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어맨다 몬텔, <합리적 망상의 시대>

<워드슬럿>과 <컬티시>를 쓴, 내가 사랑하는 언어학자 어맨다 몬텔의 신작. 그는 현재를 ‘합리적 망상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원제는 ‘The Age of Magical Overthinking’인데, ‘overthinking’은 말 그대로 생각을 과도하게 많이 하는 것이고, ‘magical thinking’은 ‘마음속 생각이 외부의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 그러니까 <시크릿>스러운 주술적 사고를 말한다. 이 두 단어를 적절히 섞어서 말장난처럼 만든 게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
후광 효과에 관한 첫 번째 장(章)은 유명인과 팬의 관계를 다룬다. 요즘은 그냥 ‘팬’보다 더 나아가 열성 팬을 ‘스탠’이라고 부르는데, 다들 아시듯이 그 유명한 (2000년에 발매된) 에미넴의 노래 ‘Stan’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그런데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건, 이 단어를 뜯어 보면 ‘스토커’와 ‘팬’의 완벽한 합성어라고도 읽힐 수 있다는 것. 에미넴은 천재가 아닐까?
어쨌거나,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를 위시한 연예인들에게 열광하는 스탠들, 신봉자들은 그 연예인을 완벽한 어머니처럼 숭배한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 조금이라도 잘못한 일을 찾으면 매섭게 비난하지만. 폭풍 같은 열정이 실제로 부모-자식 간 불안정한 애착 관계와 관련이 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어머니 목록.’ 사망한 어머니의 유골. 유명인 스탠들이 흠모와 징벌 사이에서 폭풍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은 실제로 어머니처럼 보살피는 행위와 연관이 있다. 2000년대 중반의 한 연구에서는 유명인을 스토킹하는 행위가 부모 자식 간 불안정한 애착 관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홍콩에서 발표된 비슷한 조사에서는 중국 중학생 401명을 분석해 부모가 부재할 때 참여자가 유명인을 숭배하는 경향이 심해진다고 밝혔다. 2020년과 2022년에 진행된 두 연구에서는 현실 생활에서의 활동과 가족구성원으로부터 발생하는 ‘긍정적 스트레스 요인’이 부족한 젊은 층의 경우 미디어에서 대리인을 찾아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중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의 고립 경험은 감정적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유명한 인물들을 완전무결한 성인과 불명예스러운 악마로 나누어 ‘가상 세계의 트라우마’에 더 집중하게 된다(심리학 문헌에서는 이를 ‘분열splitting’✣이라고 부른다). 심리치료사 마크 엡스타인Mark Epstein은 “일상적 트라우마 때문에 우리는 쉽게 어머니를 잃은 아이처럼 느끼게 된다”라고 말했다.
중국 10대 833명을 대상으로 한 2003년 조사에서는, 부모나 교사처럼 실제로 알고 지내며 자기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숭배한’ 이들이 전반적으로 높은 자존감과 학업적 성취를 보였다. 반면 팝 스타나 운동선수를 미화하는 행위는 반대의 결과, 즉 낮은 자신감과 취약한 자기 인식을 낳았다. 이러한 결과는 유명인 숭배의 ‘융합-중독 모델absorption-addiction model’을 뒷받침한다. 이 모델에 따르면 스탠은 실제 삶의 결핍을 충족하기 위해 유사사회적 관계를 추구하지만, 스탠덤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구축하려 시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기 자신을 잃고 만다. 현대인의 정신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면, 그 정신은 때로 양분이라곤 없는 기묘한 곳에서 허기를 달래려 애쓴다.
개인적으로 가장 깊게 와 닿았던 건 매몰 비용 오류에 관한 3장이다. 부제부터 기가 막히다. ‘해로운 관계는 1인 컬트일 뿐이다’. 저자는 자신이 어릴 적에 사귀었던 남자와의 관계가 얼마나 해로웠는지를 이야기하며 “돌이켜 보면 우리 관계의 역학은 명백하게 컬트적이었다”라고 표현했다. 으앙… 무슨 말인지 알겠어서 내 마음이 다 아팠다. 상대는 괜찮은 사람이고, 이게 사랑이라고 믿(고 싶)는 마음이 1인 컬트가 아니면 무엇이랴. 남들이 다 아는 그들의 단점 또는 학대 사실을 나 혼자 부정하려고 하니까.
해로운 관계는 1인 컬트일 뿐이다. 표현은 다르지만, 하는 짓은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이런 환경에 오래 남아 있는 이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에게 있는 비합리성 때문이다. 인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패배를 피하도록 적응해 왔지만, 사회 내부의 관계 서사가 너무나 빨리 무질서해져 우리의 판단력이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래서 감정적 학대를 겪게 되면(성인 50퍼센트에서 80퍼센트가 학대 경험이 있다), 우리는 좋았던 기억의 보잘것없는 부스러기—즐거웠던 2년 전 빅서✣ 여행, 식사 중에 한 번도 싸우지 않았던 근사한 저녁—를 음미하길 택한다. 그리고 이 작은 조각에 집착하면서 매몰비용을 인정하고 변화하는 대신 모든 불쾌감을 정당화하고 인지부조화를 극복하려 애쓴다.
