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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박막례, 김유라,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by Jaime Chung 2019.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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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박막례, 김유라,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이미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실 '막례쓰' 박막례 할머니가 어떻게 우리나라 최고 인기 유튜버가 되었는지에 관한 책이다.

책을 펼쳐면 나오는 세 번째 페이지에 이렇게 쓰여 있다.

희망을 버리면 절대 안 돼요.
희망을 버렸으면 다시 주서 담으세요.
그러믄 돼요.
희망은 남의 게 아니고 내 거예요.
여러분이 버렸으면 도로 주서 담으세요.
버렸어도 다시 주으세요.

인생은 끝까지 모르는 거야.

과연, 70대에 인생이 뒤바뀐 할머니가 해 주실 법한 말이다. 나는 정말 딱 이 말만 보고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사실 막례쓰에 대해 잘 모른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과 입소문을 통해 박막례라는 할머니가 유튜브에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는 정도만 알지, 실제로 막례쓰의 영상은 본 적이 없다. 영화가 아닌 영상을 보는 데 큰 흥미가 없어서...

하지만 덕분에 이 책에 있는 내용을 더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그 이유는 아래에서 곧 밝히겠다).

이 책은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뉘어 있는데, 전반전에서는 막례쓰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간단하게 연대기처럼 나이별로 소개한다.

그리고 후반전은 막례쓰의 시선과 유라 씨의 시선이 번갈아서 서술되어 있는데, (할머니가 치매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할머니와 여행을 하기 위해 직장을 관둔 손녀딸) 유라 씨와 함께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구글 CEO까지 만난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막례쓰에 대해 잘 모르고 그분 영상을 한 개도 안 봤기에 이게 재밌게 느껴졌던 거지, 만약에 내가 막례쓰의 '편'들 중 하나라서 그분 영상을 웬만큼 봤다면 굳이 이걸 책으로 또 봐야 했을까 싶었을 거다. 

그리고 책으로 읽는 나는 글에 약간 PPL이 심하다고 느꼈다.

여행 부분이야 뭐, 여행으로 유튜브 콘텐츠 찍으시는 분이니까 이해할 수 있고 구글 자체야 워낙에 본사 건물이 관광의 대상처럼 여겨지니까 그러려니 하겠는데, 삼성이 초빙해서 간 가전 전시회를 다루는 부분에서 그런 걸 크게 느꼈다.

책에서까지 굳이 그런 얘기를 해야 할까 싶었다. 내가 자본주의의 현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분명히 전반전에 있는 막례쓰의 일대기는 웃기고 슬프고 감동적이고 혼자 다 하는데, 뒤에 있는 후반전은 그냥 이미 유튜브 영상에서 공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도 않을 법해서 그냥 그렇다.

책 뒤에 '제1회 박막례 모의고사'라고, 모의고사 형식을 빌려 온 '편'들의 애정도 테스트 비슷한 게 있는데, 대략 이런 거다.

6. "할머니 (                  ) 갈 때 화장 진한 거 알지?
① 화장실                        ② 한의원
③ 계모임                        ④ 백화점

참고로 답은 책 안에 없다. 책 뒤쪽에 제시된 QR 코드를 통해 답을 제출하면 추첨을 통해 다섯 명에게 박막례 럭키 박스를 준다고 되어 있는데, 기한이 6월 23일(일)까지라 이미 한참 전에 지나서 나는 응모할 생각도 안 했다(어차피 답도 모르고).

그래도 이런 퀴즈는 상당히 신선하고 '편'들이라면 참 좋아할 만한데, 오히려 이런 것을 본문에 더 많이 넣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아니면 책 뒷날개에 있는 '막례쓰 명언 대잔치' 코너 같은 것.

★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 치고 장구 치고 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

★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여. 내가 대비한다고 해서 안 오는 것도 아니여. 고난이 올까 봐 쩔쩔매는 것이 제일 바보 같은 거여. 어떤 길로 가든 고난은 오는 것이니께 그냥 가던 길 열심히 걸어가. (...)

★ 이쁜 것은 눈에 보일 때 사야 돼요. 내년에는 없어요. 뚱뚱하고 날씬해 뵈는 것에 집착하지 마세요. 내 맘에 들면 사는 것이니까. (...)

★ 여행은 눈으로 하지만 추억은 돈으로 만들어야 된다이? (...)

이런 명언들 분명히 더 많을 텐데 이거를 좀 모아서 정리해 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래도 이 책이 형편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런저런 점을 좀 더 보완하면 좋았을 거라는 거고, 다음번에 책이 또 나온다면 그런 점을 좀 고려해 주십사 하는 것뿐.

막례쓰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정말 유라 씨 말대로 "꽤 멋진 70대를 고대"하게 된다. 앞으로 더욱 멋있을 인생의 후반전을 위해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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