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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Men Up(멘 업)>(2023)

by Jaime Chung 202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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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Men Up(멘 업)>(2023)

 

 

1994년 영국 웨일스의 스완지. 남성의 발기 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의 임상 실험이 세계 최초로 이루어진 곳이다. BBC에서 제작한 이 TV용 영화는 비아그라의 첫 임상 실험에 참가한 다섯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물론, 임상 실험에 참여한 환자의 정보는 기밀이므로 이 내용은 순전한 창작이다.

메릭(이완 레온 분)은 40세경 당뇨로 인한 발기 부전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의 아내 피온(알렉산드라 로치 분)은 유방암으로 인해 두 유방을 절제했고, 그래서 자신이 더 이상 남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 자신과의 잠자리를 어려워한다고 생각하며 자책한다. 반면, 콜린(스테판 로드리 분)은 젊은 시절에 결혼한 아내 카트린과 사별하고 전화 통화로 호감을 키워 온 테레사(리사 팔프리 분)를 직접 만나기를 꺼린다. 전화로 이야기를 나눌 때 테레사가 자기에게 플러팅을 하는 걸 알고는 있지만, 발기 부전으로 인해 그녀를 실망시킬까 두렵기 때문이다. 피탐(팔두트 샤르마 분)의 아내 알리스(알렉산드리아 라일리 분) 암웨이식으로 동네 여자들을 집에 초대해 놓고 섹시한 란제리와 토이 등을 파는데, 성(性)에 대해 자유분방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이 여인들에게 아내가 혹시 자기 발기 부전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한다. 토미(폴 리스 분)는 ‘결혼한 이성애자 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임상 실험에 참가한 유일한 게이 남성으로, 간호사인 모이라(조안나 페이지 분)와 친구인 덕에 이 임상 실험에 대해 알게 됐다. 물론 그는 게이가 아닌 척, 이성애자인 척하는데, 지난 해 토미와 그의 파트너의 집 배수로를 손봐준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에디(마크 루이스 존스 분) 때문에 들통이 날까 불안하다. 어쨌거나 이들은 플라시보 약과 비아그라를 맹검법으로 무작위 지급받고 임상 실험에 돌입한다. 플라시보를 지급받은 이들은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하지만, 비아그라를 지급받은 이들은 이 약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환희를 느낀다! 첫 임상 실험 날 이후, 이 다섯 남자들은 같이 펍에 가서 술도 마시고 성에 대해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친해진다.

앞에서 말했듯이 환자 정보는 기밀이기 때문에 작가가 캐릭터들과 그 속사정을 적당히 지어냈는데, 실제로 스완지의 모리슨 병원에서 임상 실험을 이끌었던 데이빗 프라이스 박사가 이 영화의 의학 자문을 맡았다고 한다. 그를 모델로 한, 데이빗 피어스라는 의사 캐릭터도 만들어졌다.

영화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속사정을 알고 이해하는 다섯 남자들이 비아그라로 인해 어떻게 삶이 변화하는지를 그린다. 메릭은 비아그라의 도움과 그리고 아내 피온을 짝사랑하는 친구의 조언을 받아 사랑하는 아내와 긴장되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사랑을 나누고 부부 관계를 회복한다. 콜린 역시 비아그라의 힘으로 테레사와 몸으로 교감하는 시간을 가진다. 피탐은 이제 발기부전에서 해방되었다는 기쁨에 아내 알리스와 사랑을 나누려 하지만, 알리스는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피탐은 큰 충격을 받아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다. 토미는 오랜 시간 함께해 온 파트너와 비아그라의 효과를 검증해 보고 싶어 하지만 파트너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피어스 박사를 만나 정체가 들통 나 버리고, 임상 실험에서 하차하게 된다. 에디는 플라시보도, 실제 비아그라도 효과가 없었고 이에 절망해 자살을 시도하지만 다행히 콜린이 이를 제때 발견해 그를 설득하고 위로한다. 비아그라가 이 다섯 남자들에게 행복과 성공만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지만, 사실 비아그라가 아닌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그럴 수만은 없다. 삶은 언제나 다면적이므로.

이 영화가 남자들이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워하는 성이라는 이슈를 다루면서 서로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은 참 감동적이다. 아무래도 남자들이 ‘맨 박스’ 때문에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게 사실인데 사실 그 문제를 극복하는 첫 걸음이 바로 자신이 그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타인과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21세기 이 시대에 굳이 비아그라 이야기를 영화로까지 봐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여성용’ 비아그라에 대한 영화가 더 흥미롭고 배울 점도, 시사할 점도 많지 않았을까? 남자의 성만 중요한 게 아닌데용. BBC iPlayer에서 무료로 볼 수 있으나 강력한 VPN이 필요하니 혹시 관심 있으신 분은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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