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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니타 프로스, <메이드>

by Jaime Chung 2024.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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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니타 프로스, <메이드>

 

 

리젠시 그랜드 호텔에서 메이드로 일하는 몰리는 자기 일에 자부심이 넘친다. 비록 몰리는 사회성이 부족하고 사람들 얼굴을 읽기 어려워하지만, 호텔 방을 ‘완전무결’하게 만드는 일에 기쁨을 느끼기에 메이드 일이 천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몰리의 유일한 친구라 할 수 있는 부유한 투숙객 지젤의 남편인 블랙 씨가 호텔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 현장을 청소한 몰리는 용의선상에 오르고 마는데…

내가 좋아하는 북튜버가 추천하기도 했고 내 이웃 HEY님이 리뷰도 남기셔서 이 소설을 기대심을 가지고 읽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아쉬움이 남았다. 일단,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미디어에 등장했다는 점은 참 반갑고 기뻐할 만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저자가 그 풍부한 내면을 잘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어떤 이들은 몰리가 ‘좋아할 만한 인물이 아니(unlikeable)’라고 느낀 것 같은데(이 레딧 글처럼) 나는 꼭 이야기의 주인공이 독자/관객이 ‘좋아할 만한’ 호감 가는 인물이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악인이나 범인이 주인공인 소설/영화도 많으니까. 다만 어떤 의미로든 주인공이 이 이야기를 더 따라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매력, 또는 흥미로움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몰리에게서 그걸 딱히 느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그리고 자폐 스펙트럼 상에 있는 이들이 글자 그대로의 의미를 넘어선 표현들(비유나 속담처럼)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걸 저자가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말장난이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몰리는 할머니 말씀대로 무언가를 ‘짐작(assume)’하는 일은 ‘상대와 나를 바보로 만든다(ASS out of U and ME)’라고 말하는데 이런 말장난이 너무… 내가 보기엔 유치해서 소름이 끼쳤다.

게다가 소설 내의 선악 구도가 너무나 단순하고 명확해서 거의 우화 수준이다. 지젤의 남편 블랙 씨는 지젤에게 폭력을 쓰는 악인, 몰리를 속여 먹는 로드니는 악인, 몰리는 돕는 프레스턴 씨나 그의 딸인 샬럿은 선인, 이런 식으로 누가 봐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역할을 부여한다. 나름대로 깊이라든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자질을 가진 인물은, 중후반에 로드니와 연인 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지젤이나 소설의 마지막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블랙 씨의 첫 부인 정도다. 그거 말고는 인물들에 대해 두 번 다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착한 인물은 내내 착하고, 못된 인물은 내내 못됐다. 청소년 소설도 이렇게 단순하게 쓰면 욕 먹을 텐데…

앞에서 잠시 언급한 대로, 소설 맨 마지막에 반전이 있긴 한데 그게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느낀 단순함이나 답답함을 확 해소해 줄 정도는 아니었다. 나도 이 소설을 좋아하고 싶었으나… 싫은 건 아닌데 막 ‘와 대단하다!’ 이런 느낌을 받지 못해서 아쉬웠다.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수많은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몰리의 통쾌한 반전’ 운운하는 출판사 책 서평에 나도 공감하고 싶었으나, 메시지가 얼마나 좋든 간에 실질적으로 그 매체가 재미가 없으면 그건 그냥 별로인 거라는 현실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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