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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이구치 아키라, <나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by Jaime Chung 2019.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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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이구치 아키라, <나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 책의 내용은, 에필로그에서 인용되는 델(Dell)의 창설자 마이클 델(Michael Dell)의 말로 요약될 수 있다.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컨대 의지력이라는 것은 아주 한정된 자원이므로, 정말 중요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에 써야 하고, 나머지에는 일절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야 당연히 쓸데없는 일을 관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신문을 보는 것(부정적인 뉴스만 한가득이므로 기분을 다운시킬 뿐이므로 읽을 필요가 없다), 사람이 많은 러시 아워 시간대에 출근하는 것(낑겨 타서 버티느라 정신줄을 놓게 되므로 조금 일찍 출근하거나 아니면 아예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한다), 이메일이나 자주 SNS를 확인하는 것(메일에 일일이 답장해 주고 있으면 하던 일의 흐름이 끊긴다) 등등.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의지력은 페트병에 들어있는 물과 같다. 페트병의 물은 아침에 막 일어났을 때는 가득 차 있지만 뭔가를 생각하고 결심할 때마다 조금씩 줄어든다. 이른 아침에 메일을 확인한다거나 옷을 갈아입는다거나 혹은 서둘러 신문을 읽거나 갑갑한 콩나물 시루 같은 전철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이 의지력은 주르륵 새어나간다. 당신이 회사에 도착할 때쯤에는 이미 절반이나 줄어 있다. 이래서야 생산성 높은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페트병의 물은 자동차로 치면 휘발유와 같은 것이라 조금씩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대부분 사람이 소중한 휘발유를 무의식중에 별거 아닌 일에 써 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것을 '구멍 난 페트병 이론'이라고 부른다. (...)

이 페트병의 구멍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 하지 않을 결심이다. 일상에 잠재된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기로 결심해 구멍은 사라지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물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생각하지 않고도 행동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을 할 수 있도록 요가 매트를 전날 저녁에 깔아 두고 자고, 일어나자마자 그걸 보고 '스트레칭을 할까 말까?' 고민하지 않고 그냥 바로 스트레칭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옷을 고르는 것도 시간과 의지력이 낭비되는 일이니, 스티브 잡스처럼 똑같은 옷을 입든가 아니면 어떻게 조합해도 적당히 어울리는 색채로만 구입해서 돌려 입는 것이다.

식사도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메뉴로 한다. 손님을 접대해야 할 때에는 근처 카페에서, 평소 혼자 먹을 때는 회사 근처 모 음식점에서 무슨무슨 메뉴를 시켜서 먹는다는 식으로 미리 다 정해 두는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것도 정말 어렵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그러므로 미리 정해 두면 의지력이 술술 새는 걸 막을 수 있다.

 

인간관계 또한 잘라 내야 할 것은 잘라 내야 한다. 싫은 사람과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은 감정이 드는 사람과도 가급적 교제하지 않는 게 좋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팔방미인 타입은 여러 가지 일에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또한 SNS 등에서 명백하게 공격적인 사람들이 있어서 나에게 악플을 단다거나 한다면 그런 사람은 즉시 차단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가장 좋다.

정말 일적으로 끊어 낼 수 없는 상대가 아니라면, 최대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만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 인간관계의 범위가 좁을수록 인생은 순조로워진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아끼고 아낀 의지력을 정말 중요한 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쓰는 것이다. 간단명료하지 않은가?

저자는 또한 정말 귀한 정보를 알려 준다. 성장하고 싶거나 전문가의 어떤 노하우를 배우고 싶을 때 세미나, 강연회 등에 참가하는 게 좋은데, 이때는 저가보다는 비싼 것을 가는 게 좋다.

구체적으로는, "인맥을 넓히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100만 원 이상의 세미나를 수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왜일까? 바로 참가자의 의식 때문이다. 100만 원 이상의 고가라면 아무나 신청할 수는 없을 거고, 정말 100만 원이 넘는 수강료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 가겠다'라는 강한 의지를 활활 불태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어울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의지력을 제대로 사용하게 된다.

게다가 100만 원 이상의 세미나라면 보통 며칠간에 걸쳐 개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점심이나 술자리, 친목회 등의 행사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강사 또는 참가자들끼리 어울려서 네트워크를 맺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므로, 이런 자리는 되도록이면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게 좋다.

 

이건 약간 다른 이야기 같지만, '환골탈태의 힘'을 이야기하는 꼭지도 나는 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만남에 두려움과 거북한 감정을 느끼고, 또한 그런 감정을 없애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겉모습을 바꿔 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낯을 가리는 사람은 대부분 외모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다. 자신처럼 변변찮은 외모를 가진 사람이 말을 걸면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저자는 존경하는 분에게, "잘나가는 강사가 되고 싶다면 최고급 수트, 당장 200만 원이 넘는 수트를 사 입으라"는 조언을 듣고 그대로 실천했다고 한다.

기껏해야 3~40만 원짜리 수트밖에 사 본 적이 없었기에 굉장히 고민했으나, 존경하는 분의 조언이기에 믿고 따랐단다.

