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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월말 결산] 2025년 2월에 읽은 책들

by Jaime Chung 2025.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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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결산] 2025년 2월에 읽은 책들

 

2025년 2월에 읽은 책들은 총 13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 이번 달에는 특별히 별점에 대해 약간의 부언을 하고 싶다. 여태까지 내 별점 체계에서 별점 3개(⭐️⭐️⭐️)는 그냥 ‘괜찮다’에서 ‘재밌게 읽긴 했지만 내 취향을 직격으로 때린 건 아니다. 추천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잘 읽었다‘까지를 포괄할 정도로 범위가 넓었다. 진짜 좋아서 추천하는 건 별 4개, 그리고 5개는 역작인데 사실 아직까지 별 5개를 준 책은 없다. 그런데 이번 달에는 별점으로 치면 3개인데 앞에서 언급했듯 그 범위의 양 극단에 있는 책들이 포진해 있어서 이게 좀 헷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별점 체계를 조금 수정하고자 한다. 3개는 ‘그냥저냥 괜찮아요’, 4개는 ‘완전 강력 추천까지는 아니어도 잘 읽었어요’, 5개는 ‘진짜 최고, 강력 추천!!’ 이게 더 적당할 것 같다. 참고해 주시길!

 

서수진, <올리앤더> ⭐️⭐️⭐️⭐️

<코리안 티처>로 나에게 깊은 감동을 준 서수진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 호주 이민자 1세대, 1.5세대, 2세대인 세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코리안 티처>만큼은 아니지만 이것도 괜찮긴 했다.
소노 아야코, <여기저기 안 아픈 데 없지만 죽는 건 아냐> ⭐️⭐️⭐️
일본 소설가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 노화, 질병, 죽음 등의 주제를 다루는데 저자가 아주 이를 자연스럽게 잘 받아들여서 호들갑스럽지 않은 느낌이 좋았다. 내가 일본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크게 좋지도 않다, 그냥 그렇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하현, <아이스크림: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 ⭐️⭐️⭐️
음식을 주제로 한 가볍고 짧은 에세이인 ‘띵’ 시리즈 중 한 권. 내가 좋아하는 민음사TV의 조아란 부장(조아란 부장의 책 소개는 약 9분 58초부터)이 소개하는 걸 듣고 나도 밀리의 서재에서 찾아서 읽었다. 아란 부장은 감성이 풍부해서 감동적으로 읽은 듯하지만, 나는 뭐, 그냥 괜찮았다.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개인적으로 확 와닿느냐 하면 그건 아닌…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조금 더 감성과 기분이 말랑말랑한 시기에 읽었으면 나도 감동받고 살짝 눈물을 흘렸을 수도? 일단 지금으로선 괜찮은 책이라고 해 두겠다.
페르난도 데 트리아 데 베스, <시간을 팝니다, T마켓> ⭐️⭐️⭐️
한 남자가 시간을 작은 통에 담아 팔게 되자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이걸 사서 자신을 위한 시간을 쓰게 되고, 그에 따라 온 나라의 경제가 뒤집어진다는 내용의 소설.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읽는 내내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첫째,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표방하는 소설의 주인공을 비롯해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남성이라는 점, 즉 여성의 특수성이 지워진다는 점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뭘 받아들여, 저자도 여성을 안 받아들였는데!) 둘째, 이렇게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내게 됨으로써 이 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 외에, 다른 면, 예컨대 문화나 법 제도나, 삶의 질 등등의 면에 끼치는 영향은 없는가? 이런 중요한 논의를 빼먹다니. 시간을 절약하고 싶다면 굳이 안 읽어도 될 것 같다.
레베카 터식, <시팅 프리티> ⭐️⭐️⭐️⭐️
휠체어 사용자인 저자가 ‘장애인’ ‘여성’으로서의 삶과 경험에 대해 솔직하게 쓴 에세이. 장애인에 대한 담론이 왜 비장애인에게도 필요한지, 그 이유를 아주 설득력 있게 잘 설명해 주는 점이 무척 좋았다. 진짜 흥미롭고 감동적이고 좋은데 교정교열이 잘되지 않아 아쉬운 책.
고우리, <편집자의 사생활> ⭐️⭐️⭐️
1인 출판사 ‘마름모 출판사’를 운영하는 16년 이상 경력의 편집자가 쓴 에세이.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 책 만들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소소하게 좋아하실 것 같다.
츠바키 이즈미, <월간 순정 노자키군 16> ⭐️⭐️⭐️
16권이 발매됐다고 리디에서 알림이 왔길래 곧바로 구입해서 읽었다. 귀엽고 재밌다. 근데 노자키랑 사쿠라는 언제 연애하냐며… 🥲
문지혁, <초급 한국어> ⭐️⭐️⭐️⭐️
저자의 삶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 석사 학위를 마친 후 근처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맡게 된 지혁의 한국어 강의와 사생활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오는데, 잔잔하게 재미있고 살짝 슬프기도 하다. 후속작 <중급 한국어>도 이미 나왔다고 해서 그것도 읽을 예정이다.
송경화, <민트 돔 아래에서> ⭐️⭐️⭐️

