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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신예희,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by Jaime Chung 2019.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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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신예희,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지난번 리뷰를 쓴 책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나 싶지만, 요즘 리디셀렉트가 콘셉트를 이렇게 잡았는지 이런 류의 책이 연달아 있길래 비슷한 시기에 읽게 됐다.

(2019/03/01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파(pha),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저자 신예희는 20년이나 되는 프리랜서 경력을 바탕으로 프리랜서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프리랜서라는 것이 진짜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 준다.

 

저자는 프리랜서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늘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말한다. 대답까지 같이 살펴보자.

1. 프리랜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2. 제 성격이 이러이러해서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1번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질문자의 전문 분야 및 경력 등에 따라 너어어무나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관계로 대뜸 답을 주기가 매우 어렵다.

문제는 2번 질문인데, 지금까지 "저는 아주 외향적이고 활동적이고 사교성도 대박이에요"라며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거의, 아니 단 한 명도 없었다.

어쩜 그렇게들 짠 것처럼 한목소리로 자신은 내성적이라며, 단체생활을 할 자신이 없다며, 될 수 있으면 사람을 만나지 않고 혼자 일하고 싶다고들 한다. 저기 잠깐만요, 프리랜서로 일하려면 영업도 실무도 돈 달라는 소리까지 혼자 다 해야 하는데요? 묻고 싶다. 당신은 1인 자영업자가 되고 싶은 겁니까, 아니면 예술가가 되고 싶은 겁니까.

맞는 말이다. 프리랜서라는 것은 혼자서 일한다는 것이고, 그러려면 회사에서 각각 다른 사람 또는 팀이 맡아서 하는 일을 자신이 전부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약간의 영업 및 홍보(저 이런 사람이고요, 이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 주세요)는 물론이요, 자기 고료/작업료를 흥정하는 일도 자기가 해야 한다.

 

저자는 또한 '프로페셔널'이 갖춰야 할 자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내가 갖춰야 할 자세>

1. 주어진 일을 일정에 맞게 진행하고 마감한다.

2. 나 자신을 업데이트하고 업그레이드한다.

3. 내가 잘하고 있는지 남에게 확인을 구하지 않는다.

4. 일과 나를 지나치게 동일시하지 않는다.

 

<남을 대하는 자세>

1. 타인에겐 관대하고, 자신에겐 엄격하다.

2. 싫은 인간이더라도 일로 얽힌 사이라면 예의를 지킨다.

3. 싸울 경우, 너 죽고 나 죽자 대신 둘 다 살기 위해 싸운다.

4. 비판과 비난을 구분해서 듣고, 구분해서 한다.

5. 변명은 될 수 있으면 짧게 한다.

 

나는 특히 <내가 갖춰야 할 자세>에서 4번이 제일 공감된다.

비슷한 이야기를 '9_거절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하여'에서도 하는데, 프리랜서는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고 보통 자택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여기까지는 일, 여기까지는 다시 내 인생'이라는 구분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퇴근을 해야 한다. 단순히 사무실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게 퇴근이 아니다. 온 마음으로 '일의 스위치'를 꺼야 하는데, 근무 시간과 장소가 유연한 프리랜서에겐 이게 특히 중요하다.

자, 오늘의 일은 여기까지야. 내일 출근해서 또 일하자. 이렇게 자연스레 퇴근해야 한다. 방에서 거실로, 의자에서 소파로, 카페에서 거리로, 어디로든 마음 편한 곳으로 퇴근. 그래야 마음속에 미움이 차곡차곡 쌓이는 걸 경계할 수 있다.

 

또한 이건 굳이 프리랜서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말인데, '일부러라도 쉬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귀하디귀한 영감이 왔는데 그 손을 잡지 못한다면? 영감은 한번 떠나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따라서 우리에겐 "여유가, 여백이 필요하다. 더 길고 더 잦은 휴식을 누려야 한다."

너무나 열심히 일하는 우리는 휴식에서조차 가성비를 찾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쉬는 시간'에도 뭐 그곳 맛집을 모두 돌아본다든지 또는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촬영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무얼 '더' 하려고 들면 제대로 쉴 수 없다.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휴식에서만큼은 '가성비'를 찾지 말고 그저 푹 쉬는 게 제일이다.

