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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압듈라,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by Jaime Chung 2023.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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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압듈라,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별 생각 없이 약간 뇌를 비우고 볼 수 있는 만화를 찾다가 이걸 발견했다. ‘해부학 만화’라서 뇌를 놓고 보기에는 적절하진 않지만 괜찮다. 어차피 나는 평소에도 뇌를 그렇게 많이 쓰지 않으니까.

제목 그대로 뼈, 근육, 신경 등을 한 겹씩 ‘까면서’ 보는 해부학 서적인데 만화 형태로 되어 있다. 기초적인 지식이라 의학이나 필라테스나 헬스 등 체육 전공자들 수준으로 아주 깊진 않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분명 비전공자들은 살면서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을 다양한 뼈와 신경, 근육의 이름들이 홍수처럼 터져 나온다. 분명 나는 이걸 다 읽었는데 머리에 남는 게 없다(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평소에도 뇌를 많이 쓰지 않는다). 의대생들이나 체육 전공자들은 도대체 이 낯선 해부학 용어들을 어떻게 다 외우는 건지 그저 존경스럽다.

다행히도, 저자가 드립의 천재라 <기생충>, <친절한 금자씨> 같은 영화부터 <죠죠의 기묘한 모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같은 애니메이션까지 두루두루 패러디한다. 이건 각 장의 표지가 되는 대상만 말한 거고, 본문에서 패러디되는 밈이나 작품을 하나하나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만화에 저자의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몇몇 등장하는데, 근돼(근육 돼지)와 다귀(뼈다귀)는 귀엽고 신경퀸과 심장퀸, 척추퀸을 비롯한 ‘퀸’들은 예쁘고 멋지다.

온라인 서점 평을 보니 드립이 너무 많아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던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드립이 이만큼이나 있으니까 해부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그나마 부담을 적게 느끼고 ‘하하 웃기다’ 하며 드립만이라도 감상할 수 있는 거지, 드립이 좀 적고 해부학적 지식을 더 깊이 전달하려고 했다면 지루한 ‘학습 만화’가 되었을 거다. ‘만화’보다 ‘학습’에 더 방점이 찍혀서 지루하고 대화는 어색하며 상황은 작위적인 그런 만화들 말이다. 이 만화는 전혀 그렇지 않으니 안심하시라. 저자는 따지고 보면 의대생은 아니지만 (어릴 적에 몸이 아팠던 일 때문에 인체에 호기심이 생겨 혼자 인체를 공부하기 시작해 결과적으로 운동사 자격증과 체대 졸업증까지 얻었다고), 본인이 열심히 공부한 것도 있고 전문가에게 감수도 받았으니 그 점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나는 이 책에서 다루어진 지식의 진위 여부를 따질 만큼의 관심과 지식이 없는 사람이다…). 물론 이제 이 만화를 보고 난 후 암기는 여러분의 몫이지만… 😅 개인적으로는 해부학을 전혀 모르는데 이걸로 ‘찍먹’을 해 본 것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웠다. 어려운 걸 알았으니 이제 깝치지 않겠읍니다… 여러분도 뭔가 새로운 걸 경험해 보고 싶다면, 아니면 해부학 공부를 해야 하는데 조금이나마 쉽게 흥미를 붙일 방법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한번 거들떠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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