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추천21

[책 감상/책 추천] 이훤, <아무튼, 당근마켓> [책 감상/책 추천] 이훤,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작은 TMI 하나: 나는 여태껏 ‘당근마켓’을 써 본 적이 없다. 지역 기반 중고 매매 앱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때부터 나는 해외에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에 잠시 들렀을 때 이 앱 또는 ‘번개장터’를 써 보려 했으나, 살 만한 물건을 찾을 수 없었기에 단 한 번도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은 없다. 그래서 나는 이훤의 을 통해 간접 체험을 시도했다. 이 책을 알라딘에서 처음 접했을 때 시인이자 사진가인 ‘이훤 작가’가 도대체 누구지 했는데, 읽다 보니 누군지 알게 되었다. 바로 이슬아 작가의 남편분이었다! 글을 읽는데 흔하지 않는 ‘모부’라는 표현과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은 익숙한 이름 ‘복희 씨’가 등장해 ‘혹시…?’ 했는데 정말이었다. 이슬아 .. 2023. 11. 17.
[책 감상/책 추천] 신지민, <와인: 방법은 모르지만 돈을 많이 벌 예정> [책 감상/책 추천] 신지민, 제목부터 미쳤다. 제목이 너무 매력적이고 공감되어서 와인을 포함한 그 어떤 술도 입에 대지 않는 내가 이 책에 손을 댔다. 그리고 생각했다. 덕질이란 ‘굳이’ 무언가를 ‘기꺼이’ 하는 일이구나. 저자는 딱히 정가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와인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굳이’ 먼 길을 달려 주류 전문점에서 와인을 구입하고,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취향에 맞는 와인을 추천하며 ‘굳이’ 영업을 하며, ‘굳이’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까지 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여러분은 와인잔에 따라 와인의 맛이 달라진다는 걸 아셨는지? 난 전혀 몰랐다. 와인잔은 두께가 얇을수록 좋고, 또 각 와인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잔의 종류.. 2023. 11. 6.
[책 감상/책 추천] 김이삭, <북한 이주민과 함께 삽니다> [책 감상/책 추천] 김이삭, 옛말에 ‘남남북녀’, 즉 남쪽에는 미남이 많고 북쪽에는 미녀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북한 이주민’의 모습은 대체로 여성이다. 하지만 남성 북한 이주민도 있고, 그들과 연애하는 또는 결혼한 남한 여성도 있게 마련이다. 는 ‘남녀북남’의 연애 및 결혼 이야기이다. 일단 저자(’남녀’)로 말할 것 같으면 중국 가수 및 배우 들의 덕질로 중국어를 배워 중문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교수님의 부탁으로 (중국어) 원어 연극의 기획을 돕다가, 역시나 이에 참가한 (미래의) 남편, ‘민’을 만났다고 한다. 저자는 기획을 맡은 선배로서 연극에 참여하는 팀원들에게 연습할 때 슬리퍼나 하이힐 신고 오지 않기, 편한 복장으로 오기, 다른 사람이 연습할 때 딴짓하지 말.. 2023. 11. 3.
[책 감상/책 추천] 황선우, 김혼비,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책 감상/책 추천] 황선우, 김혼비, 가족이나 친구 등 친한 사이라면, 그들만이 아는 농담(in joke)이 있게 마련이다. 두 사람 또는 그 집단이 경험한 일과 관련돼 있어서, 상대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아야만 이해하거나 웃을 수 있는 그런 농담 말이다. 나는 그런 것이 친근한 사이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그런 것이 저절로 쌓여서, 일종의 ‘추억 팔이’만으로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때가 오는데, 나는 그런 것이 퍽 좋다. 이 책은 의 황선우 작가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과 의 김혼비 작가가 1년여간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것이다. 요즘은 서간체 소설도 잘 보지 않아서 남의 편지를 읽는다는 점에 조금 설렜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쓴 건 뭐든 다 기대하는 마.. 2023. 9. 22.
[책 감상/책 추천] 정희재, <아무튼, 잠> [책 감상/책 추천] 정희재, 잠은 누구나 자는 것이지만 잠과 관련한 특별한 이야기가 많아서 책까지 한 권 쓰는 사람은 드물다. 의 저자는 바로 그렇게 드문 사람들 중 하나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잠을 참 열심히 잤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아무래도 삶에서 책임져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예전만큼 쉽게 잠들기가 어려워서 ‘수면 위생’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등, 잠을 잘 자려고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첫 번째 꼭지 ‘잠에 진십입니다’에 저자가 쓴 이 문단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침대로 귀환은 보상이다. 오늘 하루 ‘나’로 분투하며 잘 살았다는 인정이다. 일과를 잘 보내고 떳떳하게 고요한 잠, 거룩한 잠, 어둠에 묻힌 잠을 영접할 것이다. 의식에 차양을 내리고 고치처럼 몸을 만 채. 그러면 이 삶은 다시.. 2023. 9. 18.
[책 감상/책 추천] 권진영, <부부의 영수증> [책 감상/책 추천] 권진영, ‘확증 편향’은 이미 본인이 가진 신념과 비슷한, 또는 그것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취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내가 이 책을 읽는 과정이 바로 그러했다. 은 시골에서 (도시에서 살 때보다) 더 적은 돈을 쓰며 더 여유롭게 살고 싶었던 저자 부부가 남해에서 살면서 겪은 경험을 영수증 형태로 기록한 에세이다. 저자 부부는 일단 남해에서 폐교를 임대에 살다가 1년간 임대해 주는 ‘귀농인의 집’으로 옮겨갔고, 그다음에는 아예 남해에 집을 한 채 샀으며, 게스트하우스와 보틀샵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나는 단연코 ‘도시 사람’이다. 내가 얼마나 바쁘고, 문화와 익명성이 보장된 도시를 사랑하느냐면, 호주에 왔을 때 ‘교외(suburb)’라는 개념에 익숙해지는 데 꽤 시간이 걸렸을 정도다. 슈퍼.. 2023.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