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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17

[책 감상/책 추천] 원도, <농협 본점 앞에서 만나> [책 감상/책 추천] 원도, 로또, 그것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자영업자 및 직장인들의 꿈과 희망이자 일주일을 견디게 해 주는 5천 원짜리 에너지 드링크가 아닐까. ‘난 안 될 거야’라는 생각에 복권 한 장 내 돈으로 사 본 적 없는 나 같은 사람도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농협 본점에서 이를 수령해 가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안다. 그리고 나도 일확천금을 바라는 수줍은 마음으로 원도 작가의 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구성부터 아주 재미있다. 표지 그림과 본문 삽화는 , , 등을 그린 정세원(OOO) 작가가 그렸고, 프롤로그 이후 첫 번째 꼭지부터 에필로그를 포함한 일곱 편의 꼭지의 제목에 각각 숫자가 포함되어 있다. 예컨대 첫 번째 꼭지는 ‘고작 1번의 만남으로도’, 두 번째 꼭지는 .. 2023. 6. 7.
[책 감상/책 추천] 윤태진, 김지윤,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 [책 감상/책 추천] 윤태진, 김지윤, 이 책은 온라인 서점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을 때부터 읽고 싶어서 이북으로 출간되기를 기다렸던 작품이다. 얼마 전에 이북 출간 알림이 왔길래 바로 다운로드 받아서 읽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는 책이었다. 제목 는 철학자 가야트리 스피박(Gayatri Spivak)의 저서 의 오마주이자 패러디라고 하는데, 사실 그건 몰라도 상관없다. 이 제목은 ‘과연 여성이 게임(업계)에서 능동적인 주체로 게임을 플레이할 (=총을 쏠) 수 있는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들은 첫 번째 장, ‘여성 게이머는 보이지 않는다’를 이렇게 연다. 여성 게이머에 대한 논의는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주제이다. 여성 게이머는 어디에나 있다. 50세 미만 여성의 80% 이상이 게임을 이용한다고 .. 2023. 6. 2.
[책 감상/책 추천] 윤명옥,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사랑시> [책 감상/책 추천] 윤명옥,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Elizabeth Barrett Browning)은 내 최애 시인이다. 한 낭만 하는 나는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남편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의 사랑 이야기가 세상에서 제일 로맨틱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이 커플을 좋아한다(이 부부의 사랑 이야기는 잠시 후에 자세히 하겠다). 올해 독서 챌린지에 ‘시집 또는 서사시 읽기’가 포함돼 있어서 이걸 한번 격파해 볼까 싶어서 이 시집을 골랐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 자체는 좋지만 이 책의 번역은 직역투 느낌이 많이 난다. 예시를 하나 보여 드리겠다. 아무래도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소네트 43번)’나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 2023. 5. 22.
[책 감상/책 추천] 압듈라,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책 감상/책 추천] 압듈라, 별 생각 없이 약간 뇌를 비우고 볼 수 있는 만화를 찾다가 이걸 발견했다. ‘해부학 만화’라서 뇌를 놓고 보기에는 적절하진 않지만 괜찮다. 어차피 나는 평소에도 뇌를 그렇게 많이 쓰지 않으니까. 제목 그대로 뼈, 근육, 신경 등을 한 겹씩 ‘까면서’ 보는 해부학 서적인데 만화 형태로 되어 있다. 기초적인 지식이라 의학이나 필라테스나 헬스 등 체육 전공자들 수준으로 아주 깊진 않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분명 비전공자들은 살면서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을 다양한 뼈와 신경, 근육의 이름들이 홍수처럼 터져 나온다. 분명 나는 이걸 다 읽었는데 머리에 남는 게 없다(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평소에도 뇌를 많이 쓰지 않는다). 의대생들이나 체육 전공자들은 도대체 이 낯선 해부학 용어들을.. 2023. 5. 19.
[책 감상/책 추천] 쿠제 가쿠, <우라미치 선생님 1-7권> [책 감상/책 추천] 쿠제 가쿠, 최근 나는 일하는 시간이 늘면서 집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등 편히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풀 겸, 주말에 만화를 읽었다. 쿠제 가쿠의 은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짤을 통해 조금 알고 있었고 리디 북스에서 맛보기로 1화를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재 나와 있는 일곱 권을 한번에 다 사서 보기엔 내가 이걸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어차피 뭐, 선물받은 문화 상품권도 있겠다, 일단 큰맘 먹고 질렀다. 그리고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은 어른들을 위한 만화라 불러도 될 것 같다. 아래 짤을 보면 대충 감이 오겠지만, 이 만화를 웃기게, 그리고 동시에 슬프게 만드는 것은 주인공 우라미치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이다. 오모.. 2023. 5. 17.
[책 감상/책 추천]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책 감상/책 추천] 김소영,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린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예컨대 주식을 잘 모르는 초보자는 ‘주린이’, 이제 막 헬스를 시작한 사람을 ‘헬린이’라는 식으로. 이게 아동 차별적 언어니 쓰지 말자는 주장은 그런 말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존재했는데 (이에 관련한 기사를 참고하시라.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아직 완전히 이 언어를 몰아내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나도 이 말을 안 좋아하는데, 방금 내가 링크한 기사처럼 이것이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단 가장 근본적으로 털이 부숭부숭한 다 큰 어른이 어린 척, 귀여운 척, 보호받아야 하고 도움받아야 하는 척하는 게 아니꼽기 때문이다. 어른이면 어른답게 굴어야지! 그냥 ‘초보자’.. 2023.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