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7 [책 감상/책 추천] 김관욱, <사람입니다, 고객님> [책 감상/책 추천] 김관욱, 콜센터 상담원들을 현장 연구한 저자의 민족지(ethnography). 저자는 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덕에, 그토록 연구하고 싶던 콜센터 직원들을 금연 상담 의사 신분으로 만나 많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좋은 학력이 어디에서 뭘 하든 도움이 될 거라며, “네가 나가서 노래를 부른들 박사학위가 쓸모없을 것 같냐”라는 닥터 베르의 지도 교수님 말씀이 떠오른다). 그 덕분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 1970, 1980년대에 소위 ‘공순이’로 불리던 여공의 삶이 2010, 2020년대에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콜순이’라 불리는 콜센터 상담원으로 반복된다. 이 여성들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하지만 인정받지 못한다는 큰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 공통점에 하나를 더 추가하.. 2025. 9. 3. [책 감상/책 추천] 이토 마사아키, <플레이밍 사회> [책 감상/책 추천] 이토 마사아키, 부제목이 설명하듯, ‘캔슬 컬처에서 해시태그 운동까지 그들은 왜 불타오르는가’를 연구한 책. 일본인 저자가 일본의 사건을 위주로 (예외적으로 ‘미투(#MeToo)’ 운동은 미국 위주로) 대부분의 현상을 살펴보고 설명하기 때문에, 대부분 한국인 독자들에겐 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미국이나, 다 사람 사는 곳이니까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은 물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예시로 드는 사건들이 아무래도 외국 일이다 보니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엔 좀 어렵달까. 저자 말이 맞으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비판적인 사고를 견지하며 읽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뭘 알아야 평가를 하지!). 저자의 설명 중 내가 제일로 공감한 건, ‘약자’의.. 2023. 10. 13. [아는 것 나누기] 최저 임금과 자살률의 상관관계? [아는 것 나누기] 최저 임금과 자살률의 상관관계? 어제 최저 임금이 고작 30원 올랐다는 기사를 봤다. 물가가 30원보다 더 올랐는데 최저 임금이 고작 이것밖에 안 오른다고? 너무 충격적이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정말 신기하게도 며칠 전에 최저 임금에 관한 논문을 알게 됐다. 이 논문에 의하면, 최저 임금이 높아지면 자살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이런 논문을 발표한 건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에모리 대학교(Emory University)의 박사 과정 학생 존 카우프먼(John Kaufman)을 제1저자로 하는 한 팀의 연구원들이다. 이들은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50개 주의 자살률을 살펴보았다. 18세부터 64세까지의 인구 중 고졸 이하의 학력.. 2023. 7. 6. [책 감상/책 추천] 오찬호,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책 감상/책 추천] 오찬호, 예전에 에서 사투리는 쓰는 아이도 소꿉놀이를 할 때면 표준어를 쓴다는 흥미로운 현상을 다룬 꼭지를 본 적 있다(’스펀지 사투리 소꿉놀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나와 같은 방송을 본 이들의 글이 여럿 나온다). 아이가 평소에 사투리를 쓸지라도 소꿉놀이를 할 때만큼은 TV에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를 따라 하기 때문에 이때만큼은 표준어를 쓴다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는 결혼과 육아도 소꿉놀이처럼 정해진 ‘각본’을 따라 행해지는 듯하다. 예전에 애너벨 크랩의 을 읽을 때 (내가 쓴 후기는 여기) 저자는 (적어도 영어권 국가들에선) 결혼 때까지만 해도 남녀가 (집안일을 나누어서 하는 등) 꽤 평등하게 지낼 수 있다고 했다. 육아가 시작되면 그 ‘남녀 평등’은 무너진다고, 애를 키우는 게.. 2022. 11. 7. [책 감상/책 추천] 도나 저커버그, <죽은 백인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 [책 감상/책 추천] 도나 저커버그,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 도나 저커버그는 '레딧(Reddit)' 커뮤니티의 하위 서브레딧 '레드 필(the Red Pill)'에서 활동하는 남성주의자들을 연구하고 분석했다. 그는 그들이 헤로도투스라든지 오비디우스 같은 그리스﹒로마 고전을 자주 인용한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그것이 그들의 '백인' '남성'으로서의 권위를 세우기에 알맞기 때문이다. 솔직히 아주 기가 막힌 일이다. 젠더 이슈뿐 아니라 인종 이슈까지 한 번에 짬뽕으로 가져가니, 상당한 어그로력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쨌든 그들은 자신들이 에 등장하는, 진실을 보게 되는 빨간 약 '레드 필'을 먹은 것처럼, 남성들이 오히려 열세에 처해 있고 차별받는다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으며, .. 2021. 11. 15. [책 감상/책 추천] 은유, <다가오는 말들> [책 감상/책 추천] 은유, 부제는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이다. 나는 은유라는 저자를 좋아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자마자 냉큼 빌렸다. 그냥 에세이집인 줄 알았는데, 짧은 에세이마다 주제에 맞는 책에서 적절한 부분을 최소 한 문장 이상 인용을 해서, 그 책의 내용과 글의 주제가 잘 조화가 되게 썼다. 예컨대, 저자가 자신과 딸의 관계에 대해 환기하는, "친구 같은 엄마와 딸이라는 환상"이라는 제목의 꼭지에서는 리베카 솔닛의 을 인용해 이렇게 쓰는 식이다. "어떤 감정 이입은 배워야만 하고, 그다음에 상상해야만 한다."(157쪽) 구원은 과거에 있다. 엄마가 되면서 상실한 '아이적' 감각을 복원하기. 이를 위해서는 엄마가 쓴 자식 양육서를 읽느니 딸이 쓴 엄마 이야기를 보는 게 .. 2019. 9. 13.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