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박남주, <세상에 속지 않는 법>

by Jaime Chung 2019. 11. 25.
반응형

[책 감상/책 추천] 박남주, <세상에 속지 않는 법>

 

 

우리 일상생활과 밀렵한 관련이 있는 법률적 지식을 소개해 주는 유튜브 채널 <법알못 가이드>의 크리에이터가 지은 책이다.

저자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이에게 최대한 쉽고 신뢰성 높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다. 나처럼 영상을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만큼 접근하기 좋은 방법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책 내용은 대략 사회 탐구 '법과 사회' 과목(아직도 있으려나 모르겠다. 윤리는 두 가지로 나뉘었다고 들었는데, 적어도 내가 수능을 볼 때에는 '법과 사회'라고 해서 정말 유용한 생활 밀착형 법률 정보를 다루는 사회 탐구 과목이 있었다!)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대략 목차를 훑어보면, '인터넷(SNS 포함)' 관련, '유튜브 관련', '주거 관련(집 계약, 층간 소음 문제 등)', '금전(중고 거래, 보이스 피싱 등)', '학교 관련(압수당한 물건, 학교 폭력 등)', '인간관계 관련(채권채무, 폭행 등)', 그리고 '기타 일상생활(갑툭튀한 차, 식당에서 신발이 없어진 경우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저자가 유튜브 저작권 정책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그런지 유튜브에 관한 내용이 상당히 신뢰감이 든다.

 

일단 온라인 세상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악플'에 관련한 내용부터 간단히 보자. 악플을 다는 행위는 형법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다.

형법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12조(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① 제308조와 제311조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각 내용과 관련한 법률이 인용되는데, 솔직히 이건 잘 모르겠으면 그냥 흐린 눈으로 보고 넘겨도 되고, 그다음에 나오는 설명만 잘 보면 된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공연성'이 필요합니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 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많은 사람이 보거나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모욕이 이루어졌을 때 모욕죄가 인정될 수 있는 거지요(대법원 1984. 4. 10. 선고 83도49). 그렇기 때문에 페이스북 메시지나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모욕을 받으면 공연성이 인정되기 힘듭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웹 사이트 게시판에 욕설 댓글을 달면 공연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요.

또한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구체적인 대상이 특정되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인터넷 게시판에서 아이디를 사용하더라도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주위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이라고 여겨지면 "모욕의 죄책을 면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므로 누군가 여러분을 지목해 모욕하는 글을 쓰거나 욕설 댓글을 달았을 때 아이디 프로필을 살펴보면 실제 인적 사항을 확인할 수 있거나, 게시판에 인적 사항을 밝힌 적이 있거나, 온라인 커뮤니티 사람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고 전화번호와 같은 연락처를 공유한 적이 있다면 그 악플러를 처벌할 수 있습니다.

 

원룸 계약과 관련된 내용도 알아 두면 유용하다. 대략 요약하자면 '1. 주변 환경 확인, 2. 내부 시설, 3. 등기부 등본과 건축물 대장 열람, 4. 보증금 반환에 대한 특약 확인, 5. 계약 후 중개 수수료 및 보증금 송금, 6. 전입 신고 및 확정 일자 받기' 정도 되겠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영상 또는 책으로 확인하시라(옮겨 적자니 너무 길다...).

 

아니면 요즘 이런저런 리뷰 영상/후기가 많은데, 조금이라도 안 좋은 점, 불편했던 점, 아쉬웠던 점을 표현했다가는 업체 측에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고소 사유는 크게 두 개인데, 첫째는 업무 방해이다.

이 조항에 의한 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 그대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만을 말한다면 업무방해죄에는 해당하지 않지요. "이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니 피부에 트러블이 생겼다. 아마 이런 성분 때문일 것 같은데 똑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구매하기 전에 잘 알아보아야 한다"와 같은 의견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사실이잖아요. 이러한 내용을 말한다고 해서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쉽죠? 만약 본인이 사실만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방해죄로 고소를 당했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두 번째는 명예훼손인데, 대부분의 영상, 댓글, 포스트와 게시물은 정보 통신망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정보통신망법 제70조를 참고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굳이 인용하지 않겠다. 대신 저자의 설명을 보시라.

(...) 위 조항을 살펴보면 업무방해와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지만, 아무리 사실이더라도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인정되면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아니, 내가 내 돈 주고 산 제품이 정말 별로여서 피해를 입었는데 사람들에게 이 사실도 알릴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업체는 이 조항을 믿고 고소나 경고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보면 현실은 업체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11. 29. 선도 2012도10392 판결).

관련 판례 요약
1. 인터넷을 통한 물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정보 교환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사업자에게 불리한 글을 게시하는 행위가 비방의 목적인지는 더욱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2. 이용한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는 없으므로 영리 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불만이 있는 소비자들을 어느 정도 수인하여야 한다.
3.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정보 및 의견 교환에 따른 이익은 공익을 위한 것이므로 큰 가치를 지닌다.

(...) 이 판례에 따르면 소비자 보호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붕확실한 허위 정보를 포함하지 않고 사실에 근거한 내용만 리뷰한다면 그 행동이 아무리 사업자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업체가 원하는 대로 리뷰어를 처벌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므로

 

분명히 삶에 도움이 되는 법률 지식이 많이 있는데, 아무래도 지면상 제약이 있다 보니 어떤 부분은 너무 가볍게 훑고 지나갔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예컨대 성추행이나 성폭력에 관한 내용. 이것은 기초적이고 원론적인 내용만 소개되어 있어서, 약간 부실하다는 느낌인데 사실 이건 이 주제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은 거뜬히 나오는 내용이니 이런 경우엔 다른 전문적인 책을 참고해야 할 것 같다(물론 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과 동시에 말이다).

성폭력의 경우에는 박신영이 쓴 <제가 왜 참아야 하죠?>를 읽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대략 감이 잡힐 것이다.

저자가 성폭력을 당한 이후 가해자를 고소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을 바탕으로 대응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이 외에 다른 주제에 대해 좀 더 깊은 지식이 필요하다면 해당 주제에 관한 다른 책들을 참고하는 게 좋겠다.

그래도 이 책은 뒤에 부록으로 모욕죄 고소장 작성 방법과 대여금 변제 최고 내용 증명을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 주기까지 한다. 엄청 유용하네! (물론 애초에 이런 걸 쓸 일이 없는 게 제일 좋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법과 사회' 과목을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굿!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