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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262

[책 감상/책 추천] 김선미, <스티커> [책 감상/책 추천] 김선미, 이라는 청소년 소설계의 베스트셀러를 쓴 김선미 작가의 신작. 우리의 주인공 고등학생 장시루는 민속학자인 엄마가 출장지에서 가져온 궤짝에서 기이한 물건들을 발견한다. 스티커를 만들어 붙여 저주하는 방법이 쓰인 책, 핏빛 액체가 나오는 칠보 볼펜, 그리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촉감 좋은 돌멩이. 시루는 돌멩이에게 ‘~하지 마요’라고 할 때의 ‘마요’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저주 방법이 쓰인 책과 칠보 볼펜과 같이 자기 방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그 저주 책에 나온 방법대로 저주 스티커를 그려 만들어 다크웹에서 판매한다. 어느 날, 시루는 ‘친구가 체육 쌤 때문에 의식 불명이 되었으니 복수하고 싶다’라는 내용의 저주 의뢰를 받는데… 일단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 2025. 8. 15.
[책 감상/책 추천] 김고은, <어쩌다 유교걸> [책 감상/책 추천] 김고은,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동양 고전을 공부하는 20대 페미니스트 여성의 이야기. 여성이 ‘유교’ 공부를 한다고 하면 요즘 사람답지 않다는 시선을 받을 게 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교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여성 혐오 문화에 기여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아닌가. 그는 스스로를 “유교걸”이라고, “노브라로 앞가슴이 훤히 트인 티셔츠를 입고 를 들고 다니는 여자, 또래 친구들이 스토킹 범죄로 스러져가는 걸 보고 분노하면서 음양을 공부하는 여자, 고리타분한 건 딱 질색이라면서 고전 텍스트를 읽는 여자,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예(禮)에 대해 말하는 여자”라고 말한다. 사실 내가 이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된 건, 저자가 그렇게 여성 혐오적이라고 여겨지는 동양.. 2025. 8. 13.
[책 감상/책 추천] 엘레나 페란테, <나의 눈부신 친구> [책 감상/책 추천] 엘레나 페란테, 내가 유행에 뒤처지는 타입이라는 것은 나도 기꺼이 인정하는 바이다. 그건 아무래도 좋다. 내가 유행을 뒤늦게 따라잡는다 해도, 그 유행이었던 것이 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이해할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 비록 내가 (2014)를 개봉 1년이 지난 후에야 보고서 ‘아, 이래서 사람들이 엘사니 안나니 렛잇고니 하고 다녔구나’ 하긴 했어도, 적어도 나는 이 인기 있을 만한 영화라는 점은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엘레나 페란테의 는 도저히 모르겠다.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미 2016년에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에 올랐고, 205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소설 1위’와 가디언지가 선정한 ‘작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의 명예를 안았다. BBC도.. 2025. 8. 11.
[책 감상/책 추천]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 [책 감상/책 추천] 타라 웨스트오버, 교육과 특히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쓴다는 것, 또는 삶을 되돌아본다는 것의 의미에 관한 감동적인 회고록. 예전부터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이북으로 산 것은 6월 초, 실제로 이 책을 읽은 건 7월 후반 휴가 기간이었다. 마침내 이걸 끝내다니! 확실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는 아이다호의 산간벽지 벅스피크에서 나고 자랐다. 그녀의 부모님은 모르몬 교도로, 일곱 아이들(저자 타라 위로 다섯 명의 오빠가 있고 언니가 한 명 있다)을 학교에 보내 정규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아버지는 폐철 처리장에서 일했고, 어머니는 블렌딩 오일을 만들어 팔거나 산파로 일했다. 아이들은 아버지나 어머니의 일을 도와야 했다. 대체로 글 .. 2025. 8. 8.
[책 감상/책 추천] 강지영, 민지형, 배예람, 양은애, 최세은,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 [책 감상/책 추천] 강지영, 민지형, 배예람, 양은애, 최세은, 이야… 이렇게 은근히 실망스러운 책도 오랜만이다. 완전히 망쳤다, 시간 아깝다 하는 게(0% 만족) 아니고 뭔가 ‘괜찮다’(50% 정도 만족하는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한 30-40% 정도 만족하는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이 책은 이지북이라는 출판사의 영어덜트(YA) 시리즈인데 ‘YA!’라는 시리즈명 외에 청소년을 타깃으로 했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그건 아무래도 좋다. 청소년 소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냥 별로다. 이 책은 ‘YA!’ 시리즈에서 첫 번째로 선보이는 앤솔러지 작품이다. 다섯 작가가 참여했는데 마음에 꼭 드는 게 하나도 없다. 그냥저냥 괜찮은 게 하나 있을 뿐이다. 배예람 작가의 는 연애가 ‘필수’가 된 사회를 그린다. .. 2025. 8. 6.
[책 감상/책 추천] 정세랑, <아라의 소설> [책 감상/책 추천] 정세랑, 를 쓴 정세랑 작가가 2011년부터 (이 책이 출간된) 2022년까지 다양한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은 작품집. ‘엽편 소설(葉篇 小說)’이라 할 정도로 아주 짧은(200자 원고지 20-30매 분량) 것부터 비교적 긴 것(200자 원고지 70매 분량)도 있고, 소설도 있으며 (두어 편이긴 하지만) 시도 있다.제목이 ‘아라의 소설’인 건 이 다양한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반(半)고정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아라’이기 때문이다. 아라는 작가가 “가장 과감한 주인공”에게 붙이는 이름인데, 작가를 닮기도 했고 닮지 않기도 했다. 나는 각 작품 뒤에 나오는, 이 작품이 어디에 실렸고 어떤 의도로 쓰였는지를 설명하는 짧은 글을 읽는 게 무척 재미있었다. 이라는 표제작은 처음부터 끝.. 2025.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