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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장대익, <사회성이 고민입니다>

 

 

책 표지에서 이미 요약해 주고 있듯,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가 쓴 책이다.

과학을 바탕으로 한 사회학 서적이라고 해야 할까? 진화학자가 현대 사회의 문화에 대해 이런저런 진단과 설명을 하는데,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왜 사람들은 '혼밥', '혼술'을 하는 걸까? 저자는 그 이유를 '던바의 수(Dunbar's numbers)'에서 찾는다.

'던바의 수'란, 옥스퍼드 대학교의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제시한, '한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를 가리킨다.

'완전 절친'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다섯 명, '절친'은 15명, '좋은 친구'는 35명, '친구'는 150명, '아는 사람'은 500명, 그리고 '알 수도 있는 사람'은 1,500명. 

던바 등이 제시하는 사회적 뇌(social brain) 가설에 따르면, 아무리 사회가 복잡해지고 발전하더라도 한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친구의 수는 150명 안팎입니다. 이게 인간의 뇌용량이 허용하는 관계의 최대치라는 거죠. 그 이상을 넘어서면 뇌가 폭발한다는 뜻입니다. (...)

그런데 요즘의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보세요. 회사나 학교, 그곳의 소모임이나 동아리, 또 주말에는 동호회나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네트워크가 존재합니다. 사회성을 발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도토리(=인간관계 총량)가 150개밖에 없는데, 사용처는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셈이지요. 인간관계의 총량은 그대로인 채, 사회적 채널만 늘어났을 뿐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인해 네트워크는 더 늘어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의 총량은 그대로니 도토리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저자는 '혼밥', '혼술'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뇌용량을 초과하는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며 도토리를 충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혼밥을 하는 사람을 떠올려봅시다. 그 사람의 어깨를 툭 치며 "아, 딱한 친구일세. 회식이나 하러 가자고!" 이러면 안 되는 겁니다. 가만히 혼자 있게 놔두고 그 시간을 즐기게 하고 충전해서(다시 도토리 150개를 채우고) 다시 관계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관계에 지쳐 있는 사람에게는 '자발적 외로움(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이런 맥락에서 저는 '홀로 버려져 마음이 쓸쓸한 상태'로서의 그냥 외로움과 자발적 외로움인 '고독'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혼자 무언가를 즐기는 데 사회적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은 해 봤지만 이렇게까지 과학적인 근거는 상상도 못 해 봐서 이게 참 인상 깊었다. 

 

과학자라고 하면 재미없게 말하거나 딱딱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 풀어 나간다.

책 초반에 유인원의 차이를 이야기하면서 침팬지와 보노보 사진 옆에 인류의 대표 격으로 본인 사진을 붙여 놓았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난 이것도 너무 웃겼다. AI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반려동물과 무엇이 다를까 이야기하는 부분인데,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려견 품종은 몰티즈라고 합니다. 귀엽고 사랑스럽죠. 그런데 혹시 몰티즈가 냄새도 잘 맡고 소리도 잘 듣고 귀엽게 생겼다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자존심이 상하거나 열등감에 빠졌다는 사람을 본 적 있나요? 소리와 냄새에 민감한 것은 개의 특성이지 인류와 경쟁해야 하는 속성이 아닙니다. 만일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게 너무 부러워 인간으로서 열등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병원에 모셔드려야겠죠.

그렇습니다. 개는 우리와 경쟁하지 않습니다. 개의 특성은 인간의 특성과 겹치지 않기 때문에 인류는 개와 오랫동안 친구지간이었습니다(물론 집에서 개와 순위 경쟁을 벌이는 아저씨들을 제가 몇 분 알긴 합니다). 그런데 만일 개가 어느 날, "저도 오늘부터 자율주행차의 승인 여부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나온다면, 물론 그럴 리는 추호도 없겠지만, 개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달라지기 시작할 겁니다.

과학자가 이렇게 웃긴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인간의 외로움에 대해 이렇게 말할 정도로 인간은 따뜻하게 이해하는 과학자라니!

우리 조상들은 어렸을 때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외로운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울음과 몸짓으로 엄마를 찾았죠.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다 멸절하여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반면에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 악어는 외롭지 않아요. 조직 생활을 하는 쥐는 외로움을 느끼고요. 인간보다는 덜 느낍니다. 인간은 매우 연약한 존재이며 가장 큰 네트워크를 갖고 있기에 외로움의 진폭 또한 매우 큽니다.

 

저출생 현상의 과학적 설명:

동물은 자기 자신이 극심한 경쟁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감지하면 번식 전략이 아닌 성장 전략을 취합니다. 경쟁이 극심하면 자식을 낳아봤자 생존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대신 번식을 미루고 자신의 성장에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자신의 경쟁력을 먼저 높인 후에 자식을 낳아 그 자식의 생존 확률을 더 높이는 쪽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어느 동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전반적으로 유쾌하면서 사회적 현상에 대한 과학적 시선을 접할 수 있어서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 저자의 책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저자의 다른 책도 기회가 된다면 찾아볼 생각이다. 일단 이 책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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