 수입한다고 하니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질 듯합니다. 

그리고 원래 쓰레기가 적습니다. 스웨덴에는 상품을 만드는 기업이 쓰레기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률이 있기 때문입니다. 재활용, 폐기에 관한 비용을 기업이 전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기업 자체가 노력하고, 판매 단계에 들어가면 쓰레기가 될 만한 것을 제거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나오는 쓰레기조차 극단적으로 재활용해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온 결과가 바로 놀라 쓰러질 만한 숫자를 내놓은 것입니다. 매립지에 파묻은 쓰레기의 양은 배출 쓰레기의 1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는 경악할 만한 수치입니다.

스웨덴의 뒤를 따라가려고 덴마크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 쓰고 버린 접시나 숟가락에 과세를 30퍼센트 부과하기 때문에 소비가 별로 없습니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내놓지 않으려고 국가가 솔선수범하여 노력하는 모습에 일본인으로서 그저 감탄스럽기만 합니다.

나도 혹시나 싶어서 '쓰레기 스웨덴'이란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정말로 스웨덴의 쓰레기 매립률이 2013년에 0.7%까지 낮추었다는 기사가 보였다(출처는 여기). 스웨덴에서 환경학과 지속가능성을 공부하신 분이 쓴, 스웨덴의 쓰레기 재활용법에 대한 글도 읽었다(여기). 여하튼, 스웨덴의 예를 들며 일본 사회가 지혜롭게 쓰레기 처리 문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참 멋졌다. 단순히 개인의 경험을 묘사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배움이나 어떤 바람직한 감정을 제공하고, 또한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해서까지 한마디 덧붙이는 것, 그것이 좋은 책의 역할이자 기능 아닐까?

물론 이 책도 완벽하지는 않다. 쓰레기를 보고서 그 쓰레기를 버린 사람을 프로파일링하는데 남성보다 여성에 대해 더 가혹하다는 느낌이다. 말로는 가정적이라고 하지만 쓰레기를 제대로 분류해 버리지 않던 한 화려한 여성 이야기를 하면서 "멋쟁이 여성은 청소를 잘 못한다고 보면 대체로 틀리지 않다"라는 말을 떠올린다. 곧바로 "뭐, 그렇다고 한들 상관은 없다. 모든 사람이 다 거기에 들어맞지는 않을 테니까."라고 덧붙이는데, 그럴 거면 애초에 그런 말은 왜 꺼낸 건지? 그 바로 앞 꼭지에서는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생활에 충실한지는 알 수 없지만, 쓰레기 배출에는 건성이고 허랑한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타지 않는 쓰레기는 딱 분리해서 지정 박스에 두고 왔다."라고 썼으면서 말이다. 어떤 아줌마가 수거할 수 없는 쓰레기를 내놓아 '현재는 타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중이라 깡통은 가져갈 수 없다'라고 거절했더니 그때부터 완전히 그렘린처럼 돌변해 1년 반이나 매번 쓰레기차를 따라다니면서 청소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는 오싹한 에피소드도 그렇고. 그보다는 왜 가정집 또는 주거 지역의 쓰레기를 수거할 때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남성보다 여성의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았을까? (그거야 쓰레기 버리기 같은 집안일은 여성의 일이라는 의식이 아직도 팽배하니까 그렇지!)

세상에 완벽한 책이라는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아닐 거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은 여전히 좋다. 아쉬운 점 몇 가지만 보완했으면 흠잡을 데 없었겠지만, 그래도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지 하는 물음에 나름대로의 답을 줄 수 있을 정도는 되니까. 리디셀렉트에 올라와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라. 그건 그렇고, 이제 나도 쓰레기 줄이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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