200만 원짜리 수트를 걸치니 겉모습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세미나에서 전보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됐으며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 때도 열등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이건 진짜 100% 확실한 방법임에 나도 동의한다. 자신에게 비싼 옷, 또는 자신이 정말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옷을 입게 해 주는 것만큼 자신감을 단순에 확 증폭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이렇게 자신이 기죽지 않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 것에 100만 원, 200만 원 정도는 사실 싼 대가라고 생각한다.

아, 다만 이것을 기억하시라. 

다만 비싸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자신의 취향대로 고르지 않는 것이다. 현재 자신의 겉모습이 별 볼일 없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자신의 취향대로 옷을 샀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옷을 새로 사더라도 자신의 가치관에 맞춰 고르면 이렇다 할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진심으로 변하고 싶다면 자신의 취향은 봉인하고 프로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애초에 이런 면으로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혼자 골라도 괜찮겠지만, 자신의 외모와 옷차림에 자신이 없어서 전반적으로 타인과의 접촉에도 자신감이 낮아져 있다면, 차라리 프로에게 옷을 골라 달라고 부탁하는 게 낫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돈과 관련해 의지력을 절약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데, 대출은 의지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중에서도 최악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저자는 심지어 "백해무익"하다고 표현할 정도다.

의지력 관점에서는 크고 작음만이 아니라 몇 군데서 빌렸는지도 문제가 되므로, 그만큼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일이 늘어난다.

따라서 복수의 금융기관이나 개인에게 대출을 받았다면 통합 대출로 합치라고 조언한다. 

옷을 구입하는 것도 일 년에 두 번 정도로 줄이고(무엇을 살지 고민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수수료도 애초에 내야 할 필요가 없도록 하자.

이런 조언들도 물론 좋지만, 개중에 제일 내 마음을 강타한 것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가급적 돈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는 자세"라는 말이었다. "물욕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돈을 써야 한다고 말하면 옳지 않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지도 모르겠으나, 의지력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므로 최대한 아낄 수 있다면 아껴야 한다. 돈을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절대로 나쁜 것도, 이기적인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극심한 피로감을 느껴서 마사지나 피부관리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이기적인 행동인가?

마사지나 피부 관리의 전문가들이 내 피로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는, 오히려 이타적인 행위가 아닌가?(정확히 이런 단어를 저자가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돈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라는 개념에 불편함을 느낄 독자를 위해 이렇게 풀어서 설명하고 싶다)

운동을 꾸준히 하거나 살을 빼고 싶은 사람들이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게 비웃음을 사거나 욕을 먹을 일은 아니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청소가 힘들다면 청소 전문 업체에 청소를 의뢰하고 대가를 지불하면 된다.

우리는 고민이 있으면 무의식중에 그것을 계속 생각한다. 그러면서 막대한 의지력을 낭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민의 대부분은 어느 정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완전한 해결은 아니더라도 돈이 고민의 무게를 덜어준다는 것은 틀림없다. 적어도 여기서 말한 피로라든가 운동 부족 혹은 영업 부진과 간병 등과 같은 고민거리는 돈을 사용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해 돈을 쓰면 일시적으로는 가난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돈의 힘으로 의지력 낭비를 억제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투자다.

또한 자신이 서투른 일은 극복하려고 애쓰는 대신에 돈을 주고 사람을 쓰는 게 낫다.

사람들은 왠지 자신이 부족한 것을 극복해서 메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상식적인' 행동은 저자가 성공하기 위해 버린 것들 중 하나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약한 사무 업무, 경리 업무를 그냥 시급 1만 원 정도의 온라인 비서에게 맡겨 버렸다.

이렇게 막대한 양의 의지력을 아낄 수 있게 되고, 또 비서가 자신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매달 50만 원으로 이렇게 일이 편해지다니 지금까지 한 고생은 뭐였을까, 왜 좀 더 빨리 투자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폭풍처럼 밀려 왔단다.

서툰 업무가 있다면, 굳이 극복하려고 애쓰지 말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이외에 진짜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얻은 꿀팁을 하나 더 공유하자면, "자기 성장을 위해 돈을 지출하는 것"이다.

자기 투자의 예산은 자신이 원하는 연봉의 10퍼센트면 충분하다. 가령 연봉 1억 원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면 연간 1,000만 원을 자기 투자에 사용하는 것이다.

와, 나는 여기에서 저자의 대담함에 혀를 내둘렀다. 연봉 1억 원이라는 목표를 위해 그 10%인 1,000만 원을 과감하게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그 목표를 이룰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신에게도 자신이 번 것의 십분의 일을 내라고 하는데, 자기를 위해 10%를 못 쓸 게 뭔가.

 

나는 원래 어떤 책을 읽고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내가 책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를 다 공유하진 않는데(출판사도 먹고 살아야 내가 읽을 책들이 또 만들어질 테니까) 이 책은 정말 너무 감동받아서 이렇게 자세하게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게 전부가 아니고, 내가 미처 여기에 설명하지 못한 좋은 내용이 많으니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란다. 나는 강력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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