 

내키지 않을 때는 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 어릴 적에 우리 외할머니는 "먹기 싫은 것 억지로 먹으면 체한다" 하셨다.

음식이 그럴진대, 일이라고 크게 다르겠는가.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억지로 자신을 몰아부치다 보면 번아웃이 올 수도 있다.

번아웃 이야기로 돌아가자. 뭔가를 할 에너지가 당장 없다면 억지로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 멍때리며 노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모두 바쁘게 일하고 공부하며 달리는데 나만 혼자 뺀뺀 놀자니 왠지 송구하기도 하다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쓰는 것인데도 정체불명의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창작자는 입에서 더 못 놀겠다 소리가 나올 때까지 뺀뺀 놀 필요가 있다. 속에 고여 있는 것을 열심히 퍼다 썼으니, 잠시 쉬면서 다시 채워야 하는 것이다.

인풋이 없는데 아웃풋이 끝없이 나와줄 리 없다. 속이 비어버리니 마음이 점점 건조해져 바삭거린다. 번아웃의 시기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뭐였는지, 나를 들뜨게 하는 게 뭐였는지 서서히 잊어버린다. 이런 기분이 들 때면 무조건 드러눕는다. 거실 요가 매트 위에 누워 뒹굴거리다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살금살금 몸을 일으킨다. 조금 나아지면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신다. 인터넷 즐겨찾기를 세 바퀴쯤 뱅뱅 돌기도 한다. (...)

그렇게 머리와 마음을 비우다 보면 어느 순간 때가 온다. 자, 슬슬 인간의 형상을 갖춰볼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데, 방전된 몸에 충전이 꽤 되었다는 신호니 응차 하고 엉덩이를 일으켜 몸을 씻든 집을 치우든 하면 된다. 아직 일어나고 싶지 않다면, 때가 되지 않은 것이니 다시 편히 누워도 된다.

우리는 더 놀아야 한다. 그럴 자격이 있다.

 

뭔가 굉장히 노는 일, 쉬는 일에 대해서만 인용한 것 같은 기분이지만, 사실 나는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이런 점을 특별히 강조해야 한다고 느꼈다.

모두들 더 열심히 일하라고만 하지, 좀체 더 쉬라고 격려하는 말은 거의 안 하지 않나. 그러니까 나라도 이렇게 여러 번 말해 줘야 정말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 '맞아, 나 쉬어야 해.' 하고 쉴 용기(! 쉬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니! 하지만 이게 사실이다)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살면서 무엇이 제일 후회되느냐' 물으면 대개 '가족(또는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또는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두려워서 시도해 보지 못한 것'을 꼽지 '일을 더 많이 하지 못한 것'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딱 까놓고 말해서, 일은 내가 아니라도 다른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 같은 건 없다. 내가 아무리 그 일을 잘한다고 해도, 또는 내가 그 일을 좋아한다 해도 말이다.

그러니까 인생을 좀 넓게, 길게 보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을 최우선으로 했으면 좋겠다. 누구든 말이다. 사람 났고 일 났지, 일 나고 사람 났나.

 

어쨌거나, 저자는 쉬는 것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취미를 찾는 일이나 완벽주의를 버리는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고뇌하는 창작자'라는 신화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도 설명해 주며, '돈지랄'이 얼마나 즐거운지에 대해서도 설파한다. 1인 생활자의 재테크에 대한 팁도 공유해 주고.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 본인이 40대의 비혼 여성으로서 비혼의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나는 실제 40대 비혼 여성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 본 게 처음이라(내가 들은 얘기는 대개 20~30대 여성이 비혼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무척 흥미로웠다.

 

프리랜서는 겉으로 보기엔 참 매력적이지만, 실상 그 생활이 어떤지는 잘 모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렇지만 저자의 20년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조언 덕분에 '프리랜서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프리랜서 생활, 또는 책 제목처럼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꿈꾸시는 분이 있다면 필히 읽어야 하는 책이다.

어느 분야의 프리랜서이든 간에 말이다. 일하시는 모든 분들, 또는 지금은 일하지 않고 계시는 분들도 모두 힘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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