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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Amy Taylor, <Search History>

by Jaime Chung 2024.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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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Amy Taylor, <Search History>

 

 

주인공 아나는 구남친과 헤어진 후 호주 퍼스에서 멜버른으로 이사했다. 새로운 직장도 구하고, 회식을 위해 간 바에서 새로운 남자도 만난다. 그의 이름은 에반. 짧지만 인상적이었던 첫 만남 이후 아나는 SNS에서 에반을 검색해 보고, 그의 구 여친 에밀리에 대해 알게 된다. 똑똑하고, 친절하고, 아름답고,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에밀리. 그런데 그녀는 최근에 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 아나는 에반과 점점 가까워지지만, 에반은 에밀리를 일언반구조차 언급하지 않는다. 에반이 아직도 에밀리를 애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나는 그에게 에밀리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만 에반은 날카롭게 반응하며 이를 피하는데…

호주 작가 에이미 테일러의 소설. 주인공이 새로 만난 남자를 SNS에서 검색해 보고 실제로 알아야 할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아 버리게 된다는 점과 소설의 배경이 멜버른이라는 점에 끌려서 읽기 시작했다. 나는 이게 꽤 다크해질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그렇지는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에밀리를 죽인 범인이 에반이라는 반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었고요… 😅 내 상상력 무슨 일이야…

저자가 내가 이전에 하던 연애와 그때 내 심리 상태를 너무 잘 묘사해서, 이 소설을 읽으며 크게 놀랐다. 아나가 구남친과의 연애를 회상할 때 구남친 마음에 안 드는 일은 안 하고 싶어서 구남친의 구여친을 SNS에 검색해 보고 그녀와 자신을 비교한다든가, 또 에반과 사귈 때는 에반의 눈치를 보며 에반과의 관계를 우선순위에 두다 보니까 아나 입장에서 화를 낼 수도 있는데 에반이 조금이라도 화를 낸다 싶으면 꼬리를 내리는 행동 등이… 하… 너무 나의 흑역사를 보는 것 같았다.

내가 소셜 미디어에서 파트너의 전 연인을 스토킹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내가 내 구남친을 처음 만나기 시작했을 때, 그의 무심하고 만사가 별거 아니라는 태도 때문에 나는 너무 자신이 없어져서, 그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지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그래서 그가 나를 못마땅해하는 마음 아픈 일을 피할 수 있도록) 가짜 계정을 만들어 그의 가슴을 찢어 놓은 그의 구여친을 친구로 추가했다. 나는 그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다. 나는 그녀가 뭘 했길래, 그의 말에 따르면 그녀 자신은 그와 거리를 두면서 무심한 와중에 그가 그녀에게 그렇게 푹 빠졌는지 알고 싶었다. 나는 나 역시 그 힘에 접근할 수 있도록, 그를 미치게 만든 게 무엇이든 그걸 조금이라도 구현하고 싶었다. 메이는 체구가 자그마했고, 긴 검은 머리와 우윳빛의 깨끗한 피부를 가졌다. 무엇보다 아주 굉장하게도, 기타를 칠 줄 알았다.
This was not the first time I had stalked a partner’s ex on social media. When I first started dating my ex, his dismissive, perpetually unimpressed nature had made me so insecure that, in an effort to understand what he liked and who he wanted me to be—so that I could avoid the sting of his disapproval—I’d created a fake account and added Mei, the recent ex who broke his heart. I wanted to find out more about her. I wanted to know what she did to make him so utterly smitten by her, while she, by his telling, had remained detached and ultimately disinterested. I wanted to embody a little of whatever it was that drove him wild, so that I too might access its power. Mei was petite, with long black hair and clear skin the colour of milk. Most devastatingly of all, she could play the guitar.

수요일 오후에 그의 [데이트하자는] 시간과 장소 제안에 이렇게 반응했다.
좋아요 x (x는 편지나 문자 말미에 쓰는 약어로 키스를 의미)
그는 이렇게 반응했다.
그때 봐요
며칠 전에 그가 쓴 x에 보답하지 않은 나에 대한 정당한 처벌로, x 대신 의도적인 것 같은 빈 공간을 남기고 말이다.
On Wednesday afternoon, I’d responded to his time and location suggestion with:
Sounds good x
To which he responded:
See you then
Leaving a seemingly deliberate blank space instead of an x which was probably fair punishment for when I had not reciprocated his x days before.

(에반이랑 데이트하는 날, 아나가 아침에 출근하기 전 집에서 드라이어로 머리를 스타일링하고 나온 상황)
[핸드폰] 스크린을 쳐다보며 느릿느릿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에반과의 데이트 시간이 점점 더 가까워졌고, 내가 머리를 한 게 내 마음에 들기나 하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경쟁하는 것 같았고, 나는 경쟁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결점 하나 없고 언제나 그렇게 남아 있을 것 같아 보이는 에밀리와는 더더욱. 나는 또한 앞으로도 계속 머리를 드라이해야 하게 만들, 외모의 기준을 세우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느라 장장 한 시간이나 걸렸는걸. 나는 이제 자의식을 느끼며, 평소의 컬이 아니라 매끈하게 펴진 머리를 만졌다.

As I spent the slow hours staring at a screen, my date with Evan drew closer and I’d started to question whether I even liked what I’d done to my hair. It felt weirdly competitive and I didn’t want to enter into a competition, especially not with Emily, who appeared to have been flawless and would forever remain that way. I also didn’t want to set a standard for my appearance that would require me to keep blow-drying my hair; it had taken me a whole hour. I now touched it self-consciously, feeling the sleek straightness instead of its usual curls.

진짜 사소한 거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해서 이게 뭘까, 저게 뭘까 해석하려고 하고, 상대방의 마음에 들고 싶어서 기를 쓰면서 자기 자신을 기꺼이 바꿀 수도 있다는 저런 태도! 이런 식으로 내가 연애를 해서 망한 거잖아! 저자가 이런 사소한 포인트를 너무너무 잘 묘사해서 내 망한 연애를 보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팠다. 제발 너만큼은 그렇게 연애하지 말라고 주인공 다리 붙잡고 조언하고 싶은 마음…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아나도 결국 성장하고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난다. 나는 솔직히 이게 해피 엔딩이라는 데 놀랐다. 앞에도 말했듯이 나는 이게 더욱 다크해질 줄 알았거든요… 마지막에도 아나는 처음과 같은 상황(무슨 말인지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스포일러이므로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표현)에 처하는데, 아나도 배운 게 있을 테니 아마 이번에는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소설이 논픽션보다 오히려 더 ‘삶을 이렇게 사는 게 좋다’ 하는 조언을 주기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망하는 연애는 이래서 안 된다는 깨달음을 준다. 아나가 연애하는 거 보고 공감된다 싶으면 그거 제대로 하는 거 아니니까 제발 그런 연애 버리세요… 그런 의미에서 추천한다. 농담 아니고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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