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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심너울,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by Jaime Chung 2022.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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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심너울,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 아래 서평은 심너울의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실 예정인 분들은 독서의 재미를 위해 책을 먼저 읽으신 후에 이 서평을 읽으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내 이웃인 HEY님이 읽으신 걸 보고 나도 영감을 받아 읽게 되었다. 심너울 작가의 다른 책들은 거의 다 읽었는데 왜 이건 안 읽었을까 생각하면서.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엮여 있는데 끝에는 저자의 작품 후기와 프로듀서의 말까지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주, 우주선과 외계 생물이 나오는 정통 SF는 그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기가 어려워서 심너울 작가의 소설처럼 생활 밀착형 SF를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신화의 해방자>와 <최고의 가축>은 판타지스러운 면도 더 읽기에 편했다.

<정적>은 마포구와 서대문구 지역에 갑자기 정적이 찾아와 그곳에 있으면 아무도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는 기이한 현상을 다룬다. 비장애인, 청인에게는 그게 너무나 낯설고 불편한 일이지만 농인들에게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라는 것, 그래서 ‘불편한 일’이라는 것도 그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와중에 너무나 현실적인 K-부동산 묘사…

사태의 진상이 원인 빼고 드러나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정적 구역을 떠났다. 수도권 시민들은 갑작스레 치솟는 집값에 환호했다. 그러다 보니 뜬금없이 대통령 지지율도 올랐다. 어떤 사람들은 정적 구역의 빈집들을 닥치는 대로 사서 모으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부동산이란 게 뭔가 하는 회의에 빠졌다.

[사람들 경험이 이렇게 서로 달라요. 이제는 이 동네 비장애인들이 많이 떠났으니, 확실히 편하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말을 이었다.

[여기 땅값이 엄청 내렸어요. 그래서 제 주변 사람들은 다 마포구 한강변에 있는 아파트에 살게 됐어요. 장애인 편의 시설 설치가 웬 말이냐 하면서 시위하는 사람들도 없고, 창밖으로 한강도 보이고, 얼마나 좋아요. 요즘에는 방송마다 자막도 달아 주잖아요. 수화는 기대도 안 하지만.]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는 경의중앙선이 하도 연착이 되어 그걸 기다리던 사람들이 좀비가 되고 만다는 이야기다. 나는 경의중앙선은 타 본 적이 없지만 원망이 자자하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렇게 소설의 소재까지 되다니! 반성해라 ✊ 경의중앙선이 얼마나 연착이 되면 웹툰 작가가 기다리는 시간에 웹툰을 그리기 시작해 매일매일 연재 중단 없이 꾸준히 업로드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것인가…

나는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지하철 도착 시간이 거의 다 되어 있었다. 나는 휴대폰에 지하철 앱을 띄워 그에게 보여 주면서 말했다.

”곧 도착한다는데요?”

성하리가 풉 하고 웃었다. 밉지는 않았다.

”아니, 경의중앙선 시간표를 믿어요? 이분 정치인들 공약도 믿을 분이네.” ”그럼 언제 오나요?” ”글쎄요……”

경의중앙선을 타려던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영혼을 빼앗긴 모습이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물론 긴 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출근을 해야 한다는 괴로움 등으로 상당히 고통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생기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영혼과 생기, 그리고 지성까지 잃어버린다고 한다.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는 웃긴 부분이 너무 많아서 여기에 일일이 다 옮길 수 없다.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게 본 작품.

이 단편집의 제목이 되기도 한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이 일주일에 단 하루, 금요일만 제정신, 의식을 가지고 살게 된다는 점에서.

김현은 일주일 중 이틀만 살았다. 그 이틀은 금요일 오후 6시에 시작되어 일요일 오후 6시즈음에 끝났다. 평일에는 차마 살아 있다고 하기 힘들었다. 매주 찾아오는 그 짧은 생명의 기간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현은 행복센터 밖으로 급히 튀어나와 주차장 구석에 세워 둔 스쿠터 위에 올랐다.

<신화의 해방자>와 <최고의 가축>은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봐도 될 듯하다. 책 소개를 다 하면 재미없으니까 그냥 판타지스럽고 용이 나온다는 정도로만 해 두자. 근데 정말 인간이면 신화 속 존재인 용조차도 길들일 방법을 찾을 것 같아 살짝 기분이 묘하다.

여담이지만 책 앞에 나오는 작가 소개에 “회한이 많아 이불을 자주 찼더니 레그 레이즈만 잘하는 기묘하고 빈약한 신체를 갖게 되었다.”라고 쓰여 있어서 웃었다. 심너울 작가는 SF 소설도 생활 밀착형으로 잘 쓰지만 수필도 잘 쓰니까 관심이 있으시다면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도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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