전작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에 이은 ‘고도일보’ 기자 송가을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이번에는 송가을이 정치부로 옮겨서 의회가 배경이다. 저자의 정치색이라든지 어떤 쪽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이번 후속작에서 쓸데없는 로맨스가 자주 나와서 내 정신을 쏙 빼놓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
김애란 작가의 장편소설. 내 이웃님이 리뷰를 올리신 데다 최근에 민음사TV에서 이 책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궁금해져서 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있는데 채운, 소리, 그리고 지우이다. 채운의 아버지는 현재 병원에 누워 있다. 소리에게는 손을 잡아 보면 그 상대가 곧 죽을 것인지 아닌지 알아내는 능력이 있다(곧 죽을 사람은 순간적으로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고 한다). 지우는 용식이라는 도마뱀을 키운다. 제목은 이 아이들의 반 선생님이 시키는(채운이는 전학생이다) 자기소개 방법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다섯 가지 문장으로 자기를 소개하라고 시키는데,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포함해야 한다. 그러면 다른 학생들이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추측하면서 그 아이에 대해 알아가고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은 세 아이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면서 전개된다.
솔직히 말해서, 고등학생 셋이 주인공이지만 청소년 소설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분류되지도 않는 듯? 내가 보기에는 세 아이 전부 다 김애란 작가의 목소리로 들렸다. 딱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할 법한 생각이나 말이라기보다는 완전히 ‘창작물’임이 확 느껴졌달까. 게다가 ‘베리베리 스트로베리’ 어쩌고 하는 건 정말… 아재 개그 느낌이었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 코멘터리북도 무료로 공개돼 있는데(리디, 알라딘, 교보문고 등 이북을 구입할 수 있는 플랫폼에서 다운로드 가능), 딱히 이 소설을 더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그냥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약간 플러스 알파로 읽을 만한 거리이지, 이 소설 해설집은 아니라는 느낌.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으나 정작 읽으면서는 큰 감흥을 받지 못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내 이웃분도 좋아하시고, 민음사TV에서도 홍수형 차장이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길래 나도 이 책을 많이 좋아하고 싶었는데… 그냥 내 취향이 아니었나 보다.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사일런트 페이션트> ⭐️⭐️⭐️
(어째서인지 영원히)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인 심리 스릴러 소설.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사진작가 남편 가브리엘을 살해한 화가 아내 앨리샤는 (’알케스티스’라는 그림 한 점을 남긴 채) 일절 그 어떤 말도 하기를 거부한다. 정신 질환 범죄자 수감소로 보내진 앨리샤는 그곳에서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앨리샤의 사건에 흥미를 느낀 심리 상담가 테오는 그녀의 치료에 자원하는데… 반전은 그럴듯하지만 (종이책 기준) 416쪽이나 읽기에는 약간… 가성비가 안 맞는다고 할까. 그걸 얻기 위해 내가 들여야 한 노력이 조금 아깝다는 느낌. 한 300쪽 이내였으면 괜찮았을 것이다.
Maggie Su, <Blob> ⭐️⭐️⭐️
바이(Vi, 바이올렛의 애칭이다)는 호텔 리셉션에서 일하는, 게으른 대학 중퇴자이다. 남자 친구 루크와 8개월 전에 헤어진 후 이렇다 할 삶의 목표 없이 그냥 대충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레스토랑 앞에 놓인, 슬라임 같은 덩어리를 발견한다. 그 덩어리는 눈과 입만 있는데, 어쩐지 그 표정이 슬퍼 보여서 바이는 자기도 모르게 덩어리를 자기 집으로 데려오는데… 흥미로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저자의 데뷔작이다. 솔직히 주인공의 나태함은 살짝 짜증이 날 정도인데 그래도 소설 후반에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다가 나름대로 해피 엔딩이라 다행이었다. 원서치고 너무 길지도 않아서 적당히 읽을 만했다.
헤이란, <0칼로리의 날들> ⭐️⭐️⭐️⭐️
’무기(無期) 다이어터’의 음식 에세이. 꼭지마다 소재가 되는 음식과 관련한 추억을 나누는데, 저자의 글이 아주 재미있어서 즐겁게 읽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 썼듯이, “하루는 0칼로리, 행복은 풀(full)칼로리”가 될 수 있는, 그런 유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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