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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다카기 나오코, <뷰티풀 라이프 1, 2>

by Jaime Chung 2019.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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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다카기 나오코, <뷰티풀 라이프 1, 2>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는데, 처음에는 '수짱' 시리즈인 줄 알았다. 일본 여자가 자기 인생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 나간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이 만화의 배경은 1998년 도쿄. 주인공(이자 저자)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도쿄로 상경한 다카기 나오코이다.

고향 미에 현에서 회사를 다녀 모은 70만 엔이라는 거금을 모아 왔지만, 도쿄에 내 한 몸 누일 곳(4평짜리 방)을 구하고 나니 저금은 바닥을 보인다.

급하게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어찌저찌 아르바이트를 구하니 그 사이사이에 짬을 내서 그림 그리기는 체력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

매달 적자의 줄다리기를 타는 나오코는 과연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라는 것이 줄거리인데, 뭐, 이 책이 나온 것만 봐도 다행히 일이 잘 풀렸다고 추론할 수 있을 테니, 해피 엔딩이라고 말해도 스포일러는 아니겠지? 

사실 이 만화를 읽다 보면 내내 아르바이트와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불안에 시달리는 나오코가 불쌍해져서, 제발 어떻게든 잘되기를 바라게 된다.

 

그래도 짠내 나는 나오코의 생활 속에도 간간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피소드가 일어나거나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나오코가 행운권 당첨 아르바이트(일본 만화에 종종 나오는, 팔각형 모양의 기계의 손잡이를 돌려 구슬이 나오는 행운권 응모를 진행하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 사람들은 아차상 티슈가 나오면 아쉬워하지만, 어떤 아주머니는 딱 한 번만 돌려서 아니나 다를까, 티슈에 당첨됐다.

그랬는데도 이 아주머니는 실망하기는커녕, "아하하, 좋아라. 티슈는 자주 쓰잖아요. 고마워요♡"라며 웃는다.

바로 앞 사람이 스물여덟 번이나(영수증 액수에 따라서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정해져 있다) 돌렸는데도 간장보다 높은 상품이 당첨되지 않자 잔뜩 화를 내며 가 버린 부인이라 더욱더 대조가 되어서, 나오코는 그 긍정적인 아주머니를 "귀여워!"라고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 아줌마가 된다면 그런 귀여운 아줌마가 되고 싶다."라고.

 

나오코는 부모님과 자주 통화를 하는데, 5화에서 아버지는 "어떠냐. 잘 지내니?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니?" "알바는 하니? 별일은 없고?"라고 묻고, 어머니는 "생활할 수 있어도 너무 아슬아슬하게 살면 안 돼. 너무 아슬아슬하게 살다 보면 마음도 스산해져. 힘든 일 있으면 바로 말해."라고 말하신다.

와... 정말, 이것이 어른의 지혜인가, 라는 느낌! 어떻게든 생활할 수는 있다 해도, 그런 생활이 계속되면 몸과 마음이 지치고, 감성이랄까 하는 게 메마르게 된다는 것은 정말 사실이다.

게다가 나오코를 이 전화를 끊고 나서 이렇게 상상한다. 

"하지만 상상해 보곤 해요. 만약 나한테도 딸이 있다면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게 키웠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도쿄 갈래' 그러더니 딸이 도쿄에서 혼자 배를 곯거나 나쁜 사람한테 속지는 않을지 생각만 해도 어이구야, 엄청나게 걱정되지요."

나도 '지나치게 상상해서 눈물이' 난 나오코처럼, 이걸 옮겨 적으면서도 눈물이 핑 돌았다. 나도 곧 출국할 예정이라 나오코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나오코는 끊임없이 바쁜 생활(아르바이트)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고통받는데, 6화에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란 사람은 겁쟁이에 소심한 데다가 약해 빠져서 바로 기 죽는 주제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무계획에 무대뽀인 거야? 소심한데 무대뽀라니, 이래 가지고 이 힘든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이 바로 나의 걱정이다, 나오코... ㅜㅜㅜ 그래도 나오코는 나중에 잘 풀렸으니까, 나도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면 어떻게든 잘 풀리지 않을까 하고 마음을 달래는 중이다.

 

전반적으로 내가 너무 짠한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그래도 나오코는 일상에서 소소하게 즐거움도 즐기고(호텔 조식 아르바이트에서 요리사가 만들어 주는 음식을 맛보는 거라든지) 예상치 못한 좋은 일도 확실히 일어나니 너무 우울한 내용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읽어 보면 좋겠다.

혼자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든가, 유학생이라면 나오코의 이야기에 200% 이입하며 울고 웃으며 볼 수 있을 것이다. 얇은 책으로 두 권밖에 안 되니 부담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읽든 읽지 않든 간에,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께 나오코처럼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행운도 오게 마련이라고, 그런 희망을 가지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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