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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후기179

[책 감상/책 추천] 앤 카슨, <남편의 아름다움> [책 감상/책 추천] 앤 카슨,   제목에 혹해서 읽긴 했는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일단 부제는 ‘스물아홉 번의 탱고로 쓴 허구의 에세이’라고 한다. 허구의 에세이라는 것은 대충 픽션이라고 이해하면 되는데 탱고로 썼다는 것은 도대체 뭔지 감도 안 왔다. 다 읽고 난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옮긴이 민승남은 이렇게 해설했다.이렇듯 아름다움에 대한 맹목에 가까운 갈망을 노래한 《남편의 아름다움》은 ‘스물아홉 번의 탱고로 쓴 허구의 에세이’라는 부제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탱고’를 구조적 장치로 이용하고 있다. 이 작품의 템포는 긴 스텝과 짧고 복잡한 스텝이 교차하는 탱고의 강렬한 리듬을 닮았고, 극단적인 서술 방식은 탱고의 과장된 포즈를 연상시킨다. 탱고는 격정과 관능, 애수의 춤이다. 아름답지만 나쁜.. 2025. 1. 27.
[책 감상/책 추천] 김지우,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 [책 감상/책 추천] 김지우,   휠체어를 굴린다고 해서 유튜브 채널 닉네임도 ‘구르님’인 장애 여성인 저자가 자신처럼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 여성들을 인터뷰했다. 10대부터 60대까지 총 여섯 명.10대 소녀 지민, 20대 ‘운동가’이자 ‘운동 선수’인 성희, KBS의 첫 장애인 아나운서 30대 서윤, ‘사업가, 몽상가, 엄마, 유튜버’ 40대 다온, 휠체어를 타고 여행하는 50대 윤선, 은퇴한 교수이자 여전히 시민 교육에 힘쓰는 비혼 여성 60대 효선까지, 저자는 (자기보다 어린 10대 지민을 빼고) 인터뷰이들을 다정하게, 애정을 담아 ‘언니’로 부른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여성’ ‘장애인’이라는 같은 정체성을 나누는 그들이기에 공감하고 공명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휠체어 탄 언니를 볼 때면, .. 2025. 1. 24.
[책 감상/책 추천] 김성연(우디), <GEN Z 인문학> [책 감상/책 추천] 김성연(우디),   제목부터 ‘GEN Z’들을 겨냥한 인문학 서적. 적어도 목표는 그러하다. 개인적으로 청소년을 타깃으로 해서 그들이 알고 싶어 할, 또는 알아야 할 디지털, 또는 IT 관련 인문학을 소개한다는 취지는 참 좋았으나,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조금 아쉬웠다. 아무래도 요즘 세대는 어려서부터 스마트폰과 같이 자라서 기성 세대보다 디지털에 더욱 익숙하나, 그것 없이 살아 본 적이 없으므로 오히려 그에 대한 비판적 사고는 부족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들은 디지털 문해 교육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걸 제공해 줘야 했다. 그런데 그게 조금 잘 안 됐달까. 애초에 얇은 책이고, 청소년을 위해 쓰였으니 이 분야의 석학들이 토론할 만한 깊디깊은 내용은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청.. 2025. 1. 22.
[책 감상/책 추천] 이기호 외 13인, <킬러 문항 킬러 킬러> [책 감상/책 추천] 이기호 외 13인,   이 앤솔러지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 세상’과 작가 10인이 에 연재한 소설과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보탠 것이라고 한다. 한 줄로 총평부터 내려보자면, 괜찮은 작품과 정말 실망스러운 작품이 뒤섞여 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쪼오끔 나아지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일단 장강명 작가는 ‘기획의 말’에서 앤솔러지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시민 단체가 장강명 작가에게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을 청탁했는데, 자기 혼자 단편소설을 한 편 쓰느니 차라리 여러 작가가 이 주제로 짧은 소설을 연재하는 게 어떨까 제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민단체는 이를 받아들였고, 장강명 작가는 에 연재를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이 다양한 작가들이 한국.. 2025. 1. 20.
[책 감상/책 추천] 안예은, <안 일한 하루> [책 감상/책 추천] 안예은,   음악가 안예은의 에세이. 솔직히 개인적으로 안예은 씨의 음악은 잘 모른다. 아마 한 번도 안 들어 본 듯? 어쩌다가 우연히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의식적으로 ‘아, 이게 이 노래구나’ 하고 인지하지는 못했으니 음악가 안예은이나 그의 음악은 전혀 모른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무척 유쾌하게, 즐겁게 읽었다. 작년이었나, 음악가 안예은을 아시는 이웃님이 이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셨고, 그래서 이 책은 내 보관함 안에서 쿨쿨 자고 있었더랬다. 그러다가 얼마 전, 길고 심각한 책을 읽기는 싫고, 뭔가 가볍고 재미있는 게 없을까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드디어 이 책이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게 된 것이다!그렇게 숙성한 결과는? 무척 좋았다. 음악가 안.. 2025. 1. 17.
[책 감상/책 추천] 패트리샤 박, <알레한드라 김의 가면 증후군과 솔직한 고백> [책 감상/책 추천] 패트리샤 박,   이 소설 제목을 보자마자 ‘와, 어그로 쩐다’라고 생각했다. 알레한드라 김이라는 이름은 스페인계 같은데, 그쪽 해외 동포인가? 그건 이해가 되지만 일본 라이트 노벨도 아니고 이렇게 긴 설명형 제목이라니. 소설은 이 제목을 닮았다. 아니, 제목이 소설을 잘 설명한다고 해야 하나?우리의 주인공 알레한드라는 아르헨티나 이민자 출신이다. 아버지 후안과 어머니 베로니카는 그 부모님 대에서부터 “북아메리카를 목표로 삼았다가 남아메리카로 휩쓸려가 정착한 한국인 이민자”였다. 알레한드라는 정말 비싼 명문 고급 고등학교 ‘퀘이커 오츠'에 (학비의 90퍼센트를 지원받으며) 다니고 있다. 부잣집 아이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도 편하지 않은 일인데, 더 큰 문제이자 알레한드라가 매일 .. 2025.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