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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이원석, <서평 쓰는 법>

by Jaime Chung 2019.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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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이원석, <서평 쓰는 법>

 

 

저자는 자신이 쓴 서평으로 첫 출판 계약을 따내고 지금도 여러 온/오프라인 지면에 서평을 쓰고 있는 서평가이다.

이 책은 2016년 12월에 출판됐고 내가 이 책을 빌린 도서관에는 2017년에 들어왔는데 이제 햇수로 2년밖에 안 되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빌려다 읽었는지 손때가 꽤 묻어 있었다.

팜플렛만 한 크기의 판본에 180쪽밖에 안 되는 얇은 책인데, 그나마 뒤에는 참고 문헌과 출판사 책 광고가 10여쪽을 차지한다.

 

이 간결한 책은 일단 서평의 본질부터 밝힌 후 서평의 목적을 논하고, 그다음 2부에서 서평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쓸지를 이야기한다.

서평의 전제, 서평의 요소, 서평의 방법까지 모두 살펴본 후 '서평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에필로그로 끝을 맺는다.

 

서평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독후감과 서평을 비교한다.

첫째, 독후감이 정서적이라면, 서평은 논리적입니다. 독후감은 문자 그대로 책을 읽은 다음의 감상을 담습니다. 본질적으로 정서의 반응이죠. (...) 이와 달리 서평은 읽은 책에 대한 사유를 담습니다. 본질적으로 논리적인 반응이지요. (...)

둘째, 독후감이 내향적이라면, 서평은 외향적입니다. (...) 독후감은 독자만의 고유한 느낌을 표현하는 데에 초점을 두어, 독후감을 쓰는 이가 자신의 다채로운 정념과 직면하게 도와줍니다. (...) 서평은 이와 다릅니다. 서평은 그 서평을 읽어 줄 다른 이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 서평의 일차 목적은 서평을 읽는 독자에게 나아가는 겁니다. 서평의 일차 목적은 서평을 읽는 독자를 자기의 주장으로 끌어들이고, 독자에게 서평자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는 데 있습니다. (...)

독후감이 독백이라면, 서평은 대화입니다.(...)

셋째, 독후감이 일방적이라면, 서평은 관계적입니다. (...)

이렇듯 서평은 그 서평을 읽는 독자를 설득하고자 합니다. (...)

모든 부분을 다 인용하지는 못했지만, 위 인용문에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점에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모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강조는 내가 했다).

 

이렇게 서평이 그 독자를 설득하는 글("이 책을 읽어 보세요" 또는 "이 책은 읽지 마세요")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후 저자는 서평의 목적으로 나아간다.

좋은 서평은 대체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서평은 개인적 판단의 공적 표현입니다. 그렇기에 서평가 개인의 기호가 중요합니다. 이러한 선택과 옹호 혹은 배제는 서평가의 기준과 가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동시에 서평은 사회적 서비스입니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문제에서 저자는 '공격적 책읽기'라는 개념도 소개한다.

공격적 책읽기란 한마디로 찬반을 분명히 하는 읽기요, 글쓰기이다. 비판적으로 책을 읽는다. 여기서 공격적 혹은 비판적이라는 단어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태도를 말한다. 즉 읽은 책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 의해서든지 판단을 유보하든지 자신의 관점과 입장을 명백하게 밝히는 것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읽기는 저자와 독자의 성장을 방해한다.

이렇게 비판적으로 읽기 위해 책을 정독해야 함은 물론이요, 책에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다면(번역서의 경우 본문이나 제목의 번역이 잘못된 것도 포함) 이를 바로잡을 정도의 기본 지식도 마땅히 서평가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틀린 정보를 바로잡는 서평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며, 타 저자의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서평만으로도 책을 내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그럼 본격적으로 서평은 어떻게 써야 하나? 위에서 말했듯이 정독을 해야 한다. 저자는 "독서의 첫 결실 또한 평가가 아니라 요약입니다."라고 말하는데, "충실한 독자라면 모름지기 자기가 읽은 것을 간명하게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각 장을 읽고 난 후에 요약을 해도 좋다. 저자는 책을 읽다가 집중력이 약해지고 산만해지면 차례로 돌아가 본문의 맥락을 다시 파악한다고 한다.

그러나 요약 자체가 서평은 아니고, "서평의 핵심은 '평'"이다. 서평의 방법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은 포인트를 제시한다.

일단 생각하라.

지금 바로 글을 쓰라.

첫 문장이 딱히 훌륭하거나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나의 문단에는 하나의 생각을 담고, 각 문단의 분량은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서평은 본질상 서비스이므로 가능한 한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모든 단어와 표현과 사상과 논지를 독자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전개해야 한다.

서평에 책 본문을 인용할 경우, 멋진 표현보다는 책의 정수를 찾아서 인용하라.

마무리는 훌륭한 서평에서 적절한 모델을 구하라. 반드시 교훈적으로 마치거나 멋들어진 미문으로 마감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일독을 권할 만한 자신만의 이유를 간결하게 내세우는 것으로 충분하다. 독자를 도발하는 방식으로 서평을 닫는 것도 가능하다.

글을 쓰고 난 후 고치고 또 고쳐라.

좋은 서평을 참고하라.

서평의 분량은 원칙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지만, 기본적인 분량은 A4 한 장 정도이다.

이 정도가 내가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요약한 내용이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시는 분은 이 책을 참고하시라.

 

그러나 <서평 쓰는 법>이란 이 책의 내용도 결국엔 저자의 생각에 불과하니, 이것을 성경처럼 받들고 꼭 이대로만 서평을 써야 한다고 여길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서평이 (저자 본인이 제시하는 개념에 따르면) '무거운 서평'을 쓰는 법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그냥 자신이 관심이 가는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과 감상을 자기 깜냥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평범한 독자들에게 굳이 권할 생각은 없다.

엘리트주의적인 면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서평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강하게 박혀서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만의 말투로 글을 쓸 수 없게 될까 우려해서 하는 말이다.

온라인 공간이든 아니면 진짜 종이에 인쇄되는 출판 지면이든 간에 고료를 받고 정식으로 서평을 쓰는 일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 편하게, 남들이 읽거나 말거나, 남들이 댓글을 달아 주거나 말거나 꿋꿋하게 자기의 감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안 읽어도 전혀 상관이 없다고 본다. 굳이 읽을 거면 그냥 참고용으로만 보시라. 그게 솔직한 내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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