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Timer(타이머)>(2009)

by Jaime Chung 2026. 3. 9.
반응형

[영화 감상/영화 추천] <Timer(타이머)>(2009)

 

 

 

“나의 ‘소울메이트’를 만날 시기를 알려 주는 ‘타이머’가 있다면?“이라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가벼운 SF이자 로맨틱 코미디 영화. 이 영화 속 세상은 현재와 다르지 않다.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세상에는 자신에게 딱 맞는 소울메이트를 알려 주는 타이머(TiMER)가 있다는 점이다. 직사각형 모양 패널이 있는 타이머를 손목에 심으면, 나에게 맞는 소울메이트를 만날 날이 시작하는 자정에 한 번, 그리고 그 운명의 상대를 만나 눈을 처음으로 맞추었을 때 다시 한 번 알람이 울리게 된다. 이것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켜 많은 이들이 타이머를 손목에 심었고, 이를 통해 ‘인연’을 만난 이들도 적지 않다. 물론, 이 타이머를 믿을 수 없다, 또는 나는 그런 것에 의존하지 않고 그냥 운명적으로, 자연스럽게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다. 연애에 큰 관심이 없어서 타이머를 심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이 와중에 우리의 주인공인 우나(엠마 콜필드 분)는 오래전에 타이머를 심었는데, 그의 타이머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nn일 nn시간 nn초 하는 식으로 카운트다운이 되며 타이머가 작동하는데 말이다. 그의 타이머는 그냥 빈칸이다. 이는 즉, 그의 상대가 될 소울메이트에게 타이머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나는 만나는 남자마다 타이머 센터에 데려가서 타이머를 심게 하고, 그 사람이 자기 인연이 맞는지를 확인한다. 이번에 한 달쯤 만난 브라이언(스콧 홀로이드 분)이라는 남자에게 타이머를 제안해 봤더니, 그의 것은 916일(약 2년 반) 16시간 정도 남았다는 카운트다운이 뜬다. 우나의 ‘운명의 상대’가 아닌 것이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아직 운명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안달을 내는 우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나의 이복 자매(생일은 똑같은데 아빠가 다른 동생) 스테프의 타이머는 무려 5,262일(무려 14.4년!)이나 남았다는 사실. 우나와 달리 스테프는 워낙에 터프하고 자유로운 영혼이라 그렇게까지 ‘인연’에 매달리는 성격은 아니라서 타이머에 시간이 남은 남자들을 만나 가볍게 즐기고 헤어지는 게 취미라면 취미. 어느 날, 우나는 동네 슈퍼에서 나름대로 귀엽고 자기에게 수작을 부리는 것 같은 마이키(존 패트릭 아메도리 분)를 만나는데…

 

어떻습니까? 여러분이라면 내 소울메이트를 알려 주는 타이머를 손목에 심겠습니까? 영화는 그렇게 묻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흐름이 전적으로 100% 마음에 든 것은 아니지만(내가 보기에 여주 우나의 잘못이 아닌 것 같은데 너무 우나가 굽히고 들어간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있어서다) 그래도 이 질문은 꽤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타이머에 대한 각 인물의 태도를 줄거리와 같이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우나를 보면, 그는 나이가 들어가니까 얼른 내 ‘운명의 짝’을 만나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에게 타이머는 정답을 알려주는 답안지 같은 것이다. 내 ‘운명’이 아닌 상대와 연애를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반면에 스테프는 ‘운명’을 만날 시간이 너무나 오래 남아 있기에 그동안 다른 남자들이라도 만나면서 시간을 죽여야겠다고 느끼고, 또 애초에 ‘깊은 연애’에 그다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이 둘의 엄마인 마리온(조베스 윌리암스 분)은 타이머 신봉자다. 본인도 그렇게 ‘인연’인 현재의 남편을 만났고, 우나와 스테프의 동생인 제시(헤이든 맥파랜드 분)에게도 타이머를 심을 수 있는 법적 연령(9학년이라고 하니까 한국 나이로는 14-15세)이 되지마자 타이머를 맞추게 해 줄 정도다. 제시는 거의 타이머를 심자마자 곧 인연을 만나게 되는데, 타이머를 맞춘 시점에서 고작 3일만 기다리면 되었던 것이다. 제시의 운명의 상대는, 마리온네 집을 청소해 주는 가정부의 딸 솔리다드(비앙카 루이즈 브로클 분)였다. 솔리다드의 나이가 정확히 몇 살인지는 나오지 않지만 대략 제시와 또래인 듯하다. 그러니까 이 둘은 아주 어릴 때 이미 자신의 인연을 만난 것이다. 당연히 우나는 속상해하고…

