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쿠제 가쿠, <우라미치 선생님 1-7권>
최근 나는 일하는 시간이 늘면서 집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등 편히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풀 겸, 주말에 만화를 읽었다. 쿠제 가쿠의 <우라미치 선생님>은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짤을 통해 조금 알고 있었고 리디 북스에서 맛보기로 1화를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재 나와 있는 일곱 권을 한번에 다 사서 보기엔 내가 이걸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어차피 뭐, 선물받은 문화 상품권도 있겠다, 일단 큰맘 먹고 질렀다.
그리고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우라미치 선생님>은 어른들을 위한 만화라 불러도 될 것 같다. 아래 짤을 보면 대충 감이 오겠지만, 이 만화를 웃기게, 그리고 동시에 슬프게 만드는 것은 주인공 우라미치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이다. 오모타 우라미치 선생님은 ‘마망과 투게더’라는 아동용 교육 TV 프로그램에서 체조를 담당하는 체조 선생님이다. 그의 동료로는 노래 선생님들인 타다노 우타노 선생님과 다가 이케테루 선생님, 그리고 각각 ‘토돌이’와 ‘곰돌이’ 탈을 쓰고 연기하는 우사하라 토비키치와 쿠마타니 미츠오가 있다(이 둘은 우라미치의 대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이들은 먹고살기 위해 힘든 일, 하기 싫은 일도 꾹 참아야 하고, 자기 잘못이 아니어도 죄송하다 사과해야 하는 등 어른의 현실에 푹 젖어 있다. 특히 우라미치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더욱. 이렇게 현실에 찌든 이들이 티끌 하나 없이 순진한 (그러나 때로 어째서인지 아주 현실적인) 아이들을 ‘선생님’으로서 가르친다는 데서 나오는 그 아이러니가 재미를 유발한다.
(참고로 이 부분은 1권의 1화라 리디 북스나 알라딘 같은 이북 서점에서 미리 보기로 볼 수 있을 정도니 스포일러 걱정일랑은 마시라.)
일곱 권을 다 읽고 난 후 내 최애는 쿠마타니 미츠오로 결정됐다. 등장인물들 중 제일 바른 사나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달까. 위에서 언급한 이들 말고도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잘 보면 이름이 말장난이다. 예컨대 주인공인 오모타 우라미치의 ‘오모(테)’는 ‘겉’, ‘우라’는 ‘속(뒤)’이라는 뜻이다. 타다노 우타노는 ‘그냥 노래’, 다가 이케테루는 ‘그러나 멋있다’라는 말로 만든 말장난 이름이다. 내 짧은 일본어 실력으로도 대충 말장난이라는 걸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이름들도 있다. 헤어메이크업 담당인 ‘헤아메 이쿠코(헤어 메이크업 하는 애)’ 디지털 기획부 사원 ‘우에부 사이토’(웹사이트)처럼.
인맛의 쓴맛을 이 정도면 충분히 봤는데 왜 인생이 달달해지지 않는가 현타가 오신 분이라면 이 만화를 보면서 잠시 힘든 마음을 달래 보는 게 어떨까. 나 혼자 인생이 이렇게 힘든 건 아니구나, 어른이란 건 원래 이런 거구나, 공감하며 만화를 읽다 보면 그래도 조금 더 힘이 날 테니까. 맛있는 것도 충분히 드시고요. 이 세상 모든 어른이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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