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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야기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신발에 술을 따라 마신다? 호주의 슈이(Shoey)!

by Jaime Chung 2018.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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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신발에 술을 따라 마신다? 호주의 슈이(Shoey)!

 

'슈이(Shoey)'. 포뮬러(Formula) 1 팬들은 이미 이 단어를 잘 알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출신 F1 선수 대니얼 리카르도(Daniel Ricciardo)가 시상대에 오르면 하는 게 이거니까. F1은 심지어 이 단어를 트레이드마크(TM)로 등록하기도 했다.

 

슈이 중인 리카르도

 

이는 바로 신발에 술을 따라 마시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입생 환영회 같은 데서 정말 더럽게 놀면 종종 하는 행위인데, 특히 호주에서는 파티나 특별한 행사에서 하는 일종의 의식처럼 되어 있다.

레이싱 드라이버가 처음으로 슈이를 한 것은 2016년, V8 소형 트럭 챔피언인 라이얼 해리스(Ryal Harris)이다.

그다음에는 슈퍼카(Supercars)의 레이서인 데이비드 레이놀즈(David Reynolds)가 이를 따랐다.

 

이 선수는 잭 밀러이다

 

2016년 6월에는 역시나 호주인 MotoGP(오토바이로 하는 경주로, 급으로 따지면 F1에 해당한다. 이 아래에 Moto2, Moto3가 있다) 선수인 잭 밀러(Jack Miller)가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자기 신발에 샴페인을 따라 마셨고, 이로 인해 이 의식은 더 유명해졌다.

 

과하게 신나 보이는 왼쪽 남자가 리카르도, 슈이 중인 오른쪽 남자가 마크 웨버이다.

 

역시나 호주 출신 F1 드라이버인 마크 웨버(Mark Webber)가 리카르도에게 받은 신발로 슈이를 하는 걸 보신 분도 있을 거다.

그리고 MotoGP의 챔피언인 발렌티노 로씨(Valentino Rossi)도 미사노(Misano)에서 우승 후 슈이를 했다. 따지고 보면 로씨는 이탈리아인이긴 하지만.

 

호주인이 '슈이'에 대해 설명하는 짧은 영상

 

다른 군인의 부츠에 술을 담아 마시는 것은 독일 군대에서 흔한 '신참 골리기(hazing)' 행위였다고 한다.

세계 1차 대전 당시 독일군은 전투 전에 행운을 비는 의미에서 가죽 부츠에 맥주를 담아 돌려 가며 마셨다고.

 

호주에서 슈이는 술을 마시는 사람 본인 또는 친구의 신발을 그릇 삼아 술을 담아 마시는 의식이다.

이 신발에 맥주 캔 내용물이 전부 담기는데, 술이 다 차면 신발을 기울여 쭉 들여마신다.
가장 흔히 쓰이는 술은 맥주인데, 물론 다른 종류의 술을 쓰기도 한다.

리카르도의 말에 따르면, "스파클링 와인이 차가우면, (슈이의) 맛이 좋아요. 따뜻하면 땀이 좀 섞일 수도 있죠. 하지만 차가운 맛이 나쁜 걸 죽이니까... 맛있어요."라고 한다.

 

슈이는 서핑과 낚시용품 브랜드인 '더 매드 휴이스(The Mad Hueys)' 덕분에 유명해졌다고 한다.

이 브랜드의 얼굴인 딘과 숀 해링턴(Dean and Shaun Harrington)은 2002년부터 슈이를 해 왔다고 말해 왔다.

더 매드 휴이스의 인기가 올라가자 이 브랜드와 관련이 있는(광고에 나왔다든지 하는) 유명인이 슈이를 하는 모습이 더 많이 공개되었다.

 

이건 그냥 위키페디아에서 가져온, 일반인이 슈이 하는 모습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알 수 있겠지만, 슈이를 하는 게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웨스턴 시드니 대학(Western Sydney University)에서 ABC(Australian Broadcasting Corporation, 호주 방송국)의 의뢰를 받아 실험해 본 빈센트 호(Vincent Ho) 박사는 그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저라면 알코올에 잠겨 있던 신발에서 (술을) 따라 마시는 걸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굳이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렇게만 해 두자. 딱 1분만 술을 신발에 담가 둬도, 패혈증, 폐렴, 식중독, 구토, 메스꺼움, 그리고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황색포도알균(Staphylococcus aureus)을 발견할 수 있다고.

그래도 다행인 건, 알코올이 대부분의 박테리아를 죽인다는 것이다.

박테리아를 죽이지 못한 술은 스파클링 화이트 와인이나 샴페인뿐이라고 한다.

거품이 나는 알코올성 음료는 소독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유해한 박테리아의 성장을 촉진했다고 한다.

보드카는 알코올이 농축돼 있어 박테리아 성장을 억제했고, 맥주는 산성(pH)이 낮고 산소 수준이 낮은 데다가 영양 물질이 결핍되어, 박테리아의 성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을 조성했다.

레드 와인은 박테리아와 싸우는 데 효과적인 항균 물질을 함유하고 있었다.

그러니 누가 다음에 리카르도 슈이 할 때 레드 와인으로 하라고 이야기 좀 해 주시길... ㅎㅅㅎ 우리 리카르도는 소중하니까요!

(혹시나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라.

https://www.abc.net.au/news/2018-07-27/the-shoey-and-why-it-could-make-you-sick/10029108)

 

글을 작성하는 데 다음 기사들의 도움을 받았다.

https://www.dailytelegraph.com.au/sport/motor-sport/ute-racer-ryal-harris-is-the-man-who-started-the-shoey-craze-on-motor-racing-podiums/news-story/20e526732237ae3507c6b24830282e61

https://www.goldcoastbulletin.com.au/sport/local-sport/gold-coast-v8-utes-champion-ryal-harris-the-man-behind-motorsports-global-shoey-phenomena/news-story/3e3bdfb667f776d0d73a4118e6402eef

https://www.carthrottle.com/post/nkmklvp/

https://en.wikipedia.org/wiki/Drinking_from_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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