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 나누기] 나이 든 사람들이 말줄임표(‘…’)를 쓰는 건 전 세계적인 현상?
여러분은 아마 다음과 같은 인터넷 글을 보신 적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공감하기까지 한다고요? 음,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업무용 이메일을 쓰는데도 나도 모르게 ‘…’을 많이 쓰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도대체 왜 이런 걸까, 이게 정말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인가 싶었는데 최근 그레천 매컬러의 <인터넷 때문에>를 읽다가 이것과 비슷한 내용이 언급된 걸 보았다(참고로 이 책은 인터넷이 언어, 대체로 영어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살펴보는 책이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저자가 ‘준인터넷 민족’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사회적 인터넷이 시작될 때 온라인에 들어온 이들이다. 저자가 드는 예시와 다른 설명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현재 중년인 이들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의 특징은 분리 문자(separation characters, 구절이나 문장을 끊어 주는 기능을 하는 문자)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집단의 수많은 사람은 대시나 마침표 여러 개, 혹은 쉼표 여러 개를 사용해 생각의 단위를 구분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싶다면 아래 예시를 보시라(참고로 저자도 이 예시를 가져오면서 ’ping pong’ 대신 ‘ping poong’, ‘haven’t’ 대신에 ‘havent’로 쓴 것 등 오타는 고치지 않고 그대로 옮겨 썼다).
i just had to beat 2 danish guys at ping poong……&..they were good….glad I havent lost my chops(덴마크 사람 두 명을 탁구 경기에서 이겨야 했는데……잘 치더라구….내 한 방이 아직 살아 있어서 다행이지)
thank you all for the birthday wishes — great to hear from so many old friends — hope you all are doing well — — had a lovely dinner(생일 축하 고마워 — 오랜 친구들 소식을 이렇게 많이 들으니 좋네 — 다들 잘 지냈으면 좋겠어 —— 저녁 즐거웠어)
Happy Anniversary,,, Wishing you many more years of happiness together,,,,(결혼 기념일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오래 행복하시길,,,)
우리가 흔히 물결 표시라고 부르는 ‘~’(tilde)는 영어에서는 잘 쓰지 않고 대체로 동아시아권(한국, 중국, 일본)에서 음을 길게 늘인다는 의미로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쓰고 우리는 잘 안 쓰는 ‘—’(’엠 대시(em-dash)’라고 한다. 짧은 ‘-’(’엔 대시(n-dash)’)와는 다르다)가 우리가 쓰는 물결 표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추론해도 꽤나 합리적일 것이다. 이 추론에 쐐기를 박는 것은, 저자가 트위터에서 이러한 예시를 더 많이 요청하자 어떤 사람이 “우리 시부모님이랑 문자 하셨어요?”라고 대답했다는 일화일 것이다. 그쪽 문화에서도 어르신들이 이런 문장 부호를 즐겨 쓰는 것은 똑같군!
저자는 또한 이렇게 지적한다.
나이에 따른 차이의 또 한 가지 측면을 보자면, 인터넷 이후 민족은 실생활에서 만난 나이 든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문사메시지 사용에 익숙해 보이므로 그들 역시 lol이나 문장부호 등 의사소통 신호의 의미에 관해 기본적으로 같은 가정을 하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점점점’이 특히 위험하다. 오프라인에서 비격식 문어를 써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점점점’이 앞서 살펴보았듯 일반적인 분리 문자다. 하지만 인터넷 필자들에게는 행갈이나 새 메시지 보내기가 분리 기능을 한다. 그 바람에 ‘점점점’은 나아가 무언가를 말하지 않고 남겨 두었다는 의미를 띠게 되었다. 윗세대와 이야기할 때, 인터넷 이후 민족은 의미를 과하게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나이 든 사람들이 보낼 생각조차 없었던 사소한 신호에서 감정적인 의미를 읽어낸다. 문장부호와 대문자를 통해 전달되는 이런 수준의 뉘앙스는 너무도 다양하고 흥미로워 한 장을 통째로 할애해서 분석해야 하는데, 그 분석은 다음 장에서 하겠다.
그 ‘다음 장’에서 하는 분석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보통 “인터넷 언어를 자신의 언어 기준으로 삼는 사람에게 발화를 의미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행갈이를 하거자 메시지를 끊는 것이다. 모든 문자와 채팅 메시지는 자동적으로 구분된 발화를 나타낸다.” 아래 예시를 보시라.
안녕
어떻게 지내
이번 주에 잠깐 얘기 좀 할까 해서
화요일 어때?
인터넷에서는 행갈이를 한다고 돈을 더 내는 것도 아니고 SNS나 메신저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메시지를 얼마나 보내든 송신자나 수신자가 돈을 더 내야 하는 건 아니다. 행갈이를 한다고 ‘온점(’.’)을 찍거나 한 칸 띄는 것보다 바이트가 더 소모되는 것도 아닌데 가독성은 더 높아진다. “또한 발화를 한 번 할 때마다 ‘전송’을 누르는 편이 긴 글을 다 작성하고 통째로 보내는 것보다 대화의 흐름에 더 도움이 된다. 그래야 읽는 사람이 답장을 더 빨리 생각할 수 있다. 신문 기사 등 온라인의 더 격식을 갖춘 장르에서도 문단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종이 신문에서와는 달리, 온라인 신문 기사에서는 들여쓰기로 공간을 절약하기보다 한 줄을 통째로 비워 문단을 구분한다.” 또한, 저자의 표현대로, “오프라인 규칙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비격식 문어의 필자들은 자신이 절에 맞춰진 문장부호만을 쓰는 허식을 떠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글 여기저기에 점과 대시를 흩뿌린다. 젊은 사람들이 행갈이를 하거나 메시지를 끊어서 발화를 구분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동기로 그러는 것이다.” ‘점점점’과 물결 표시를 자주 쓰는 (스스로 말하기에) 나이 들었다는 사람들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점을 하나만 쓰거나 안 쓰는 건 너무 정이 없어 보여서 (비슷한 의미에서 명랑하거나 밝게 보이려고)’, ‘나이가 들면 세상사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하곤 한다.
요약하자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행갈이를 함으로써 발화를 구분한다면, 상대적으로 나이 든 층은 오프라인의 문법을 따라 ‘점점점’을 찍거나 쉼표, 엠-대시를 써서 발화를 구분한다. 한국어에서는 엠-대시를 별로 사용하지 않으므로 이 자리를 물결표가 대신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영어권의 중년 또는 그 이상의 필자들도 ‘점점점’과 엠-대시를 쓰는 데 어떤 감정적인 이유(자신이 하는 말에 확신이 없어서? 정 없어 보이지 않으려고?)가 있는지는 더 연구해 봐야 할 것 같지만 말이다. 적어도 영어와 한국어 사용자들이 나이에 따라 문장부호 사용법이 다르다는 공통점을 발견한 건 너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역시 위아더월드라는 오늘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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