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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파(pha),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by Jaime Chung 2019.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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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파(pha),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파(pha)는 이전에 리뷰에도 썼듯이, 현재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니트(NEET)족 출신 철학자'이다.

(2018/07/19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파(pha), 하지 않을 일 리스트)

그는 교토대라는 명문대를 나왔지만, 회사 생활에 적응할 수 없어서 관뒀다. 그리고 니트로 살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가 니트족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현실적인 조언(간단하게 적은 수입이라도 버는 방법, 좋은 셰어하우스를 구하는 방법 같은)을 주는 책이지만, 굳이 니트족이 아니라도 일에 싫증이 났거나 번아웃(burnout)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왜냐하면 저자 본인이 세상의 소수파, 마이너리티 인생으로, 사회가 제시하는 틀에 박힌 기준에 맞춰 살아가지 않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힘이 되는 이야기를 건네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학교/회사에 가고, 거기에서 몇 시간이나 움직이지 못하고 계속 갇혀서 공부/일하는 인생.

그것이 정말 사람이 인생을 살아야 하는 단 하나의 길인가? 이 철학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일본 사회가 다양한 삶의 모습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관용 정신을 가지기를 기원한다.

 

내가 제일 인상 깊게 읽은 구절들을 잠시 소개할까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여러 작은 커뮤니티들이 있으며, 그중에서 자신과 맞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 게다가 인터넷은 검색 기능이나 추천 기능이 있으니까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이나 적합한 커뮤니티를 아주 간단하게 찾을 수 있다.

어떤 장소와는 안 맞지만 다른 장소와는 잘 맞을지도 모른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낙오되는 인간은 줄어든다.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절대적인 선이며, 이 세상의 불행은 대부분 선택지가 적어서 초래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세상에 사람은 많고 사람들 성향은 다양하다. 내가 A라는 사람과는 안 맞아도 B와는 잘 지낼 수도 있는 거다.

환경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조용한 독서실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고, 어떤 이들은 조금 시끄럽다 싶을 정도로 활발하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이건 그냥 선호 차이일 뿐이다.

이 환경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더 나은 곳으로 옮겨가면 된다. 학교나 직장은 바로 옮기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금 더 ○○하지 못한 내가 문제야' 하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위 환경(그곳의 사람들을 포함해서)의 영향은 무척 크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지금 있는 곳이 자신과 전혀 맞지 않는다 느끼시는 분이 있다면, 자신이 빛날 수 있는 자리,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나설 용기를 내실 수 있기를 바란다.

 

위와 비슷한 맥락의 다른 문단도 보여 드리고 싶다.

예전에 지인의 블로그 영향으로 1년 정도 합기도 도장에 다닌 적이 있다. 지금도 그때 선생님한테서 배운 것을 곧잘 떠올린다.

나보다 힘이 센 사람에게 팔을 확 잡혀서 움직이지 못하게 됐을 때, 힘으로 떨쳐내려고 하거나 저항을 해봤자 잘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잡힌 팔은 그대로 두고 자기 몸을 슥 상대의 몸 옆쪽으로 옮기면 된다. 그러면 위치 관계가 바뀌면서 입장이 역전되고, 상대의 공격은 이쪽에 닿지 않게 된다. 상대는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반면, 이쪽은 힘을 주기 쉽게 되어 자유롭게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된다.

솜씨가 뛰어난 사람은 그처럼 '어디에 가면 내가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는가'를 자연스레 알게 되는 모양이다. 합기도 선생님이 자주 하신 말씀은 "힘으로 저항하면 안 된다. 자신이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반드시 자신이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있다."였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열심히 애를 써서 억지로 상황을 바꾸려고 드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며, 자기가 그토록 힘을 쓰지 않아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만약에 어떻게 하면 유리해질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너무 당황하지 말고 뭔가 보일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추운 겨울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끝나는 법이고, 상황은 어느 때나 반드시 계속 바뀌는 법이니까.

이 부분은, 아직 3월밖에 안 됐지만,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한 페이지' 부문의 후보에 오를 정도다. 진짜 인생 최고의 1페이지라고 할까.

내게 큰 용기를 주고 영감을 주었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욕구, 노력하려는 의욕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사람은 그런 데서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다만 그것이 억지로 강요될 때, 단 한 가지 삶의 방식만 강요될 때 그것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해야 한다고 사람들을 가르쳐 일하게 하지 않으면 무너지는 사회라면 애초에 그 사회는 그냥 거기까지였던 거다. 그럼 그런 사회는 무너지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한다.

일을 안 하고 금전적으로 풍요롭지는 않더라 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소소한 취미 등을 하며 '안분지족'하며 살 수 있다면 된 거 아닐까?

어차피 그렇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니트족이 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어떤 이들은 '니트족 게으름뱅이 주제에 입만 살아서 자기 정당화 잘하네!' 하고 코웃음치며 넘길지도 모르지만, 나는 삶이 일보다 우선한다고 믿고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사람으로서, 저자의 이야기에 100퍼센트 공감할 수 있었다.

물론 나도 관용 정신을 발휘해 최근에는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자기 커리어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존경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지만 역시 나 같은 타입과,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없는 타입은 아예 근본적으로 사고가 다르니 내가 갑자기 그렇게 뿅 변할 수는 없을 거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두 타입의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인정하며 행복하게 공존하고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회사 생활, 직장 내 자신의 위치, 취업 및 진로 등으로 힘든 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일에 굳이 목숨 걸지 않아도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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