한편, 마이키는 타이머라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나가 슈퍼에서 마이키를 만났을 때 그의 손목에 심어진 타이머는 아직 그에게 4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것 때문에 우나는 고민을 많이 했다. 내 타이머는 빈칸인데 얘는 4개월 정도 남았다고? 우리는 인연이 아닌가 보네, 하고 생각하면서 스테프 말대로 그냥 인연을 만날 때까지 잠깐 볼 생각이었는데 만나다 보니까 매력도 느껴서 빠지게 된 것이다. 사실, 마이키의 타이머는 페이크였다! 내가 원하는 일 수가 세팅된 타이머를 인터넷에서 사서 거의 패션 액세서리처럼 하고 있었던 거다. 왜? 타이머라는 게 자신의 운명의 상대를 알려 줄 수 있다고, 자기 인생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니까 그냥 농담하듯이, ‘아이러니’를 위해 끼고 다닌 것이다. 타이머를 신봉하며 언제 나는 내 진짜 운명을 만날 것인가 노심조차하는 우나에게 그의 이런 ‘쿨’하고 무심한 태도는 상처가 된다. 여기에서 이야기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해, 스테프가 일하는 곳에서 댄(데스몬드 헤링턴 분)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스테프는 이 남자에게 끌린다. 하지만 (중간 내용 다 생략하고) 알고 보니 이 남자가 우나의 인연이었다. 어떻게 아냐고? 마이키 때문에 우나가 자신의 타이머를 뺄 결심으로 타이머 센터에 갔는데, 갑자기 그의 타이머가 작동하는 게 아닌가(결국 스테프만 타이머를 제거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우나의 상대가 될 사람도 타이머를 심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말 그 타이머 말대로 며칠 후 우나와 스테프의 공동 생일 파티에서 우나는 댄을 만나게 되고, 둘의 타이머가 울린다. 스테프는 이 남자가 우나와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 그동안 둘을 이어주려고 했는데 우나가 마이키랑 만나서 지지고 볶느라 여태까지 만나지 못하던 차에, 진짜 인연은 인연인지라 이 생일 파티에서 드디어 극적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스테프는 내가 원하는 것은 결국 우나가 다 가져간다 싶어서 속상해하지만, 어쨌든 둘은 화해하고 (자매애는 그깟 남자보다 더 위대하니까!) 댄과 우나가 잘될 것을 암시하듯, 둘이 플러팅을 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타이머라는 게 얼마나 ‘정확’한지를 인포머셜 같은 형태로 영화 초반에 이미 기정사실화한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작동한다. 이로 인해 맺어진 커플이 한둘이 아니며, 이 제품은 가히 혁명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한번 타이머를 심었다가 빼면 다시 심을 수 없다. 딱 한 번만 심을 수 있는데, 우나의 경우처럼 나의 인연이 될 사람에게 타이머가 없다면 내 타이머도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만 빼고는 완벽하게 정확하다. 여러분이라면 이 타이머를 심을 것인가? 나라면 할 것 같다. 딱히 그걸 믿어서가 아니라(사실 영화 속에서는 이게 100% 정확하다고 하지만), 내가 비효율적인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인연이 아닌 사람들에게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인간이 늘 이성적인 존재인 것은 아니다. 우나의 아빠인 음악 프로듀서 릭(뮤즈 왓슨 분)의 현재 아내 델핀(니키 노리스 분)은 타이머를 뺐다. 자신의 인연이 그가 아님을 (타이머를 통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하기에 그냥 그것 없이 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손목에 남은 상처를 포용하고, 자신의 곁에 있는 남자가 자신의 ‘소울메이트’가 아니라는 사실도 받아들이고 살고 있다. 우나가 릭을 만나러 가서 마이키의 데모 CD를 주고 자기 엄마에 대해 물어보는 한 장면 이외에 다시 등장하지 않아서 델핀이 행복한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다고 믿고 싶다. 적어도 뭐 학대를 받으면서 불행하게 살지는 않는 것 같다… 소울메이트가 100점짜리 인연이라고 한다면(이것도 한눈에 반하는 사랑일 수도 있고, 아니면 처음엔 싫었다가 점차 사랑에 빠지는 관계일 수도 있고 인연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인연이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꽤 잘 살 수 있는 관계도 있지 않을까. 뭐 80점 정도만 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뭐, 사람의 마음은 꽤 유연하니까 그 불행한 관계도 행복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지.

 

사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진짜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나와 맞는 상대를 만나면 모든 일이 행복하게 다 잘되고 쉬울 거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진짜로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도 힘든 일은 온다. 결혼 준비라든지 출산, 육아, 또는 결혼하지 않더라도 경제적 문제, 가족 내 문제 등등, 둘이 같이 겪어 내야 할 고난은 많다. 감정이란 유통 기한이 다하면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인데(도파민의 유통 기한은 3개월!), 그 감정이 지나간 후에도 우리는 그 상대를 계속 귀하고 소중하게 대하며, 존중하고 돌보아 주어야 한다. 그게 연인 또는 배우자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델핀이 이 영화 속 인물들 중 가장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일지도.

 

밸런타인데이는 지났지만 사랑의 의미에 대해, 인연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을 때 보면 좋을 영화. 100% 사랑에 대한 진리를 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볼만한 영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