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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야기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인들이 에뮤(Emu)와 싸웠다고?

by Jaime Chung 2018.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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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인들이 에뮤(Emu)와 싸웠다고?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만 사는 새가 있다. 바로 에뮤(Emu).

날지 못하는 이 새는 서 있을 때 키가 무려 1.6m에서 1.9m나 되고, 세상에서 가장 큰 새들 중 하나이다(첫 번째로 큰 건 타조이고, 에뮤는 2위이다).

호주의 상징이기도 한 에뮤는 호주의 문장(coat of arms, 紋章)에 캥거루와 같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게 바로 호주의 문장이다. 왼쪽이 캥거루, 오른쪽이 에뮤

 

그런데 호주인들이 에뮤와 싸운 적이 있다고 하는데, 무슨 일일까? 우선은 간단히 에뮤에 대해 알아보고 시작하자.

 

에뮤는 호주에만 서식하지만 에뮤라는 이름은 호주 원주민들의 언어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다.

'큰 새(large bird)'를 의미하는 아랍어 또는 포르투갈어에서 나온 것이다.

에뮤는 주행성이다. 즉, 밤에는 자거나 털을 다듬고 낮에 먹이를 먹고 활동한다.

 

 

에뮤의 특징 중 하나는 암컷이 녹색 알을 낳으면 수컷이 이를 품으며, 줄무늬가 있는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면 이 역시 수컷이 암컷의 도움 없이 돌보고 키운다는 점이다.

다 자란 에뮤는 털이 없고 푸르스름한 목과 머리를 제외한 전신이 텁수룩한 회색-갈색 깃털로 덮여 있다.

날개는 많이 퇴화했지만(텁수룩한 털 아래에 작은 날개가 있는데, 길이가 20cm에 불과하다) 다리는 길고 아주 튼튼하다. 에뮤는 아주 긴 거리를 여행할 수 있는데, 필요하다면 시속 50km의 속도로 달릴 수도 있다.

한 걸음이 3m에 달한다. 양 발에는 앞을 향하고 있는 발가락이 세 개씩 있는데, 뒤를 향한 발가락은 없다.

에뮤는 다른 새들처럼 짹짹거리지(tweet) 않고 대신 꿀꿀거리는(grunt) 소리를 낸다.

에뮤는 새끼 때를 제외하고는 딱히 인간들에게 친근하지 않다.

몸무게는 대개 30~45kg 정도이다.

에뮤의 주서식지는 경엽 식물(단단한 잎을 가진 식물)이 자라는 숲과 사바나 삼림 지대이다. 다우림(rainforest)이나 매우 건조한 지역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먹이로는 과일, 씨앗, 식물의 잎, 벌레, 작은 동물들 등이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호주인들이 에뮤와 전쟁을 벌인 것(The Emu War)은 1932년의 일이다. 이 사건은 '대규모 에뮤 전쟁(The Great Emu War)'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에뮤는 번식을 위해 해안가 지역에서 내륙 지역으로 이동한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Western Australia) 주의 캠피온(Campion)이라는 지역은 새로 일구어진 농지였는데 당시 에뮤가 약 2만 마리 이주해 온 게 발단이었다.

농부들은 당연히 에뮤들이 울타리를 넘어다니며 밀 농사를 망치는 게 고까웠다.

안 그래도 1929년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의 여파로 밀의 가격도 폭락했는데 말이다.

 

호주 군인이 죽인 에뮤를 들고 있는 모습

 

1932년은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참전 용사들이 집으로 돌아온 이후이기도 하다.

마침 노는 참전 용사들도 많겠다, 이들을 이용해 에뮤의 숫자를 줄이면 되겠다고 호주인들은 생각한 것이다.

왕립 호주 포병대(Royal Australian Artillery)의 제7 중장비 포대(Seventh Heavy Battery) 소속 G.P.W. 메레디스(Meredith) 소령(Major)은 에뮤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머신 건 2자루와 총알 1만 발을 가진 파견대가 캠피온 지역에 파견됐다.

11월 2일, 무장 병력은 에뮤 뒤로 진열을 짜서 습격했지만, 새들은 사방팔방 황급히 흩어지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머신 건을 쏘기는 했지만 에뮤들 사이의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 두 번째 발사는 그나마 새를 '몇 마리' 죽이는 데 그쳤다. 같은 날에 작은 무리를 발견해 이번에는 12마리쯤(perhaps a dozen) 죽일 수 있었다.

 

이틀 후(11월 4일), 약 1천 마리의 에뮤가 목격되었다. 병사들은 직사 거리에서 발포했다.

머신 건은 비가 와서 고장이 났고, 이번에도 12마리쯤 사살하는 게 고작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피해를 입기 전에 도망갔다.

그 이후 메레디스 소령은 남쪽으로 진군했고, 이곳 새들은 그나마 좀 얌전했다.

11월 8일까지 고작 6일 동안 총알을 2,500발이나 쐈다. 하지만 에뮤 측 피해는 대단치 않았다.

총 몇 마리의 새를 죽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어떤 자료에서는 50마리, 어떤 쪽에서는 200에서 500마리 사이라고 한다.

다행인 건 메레디스 소령 측도 사상자는 없었다는 것 정도일까.

 

 

11월 8일, 호주 하원 의원(the Australian House of Representatives)는 이 군사 작전에 대해 토론했다.

이들이 지역 미디어에서 쪽팔릴 정도로 부정적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에 조지 피어스 경(Sir George Pearce)은 군 인력과 머신 건을 철수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에뮤의 개체 수를 조절하려는 두 번째 시도는 그나마 성공적이었다.

보고에 따르면, 이번에는 986마리를 사살하고 나중에 부상으로 2천 5백 마리가 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에뮤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퍼졌고 에뮤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나중에 농부들은 다시 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고.

 

 

정말 황당한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호주인들은, 따지고 보면, 자기 나라 문장에 있는 두 동물 중 한 동물(캥거루)은 고기를 먹고, 다른 하나(에뮤)와는 전쟁을 벌인 사람들인 셈이다. 이상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

(캥거루 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 포스트를 참고하시라.

2018/06/24 - [호주 이야기] -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캥거루 고기 드셔 보셨어요?)

 

아래 웹 사이트들을 참고해서 이 포스트를 작성했음을 알린다. 아래의 만화도 한번 읽어 보시라.

 

http://www.birdlife.org.au/bird-profile/emu

https://www.bushheritage.org.au/species/emu

https://nomadsworld.com/great-emu-war/

https://www.scienceabc.com/social-science/what-was-the-emu-war-of-australia-and-what-was-the-outcom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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