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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유경현, 유수진,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by Jaime Chung 2022.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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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유경현, 유수진,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KBS <다큐 인사이트 - 별점 인생>에서 미처 다 다루지 못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 여기 호주에도 '배민'처럼 음식 배달 앱들이 여럿 있는데, 이걸 자주 이용하는 나로서는 참 씁쓸해지는 책이었다. 

플랫폼이라는 게 정말 누구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내가 어릴 적, 최소한 대학 시절 이전에는 배달 대행 업체가 이렇게 일반적이지 않았고 그냥 음식점에서 전화를 해서 주문해 음식을 받고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하는 형태였다. 음식은 음식점에서 자체 고용한 배달 기사가 배달했고, 손님들은 따로 배달료를 내지 않았다. 배달비는 음식값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배달 대행 업체와 '배민' 같은 플랫폼이 나타났고 (뭐가 먼저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손님들은 이제 배달비를 따로 내야 했다. 배달비가 이제 9천 원이나 되는 곳도 있다는데, 결국 그래서 손님, 음식점, 배달 기사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나? 손님은 음식값 외에 배달비를 또 내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나서 그냥 음식점에서 미리 주문만 하고 직접 찾아간다거나 아예 배달 음식을 줄이거나 끊기도 하고, 음식점은 그 배달비 때문에 손님들이 줄어들까 걱정이며, 배달 기사들은 악천후에도 위험을 감수하며 배달하는데 배달로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은 못 봤다. 이 책에서도 다큐 제작진들이 확인했듯이, 어떤 플랫폼이든 처음 시작해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힐 때까지는 노동자들에게 인센티브를 넉넉히 주는 편이다. 그때는 노동자들을 많이 모아야 하고 고객들도 끌어와야 하니까. 그러다가 노동자가 많이 모집되면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없어지고, 그래서 건당 노동자가 받는 실질적 보상은 줄어든다. '아무 때나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다'라는 홍보 문구는 실질적으로 '먹고 살만한 수준의 돈을 벌려면 아무 때나 다 일해야 한다'라는 현실을 교묘하게 감추는 것이다.

게다가 별점 제도는 또 어떤가. 예전에는 동네 입소문을 통해 어떤 가게가 맛이 좋다거나, 서비스가 별로라는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이런 이야기는 대개 동네 사람들에 한정돼 전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별점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다. 고객들이 언제나 '공정'하게 별점을 주는 것은 아닌 데다가, 고객과의 오해 또는 갈등이 있어도 플랫폼은 개입하지 않는다. 예컨대 책에 나온 '대리주부' 플랫폼의 노동자 이동희 씨의 실례처럼, 고객이 부당하게 항의를 해도 노동자가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떻게 오해가 잘 풀린다고 해도 이전에 준 5점 아닌 별점 때문에 내려간 평점이 다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높은 별점이 가장 먼저 노출되므로, 노동자들은 우선 노출권을 위해 자발적으로 더 일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뿐이랴, 별점 다섯 개를 달라고 부탁하는 감정 노동도 해야 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플랫폼이 실질적으로 고객이나 노동자, 어느 쪽에게 도움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배를 불리는 건 플랫폼뿐인데 말이다. 

노동문제를 다루고 실질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이 좋다. 한국의 예가 80%, 외국의 예가 20% 정도라 국내 실정에 맞는 점도 좋고. 게다가 그리 길지도 않고 (종이책 기준 232쪽) 정 읽기가 힘들다면 그냥 다큐 영상을 봐도 되니까 그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바라며, 당장 나부터 별점에 후해져야겠다.

➕ 이 책에서 다룰 범위를 벗어나긴 하지만 만약에 이런 '긱 경제(gig economy)'가 이 세대의 정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즉 이런 경제 때문에 밀레니얼(millenial)들이 어떤 사고를 가지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앤 헬렌 피터슨의 <요즘 애들>을 참고하시라. 진짜 아주 정확하게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한 책이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이야기지만 한국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거진 다 들어맞고 공감할 만하다. 내가 작년에 읽은 책들 중 단연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책이다.

2021.11.22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앤 헬렌 피터슨, <요즘 애들>

 

[책 감상/책 추천] 앤 헬렌 피터슨, <요즘 애들>

세상에, 정말 놀랍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관찰해서 (저자 본인이 밀레니얼 중 나이 든 편에 속한다) 그들이 왜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읽으면서 내내 공감했다. 미국

eatsleepandread.xyz

 

➕ 아래에는 유튜브에 공개된 <다큐 인사이트 - 별점 인생> 클립들을 올려 놓았으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보시라. 당연히 책 내용과 거의 같은데, 책에서는 플랫폼 이름이 공개되지만 아래 영상들에서는 그냥 '플랫폼'이라고만 나온다. 그래도 대충 보다 보면 어디겠구나 하고 감은 오지만. 책을 다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이 다큐만 따로 보셔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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