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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야기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에서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대피한 경험

by Jaime Chung 2018.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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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에서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대피한 경험

 

화요일에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화재경보기 오작동에 대해 이야기했다(그 이야기는 아래의 이전 글 링크를 참고하시라!

2018/11/20 - [호주 이야기] -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에서는 화재경보기가 잘못 울려도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그 글이 업로드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화재경보기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삑삑 소리가 난 후 "Evacuate! Evacuate!(대피하십시오! 대피하십시오!)" 하는 경고가 울렸다.

이때 나는 평화롭고 피로가 풀리는 저녁 시간을 위해 스트레칭을 막 시작한 참이었다. 타이밍하고는.

룸메이트는 핸드폰을 챙기고 TV를 끄더니, "우리도 내려가 봐야겠네." 했다.

아파트 문을 닫고 나오니 같은 층 이웃들도 두세 명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거나 아예 나와 있었다.

우리는 질서를 지켜서 비상구 계단으로 내려갔다. 열 층이 넘게 계단을 통해 내려가니 지겨워질 때쯤 1층(참고로 호주에서는 우리가 말하는 건물 1층이 'Ground Level'이고 우리가 보기에 2층인 곳이 'Level 1'이 된다)에 닿았다.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이 로비와 건물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건물 한쪽 면을 다 차지한 유리창을 통해서 소방차가 보였다.

몇 분 기다리니 소방관 두 명이 로비로 나왔다. 나는 좀 떨어져 있어서 잘 못 들었는데, 소방관은 주변에서 서성이던 입주민들에게 상황을 이야기해 주고 떠났다.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몰려가는 것으로 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 괜찮은 것 같았다.

나와 룸메이트는 엘리베이터가 한산해질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타기로 했다. 그동안 아파트 건물의 빌딩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 저번처럼 저녁을 태운 모양이었다. 그녀는 소방차가 출동한 게 벌써 두 번째라며, 출동비로 3천 달러가 들 거라며 불평했다.

물론 위에 링크를 달아 둔 저번 글에서 이야기했듯, 소방관이 출동했으나 허탕을 친 경우에는 이 화재경보기의 소유자, 그러니까 이 경우에는 저녁을 태워서 화재경보기를 울린 입주민이 벌금을 내야 할 것이다.

빌딩 매니저는 저녁을 태우지 말라고 내게 당부했다. 나는 저녁을 태우기보다는 먹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이기에,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한산해지자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계단을 내려간 시간까지 포함해서 한 총 20분 만에 집에 돌아온 셈이었다.

내 룸메이트의 아버님은 소방 감독관(fire warden)으로 일하셨던 경력이 있는데, 나는 그 덕분에 룸메이트에게서 이런 대피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다음은 내 룸메이트가 해준 이야기이다.

기본적으로 호주의 모든 건물은 콘크리트로 지어졌고, 특히 비상구와 방화문은 건물이 무너지더라도 맨 마지막으로 무너지게끔 설계되어 있다.

만에 하나, 이렇게 대피하라는 경고가 울린 상태에서 체력이나 장애 등의 문제로 대피하기가 어렵다면 방화문으로 가서 그 옆에서 대기하자.

소방 관계자들은 반드시 모든 층의 방화문을 확인하게 되어 있다. 이분들은 직업이 화재 시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일인 분들이다.

불이 나면 발생한 지점/층부터 먼저 가서 방화문을 확인할 것이다. 근처에 긴급 전화가 있다면 자신이 불 난 건물 몇 층에 있다고 알려도 된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도 걱정 마시라. 소방관이 여러분을 어깨에 들쳐업고(이게 프로토콜인 이유는, 그래야 소방관이 비교적 사지를 자유롭게 쓰면서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피를 도와줄 것이다.

룸메이트가 아버지께 들은 얘기에 따르면, 화재 대피 훈련 때 이렇게 어깨에 업히는 역할을 자원한 지원자가 이걸 직접 경험해 보니 불편하기는 하다고 했다. 사실 인간 쌀가마가 되는 셈이니까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다.

특히 한 소방관이 다른 소방관에게 이 지원자를 넘겨 줄 때(체력 안배를 위해 한 명이 계속 어깨에 업고 달릴 수는 없어서 교대를 해야 한다)가 제일 불편하다고. 그래도 뭐, 안전하게 대피하는 게 우선이니까 이 정도는 참을 만하지 않을까.

 

또한 화재는 대개 아래보다는 위로 옮겨간다. 가령 10층에 화재가 발생했다면 소방 관계자는 10층, 11층, 12층을 제일 먼저 대피시킨다.

그러고 나서 9층을 대피시키고, 다시 13층, 14층을 대피시킨 후 8층을 대피시키는 식으로 위의 2개 층, 아래 1개 층을 번갈아 가며 대피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아, 비상구나 소화기 등을 안내하는 픽토그램(pictogram)은 전 세계 공통이니 호주에서 이 때문에 당황할 일은 없을 듯하다.

 

이 이야기는 내가 룸메이트에게 들은 거라 대략적인 내용이고, 만약에 여러분이 호주에서 화재를 경험한다면 소방 관계자의 말을 따르는 게 제일 정확하고 안전하다.

평소에 빌딩 매니저나 소방 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잘해 두면 유사 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 기억하시고 오늘도 안전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란다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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