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 나누기] 최저 임금과 자살률의 상관관계?
어제 최저 임금이 고작 30원 올랐다는 기사를 봤다. 물가가 30원보다 더 올랐는데 최저 임금이 고작 이것밖에 안 오른다고? 너무 충격적이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정말 신기하게도 며칠 전에 최저 임금에 관한 논문을 알게 됐다. 이 논문에 의하면, 최저 임금이 높아지면 자살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이런 논문을 발표한 건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에모리 대학교(Emory University)의 박사 과정 학생 존 카우프먼(John Kaufman)을 제1저자로 하는 한 팀의 연구원들이다. 이들은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50개 주의 자살률을 살펴보았다. 18세부터 64세까지의 인구 중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에 집중했는데, 이런 조건이면 최저 임금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추측했기 때문이다. 각 주의 경제와 복지 관련 정책을 통제 변인으로 두었을 때, 최저 임금이 1달러 상승하면 위의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들의 자살률이 3.5퍼센트 (또는 27,550건의 자살) 낮아진다고 추산했다. 통제 변인을 고려하지 않으면, 자살율은 최대 6퍼센트까지 감소했다. 이런 효과는 실업률이 높을 때 가장 컸다.
놀랍게도 최저 임금의 비슷한 효과를 밝힌 연구들이 여럿 있다. 높아진 최저 임금과 낮아진 자살률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2019년에 두 건 있고, 국립 고용법 프로젝트라는 비영리 기관의 연구 및 정책 분석가 야넷 라쓰롭(Yannet Lathrop)의 말에 따르면 최저 임금이 높아지면 성인병 발병률이 낮아진다거나 조산아 사망률이 낮아지고 아동 학대 사건의 수도 줄어든다고 한다. 한 보고서는 심지어 최저 임금이 높아지면 흡연율도 낮아지고, (아기들의 평균) 출생 시 체중도 높아지며, 건강 문제로 인한 결근 회수도 줄어든다고 보고했다.
아무래도 자살이라는 게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요인에 영향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 듯하다. 최저 임금이 올라서 조금이라도 먹고살기가 나아지면 생계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거라고 이해한다면 납득할 만한 상관관계이다. 이게 혹시 미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인가 싶어서 우리나라는 어떤가 찾아봤더니 주택 가격의 차이와 자살률의 차이에 관한 논문이 있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주택 가격 불평등 지수가 높은 지역에서는 자살 충동 확률이 높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홍콩에서도 최저 임금이 도입되자 월별 자살률이 13퍼센트가 급격히 낮아졌으며, 서양과 비슷하게 아시아에서도 최저 임금을 높이는 것이 자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있다.
세상에서 자살과 자살을 결심하는 이들이 완전히 없어지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최저 임금을 올려서 적어도 그런 궁지에 몰릴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면 확실히 해 볼 만한 일 아닌가 싶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살아 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복지라고 생각해서라도 최저 임금은 정말 각 나라의 국민이 최소한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삶을 보장해 줘야 하지 않나. 최저 임금이 다시 협상되어 현실적인 수준으로 책정되길 기대해 본다.
위 글은 아래 <뉴욕타임스> 기사와 <워싱턴 포스트>지의 기사를 참고했음을 밝힌다.
뉴욕타임스 기사: https://www.nytimes.com/2020/01/14/health/minimum-wage-suicide.html
워싱턴 포스트 기사: https://www.washingtonpost.com/business/2020/01/09/1-increase-minimum-wage-is-linked-lower-suicide-r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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