많은 이들이 특히 공감할 만한 부분은 제로섬 편향으로 우리의 불안함을 설명하는 4장이 아닐까. 아름다움이란 드문 가치라고 여겨지고, 특히 여성은 이 지독히도 여성 혐오적인 사회에서 자신의 신체에서 가치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주입당하기 때문에, 누군가 아름다운 사람(내가 일부러 남성이나 여성을 모두 포함한 표현을 썼다는 점을 알아차려 주시길)을 보면 ‘나는 저 사람만큼 아름답지 않아(따라서 가치 없어)’라는 불안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은 이것이다. 우리(특히 여성)의 가치는 외모에 있지 않으며, 다른 누가 아름답다고 해서 동시에 내가 아름답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움이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치명적인 비교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댈 때마다 나는 자기 학대적으로 더 많은 경쟁자를 찾아 헤매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우거진 덤불 속 유목민처럼 위협을 살피러 떠나곤 했다. 물론 나는 온라인의 응석받이 사이보그일 뿐이었고 찾아야 할 ‘적’은 끝도 없었지만 말이다. 몇 달 동안 한 줌 정도 되는 이방인 무리가 월세도 내지 않고 내 머릿속에 눌러앉아 살았고, 그들을 퇴마하겠다고 내가 보인 행동은 나의 불안만큼이나 비이성적이었다. 나는 내가 자주 이 이방인들을 흉보며—친구들에게도 마음속으로도—머릿속으로 만들어 낸 유령 피냐타에서 더 많은 사탕을 얻어 내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특히 창작 분야에 있는 많은 동료가 자신의 유사사회적 경쟁자 무리를 마음에 품고 살았다. 천사 같은 목소리를 지닌 음악가 친구가 그해 내내 자기 영혼을 괴롭힌다던 틱톡 가수를 보여 줬을 때는 친구가 이렇게 괴상한 픽셀 덩어리에 자존감의 위협을 느낀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이 사람 노래가 내 것보다 더 중독성 있어?” 친구가 절박하게 물었다. “그게 다 무슨 상관이야?!” 내가 울부짖었다. “넌 정말 특별해! 저 사람 음악은 네 음악과 전혀 다르잖아!” 당혹스럽지만 나는 이 충고를 스스로에게도 적용해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름다움뿐 아니라 성공 또한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저자가 전하는 아래 일화를 보면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조차도 자신의 성공을, 자신의 가치를 남들과 비교하며 제로섬 게임에서 자신이 졌다고 생각함을 알 수 있다. 말이 되나요? 이만큼 성공한 사람들이? 비교는 행복을 빼앗아가는 도둑이라는 말이 정말 백번 옳다.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남을 험담하는 일에서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위안이 될 수도, 낙담할 수도 있다. 심지어 자신의 게임에서 가장 우위에 있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몇 가지 일화를 증거로 들어 보겠다. 두 번째 책이 출간된 후, 나는 파트너 케이시와 함께 80년대 로큰롤 밴드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뒤 최근 문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신인 소설가가 주최한 소규모 저녁 파티에 초대받았다. 피노누아 와인에 얼큰하게 취한 내로라하는 손님들은 가장 저명한 친구들 모두가 겪는 제로섬 불안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프린스가 늘 마이클 잭슨에 대한 질투로 속을 끓였으며 스티븐 스필버그는 자신에게 마틴 스코세이지와 같은 강렬함이 부족하다고 불안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톰 행크스가 어느 날 촬영장에서 대니얼 데이루이스가 표지 모델인 《타임》을 발견하고는 잡지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고작 몇 년에 한 번씩 영화에 등장하는 동시대 배우가 그런 영예를 누린다는 사실에 하늘을 저주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타인과 비교하게 되면 어떡하냐고요? 그 사람들과 싸우려고, 그 사람들보다 더 나아지려고 하지 말고, 그 사람들을 적으로 만드는 대신 친구로 만들면 된다. 꽃다발 효과라는 말도 있듯이, 아름다운 사람 옆에 아름다운 사람이 또 서 있으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기자 앤 프리드먼Ann Friedman은 가장 친한 친구 아미나투 소Aminatou Sow와 함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빛남 이론Shine Theory”을 제안했다. 2013년 《더컷The Cut》에 실려 많은 사랑을 받았던 기사에서 프리드먼은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위협적일 만큼 재치 넘치고, 스타일 좋고, 아름답고, 뛰어난 직업적 성취를 이룬 여성을 만나면, 그와 친구가 되어라. 최고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당신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당신은 더 좋은 사람처럼 보인다. …… 진정한 자신감은 전염된다.” 자존감을 키우면 다른 사람을 더 제대로 대할 수 있다. 아름답고, 성공적이고, 멋진 사람이 존재하기만 해도 우리의 아름다움과 성공, 멋짐이 위험에 처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빛난다고 우리의 빛이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켈리 롤랜드가 자신이 비욘세와 가까워서 (덜이 아니라) 더 빛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프리드먼이 말했다.
자기 기만의 천재인 인간이라는 족속들을 이해하고 우리가 쉽게 빠질 수 있는 11가지 인지 편향을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될 책이다. 사실, 나는 딱히 그런 걸 바라고 읽은 건 아니고, 그냥 이 작가를 좋아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여러분도 츄라이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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