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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미야케 카호, <덕후의 글쓰기>

by Jaime Chung 2025.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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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미야케 카호, <덕후의 글쓰기>

 

 

덕후의 글쓰기를 위한, 신선한 글쓰기 책. 제목처럼 ‘좋았다’, ‘대박’, ‘미쳤다’ 정도만의 언어만 남발하는 덕후들이 자신의 최애가 가진 매력을 좀 더 다양하게, 구체적으로 주접을 떨 수 있도록 이렇게 글을 써 보라고 제안하는 책이다. 안 그래도 제목만 보고 흥미를 느꼈는데 마침 밀리의 서재에 있길래 바로 다운 받아 읽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언어’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최애, 그게 아이돌이 됐든 영화 배우가 됐든, 소설이 됐든, 그걸 왜 좋아하는지를 남들에게 이야기하고 싶고 남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마음, 그걸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어디가 좋은지, 왜 좋은지를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서 표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언어로 좋아하는 대상을 표현할 수 있으면 최애를 응원하는 일이 훨씬 더 즐겁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기 언어로 공유하는 즐거움을 여러분도 꼭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타인의 언어를 빌리지 않고 자기 언어를 구사하겠다는 자세가 자기 감정에 신뢰감을 심어 줄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자기 언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타인의 언어는 의미가 없습니다. 타인이 아니라 자기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이렇게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올라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덕후의 특성상,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느라 상대가 내 말을 잘 듣고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는지 살피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책은 글쓰기를 다루므로, 글을 읽을 상대방을 미리 가정한 후에 그의 정보 수준에 맞추어서 설명을 가감하라는 주의 사항까지 제공한다.

최애를 이야기하고 싶다면 상대가 ‘자신과 비교’해서 얼마나 알고 있고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부터 파악합시다.

여러분이 무언가 ‘공유하고 싶은 포인트’가 있을 때, 그것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하고 싶다면 다음의 2단계 과정을 거쳐 보세요.

① 자신과 상대의 정보 격차를 메운다. ② 자신이 공유하고 싶은 포인트를 전한다.

여러분이 ‘공유하고 싶은 포인트’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최애인 아이돌의 라이브 공연이 최고였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합시다. 그런데 상대에게 여러분의 최애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면 최애의 매력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요? 여기서 중요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단계 ① 상대에게 ‘최애의 경력이 어떻고, 어떤 사람이며, 어떤 라이브 공연을 추구하는지’를 전한다. 단계 ② 상대에게 ‘오늘의 라이브 공연은 평소와 달리 어떤 부분이 최고였는지’를 전한다.

이와 같이 2단계로 나누어 이야기합니다.

단계 ①을 건너뛰면 상대는 ‘무슨 말이지?’ 하고 의아해하며 공유가 실패로 돌아갑니다. 물론 단계 ①을 설명하지 않고 갑자기 단계 ②를 돌발적으로 이야기해서 관심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단계 ①을 거치지 않으므로 단도직입적으로 결론부터 말하는 이야기 전개가 오히려 재미를 유발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식의 공유가 재미있으려면 단계 ②의 이야기에 상당한 임팩트가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단계 ①을 건너뛰고 단계 ②만으로도 통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과 상대의 정보 격차가 적은 상태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자신과 상대 사이의 정보 격차가 적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단계 ①을 먼저 전하겠다’라는 의도를 갖고 이야기해 봅시다.

 

이렇게 상대방과의 정보 격차를 메우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왜 좋아하는지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저자는 ‘공을 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애를 좋아하는 마음을 타인과 나누고 싶다면 이 정도의 공은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씀입니다. 혼자 자기 일기장에 기록해도 물론 괜찮지만, 보통은 이를 SNS나 블로그를 통해 타인에게 전달하고 싶어 하니까 말이다. 아무리 덕질이나 이런 활동이 ‘개인적’이라고 할지언정, 그 활동을 인터넷 같은 공적인 자리에 공개하는 것은 남들이 그걸 읽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자신에게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려면 잘 써야겠죠.

 

‘최애’의 대상이 무엇이든,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좋은 응원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잘 쓰는 것, 아름답거나 문법적으로 정확한 문장을 쓰는 것은 둘째치고 일단 뭐가 됐든 그걸 쓰고 완성하는 게 먼저니까. 그것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이 책을 졸업하고 작가들의 전문 작법서나 다른 서적으로 옮겨가면 된다. 일단은 ‘쓰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도록 덕후의 주접을 응원해 주는 가벼운 입문서로 부담 없이 좋은 책이다. 써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한번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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