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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월말 결산] 2024년 7월에 읽은 책

by Jaime Chung 202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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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결산] 2024년 7월에 읽은 책

 

2024년 7월에 읽은 책들은 총 9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Amy Taylor, <Search History> ⭐️⭐️⭐️
호주 작가 Amy Taylor의 이 소설은 주인공 아나가 퍼스에서 멜버른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후, 에반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아나는 에반을 SNS에서 검색해 보고, 사고로 사망한 에반의 구 여친 에밀리에 대해 알게 된다. 이로 인해 아나는 에반과의 관계에서 비밀과 어려움을 가지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내 망한 연애가 떠올라서 공감하면서 힘들게 읽었다. 소설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분위기가 어둡거나, 엄청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해피 엔딩이고, 공감할 만한 거리가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만하다.
정승원, <청와대는 건물 이름이 아니다> ⭐️⭐️⭐️
기호학을 쉽게 설명해 주는 대중 교양서. 고등학생들에게 기호학을 설명해 주는 강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기호학은 저자의 표현대로 “기호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에 관한 학문”이다. 그리고 기호학을 배우면 “다양한 기호를 통해 세상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때로는 그것의 어려움을 배우며, 의사소통의 복잡한 메커니즘도 이해할 수 있”다. 아무래도 대중 교양서다 보니까 아주 깊은, 많은 부분을 다루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유명한 학자들이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충실히 설명한다. 이 정도면 대학 교양 수업 수준은 되지 않을까 싶다. 고등학생도 꼼꼼히 읽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마크 코켈버그,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 ⭐️⭐️⭐️⭐️
’기술철학’이라는, 내가 존재한다고는 상상도 못한 분야를 알려 준 책이자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는 자기 계발이라는 현대의 유행에 대해 그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철학적 기반부터 살펴보고, 그것이 가진 맹점과 한계를 지적한다. 다 읽고 나면 내가 원하는대로 나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도 환상이라는 생각이 들고 겸허해진다. 내 주변 환경과 사람들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는 점에서 권할 만하다.
헬렌 헤스터, 닉 스르니첵, <애프터 워크> ⭐️⭐️⭐️⭐️
’일 이후’에 개인들에게 더 많은 여유와 시간을 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재생산 노동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건축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재생산 노동을 쉽게 하고 그 양을 줄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산 노동을 하는 주체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사고를 버리지 못했다. 따라서 재생산 노동을 줄이려는 시도는 이 현실을 인정하고, 공동체의 힘과 자금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요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남유하, <호러,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
’로맨스 쓰는 호러 작가’가 호러를 사랑하는 이유와 추천하는 호러물들에 대해 덕력 넘치게 늘어놓는 에세이. 개인적으로 나는 호러를 좋아하지 않지만, 덕분에 왜 사람들이 호러를 좋아하는지 쪼오끔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Jodi McAlister, <Here for the Right Reasons> ⭐️⭐️⭐️
다수의 이성에서 한 명을 골라 이어지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배첼러(렛)> 시리즈의 형식을 빌린 로맨스 소설. 주인공 씨씨는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자 생계를 위해 <Marry Me Juliet>이라는 <배첼러>풍의 리얼리티 TV 프로에 출연해 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씨씨의 목표는 가능한 한 쇼에서 오래 살아남아 출연료를 많이 받는 것. 그런데 씨씨는 첫날 밤에 제일 일등으로 탈락하고 만다. 이 충격에 쓰러지려는 씨씨를 받아낸 ‘로미오(<Marry Me Juliet> 시리즈에서 남자 주인공을 가리키는 말)’ 딜런 자야싱허 멜러는 그녀에게 제안을 하나 한다. 자신의 ‘친구’가 되어 출연료도 계속 받고, 이성적 끌림이 없어도 남녀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TV에서 보여 달라는 것. 예상할 수 있겠지만 씨씨는 이 제안을 수락하고, 자신도 모르게 딜런과 사랑에 빠지는데… 유색 인종(스리 랑카계 호주인) 남주가 심지어 남성의 정신 건강을 위한 자선 단체까지 운영한다는 설정이 전통적인 의미의 남주와 달라서 매력적이다. 이 <Marry Me Juliet> 시리즈는 이 책 이외에 <Can I Steal You For a Second>와 <Not Here to Make Friends>로도 이어지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쭉 읽어 보시라.
니타 프로스, <더 메이드> ⭐️⭐️⭐️
리전시 그랜드 호텔에서 일하는 몰리는 아마도 자폐 스펙트럼 상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메이드이다. 사회성이 부족하고 사람의 얼굴 표정을 읽기 어려워하지만, 호텔 방을 ‘완전무결하게’ 청소하는 데는 자부심이 있다. 어느 날, 몰리의 유일한 친구라 할 수 있는 부유한 투숙객 지젤의 남편인 블랙 씨가 호텔에서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몰리는 범인으로 몰리고 마는데…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을 보여 준 것은 무척 좋지만 선악 대결 구도가 너무 단순하고 명확해서 단조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반전이 있긴 한데, 흥미롭긴 하지만 책 내내 이어지던 인상을 단번에 뒤엎을 정도는 아니어서 아쉬웠다.
구구, 서해인, <작업자의 사전> ⭐️⭐️⭐️
여성 작가의 책을 추천하는 뉴스레터 ‘들불’을 운영하는 구구와 대중문화를 다루는 뉴스레터 ‘콘텐츠 로그’를 발행하는 서해인, 이 두 ‘작업자’가 쓴 작업자 용어 사전이다. 진지하게 각 단어의 뜻을 사전처럼 정의하는 게 아니고, 각 단어에 대한 생각을 아주 간결하게 (두 사람이 쓴 분량을 합쳐서 대체로 한 쪽 이내, 길면 한 쪽 반 정도) 정리한 것이다. 아무래도 두 저자가 프리랜서 일을 하는지라 선정된 단어들이 그런 쪽이긴 하지만 대다수는 그냥 직장인이어도 다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아주 통렬하게 핵심을 찌르는 꼭지도 있고, 감동적인 꼭지도 있다. 개인적으로 완전 추천까지는 아니어도 한번 가볍게 읽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박상현, <친애하는 슐츠 씨> ⭐️⭐️⭐️⭐️
대체로 미국 뉴스를 번역해서 국내에 소개하는 저자의 뉴스레터 ‘오터 레터’에서 고른 몇 편의 글을 모은 책. 저자는 단순히 뉴스를 번역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관련된 다른 기사를 모아 정보를 더하거나, 문화적이나 뉘앙스 차이까지 자세히 설명하는데, 이 책에 실린 기사들은 대체로 ‘편견’과 관련이 있다. 편견을 부수고 나아간 사례나 현실에서 어떤 편견이 작용했는지 등을 살펴보는 식으로. 이 책을 관통하는 한 문장을 인용한다면 바로 이것일 듯하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차별이 무지에서 비롯되는가?” 개인적으로 <피너츠>를 그린 찰스 슐츠에 대한 두 꼭지가 가장 좋았다.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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