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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추천25

[책 감상/책 추천] 신예희, <마침내 운전> [책 감상/책 추천] 신예희, 나는 30대 초반이지만 아직도 운전 면허가 없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는데, 하필이면 그곳이 ‘ㅈ소기업’이었기 때문에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회사의 규모가 작은 게 문제가 아니라 그 회사가 직원들을 착취했고, 그곳에서 일하는 게 직원들 정신 및 신체 건강에 유해했기 때문에 ‘ㅈ소기업’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하면서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급기야 사장 부부 내외를 차로 들이받고 싶다는 상상을 하기에 이르렀고, 이 정신 상태로 운전 면허를 땄다간 위험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와 도로상의 모든 이들을 위해 일부러 면허를 따지 않은 게 지금까지 이르렀다. 진심 반, 농담 반인 변명은 이쯤 하고, 이 책 이야기를 해 보자. 저자인 신예희 작가는 내가 재미있게 .. 2023. 7. 28.
[책 감상/책 추천] 구달, <읽는 개 좋아> [책 감상/책 추천] 구달, 이 세상 사람들을 아주 간단하게 두 가지로 분류하자면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강아지, 고양이, 토끼 등 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나는 따지자면 후자에 속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게도, 우리 집에는 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금붕어는 조금 키워 봤지만 그렇게 애착을 가질 정도는 아니었고, 소동물은 딱 한 번, 동네 새끼 고양이가 어미를 잃은 듯해 사흘 정도 집에서 보호해 준 게 전부다. 다시 말해, 나는 어릴 적에 동물과 집 안에서 부대끼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고 훨씬 나중에 구남친이 키우던 고양이와 어울리기가 참 어색하고 어려웠다. 오늘 소개할 이 책의 장르를 정의하자면 ‘반려견’ .. 2023. 7. 19.
[책 감상/책 추천] 주한나, <아무튼, 정리> [책 감상/책 추천] 주한나, 정리나 청소를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살림을 제법 잘하는 이들은 물론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일주일에 최소 한 번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 최소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청소기를 돌리는 일, 그리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불이나 지난 계절 옷을 정리해 넣는 일 등등을 ‘좋아서’ 하는 사람은 지극히 적을 것이다. 본업이 있다면, 그리고 혼자 사는 1인 가족이라면 살림을 잘하고 좋아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저자는 성인이 되어 ADHD 진단을 받았다. 이십대엔 저자가 성장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삼십대엔 영국에서, 사십대엔 미국에서. 상담 치료를 받은 적도 없고, 지난 3, 4년을 제외하면 약도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십대의 본인에 비하면 지금은 그럭저.. 2023. 7. 17.
[책 감상/책 추천] 김겨울 외 21인, <싫어하는 음식: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책 감상/책 추천] 김겨울 외 21인, 나이가 들수록 세상살이에 관해 하나둘씩 더 배우게 된다. 그중 하나는, 어차피 세상에서 내가 온전히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 부모자식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요, 누구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누가 나를 좋아해 주는 것은 더더욱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 최선을 다한 일이 의지와 다르게 굴러가 잘 안 되거나 아예 망하기도 한다. 그런 세상에서 내가 웬만큼 내 의지대로 고를 수 있는 것은 식사 메뉴 정도다. 그러니까 내가 싫어하는 것은 먹지 않겠다는 게 그렇게 큰 욕심이나 사치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오늘 소개할 의 저자 22인도 이 점에 동의해서 각자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이라는 주제로 한 편씩 글을 써서 이.. 2023. 7. 7.
[책 감상/책 추천] 정만춘,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기혼도 미혼도 아닌 괄호 바깥의 사랑> [책 감상/책 추천] 정만춘, 나는 한국 사회가 말하는 소위 ‘정상 가정’의 모습에 회의적이다. 이성애자 부부(=결혼 제도에 편입된 이들)와 그들이 낳은 자식, 그것도 가능하면 아들 하나 딸 하나로 구성된 가정이어야만 ‘정상’이며 여기에서 한 치라도 벗어났다가는 그 누구도 ‘비정상’ 소리를 면치 못한다. 성 소수자는 물론이요, 이성애자 부부라 하더라도 난임 부부는 ‘정상’에서 제외되며, 결혼할 마음이 없는 이들, 동거하는 이들은 당연히 ‘아웃’이다. 어떤 이들은 연애하는 이들에게 ‘결혼하기 전에 한번 살아 봐야 서로를 잘 알 수 있다’라며 동거를 제안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동거하는 연인들은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다. 동거하는 이들, 특히 여성은 문란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편견이.. 2023. 5. 24.
[추천 책] 필사 챌린지 +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추천 책] 필사 챌린지 + 다니엘 페나크, 내 친애하는 이웃님 HEY님이 최근 ‘필사 챌린지’(HEY님 필사 챌린지 포스트)를 하셨다. 이웃인 까미셰님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것인데 (까미셰님 필사 챌린지 포스트) HEY님은 이웃님들이 다들 바쁘시다며 딱히 다음 주자를 지목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HEY님이 ‘한 단어만 필사해도 필사다’라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신 덕분에 나도 (지목받진 않았지만) 이 챌린지를 한번 해 보려고 한다. HEY님이 이 챌린지를 하시는 걸 보고 나도 필사하고 싶은 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독서 블로그로서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책이랄까. 내가 필사할 책은 프랑스 소설가 다니엘 페나크의 독서 에세이 이다. 이 책은 내가 중학생 때인가, 고등학생 때 처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한창.. 2023.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