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줄리 머피, <덤플링>
'만두(dumpling)'라는 애칭을 가진 뚱뚱한 소녀가 괴짜들과 같이 미인 대회에 출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어덜트 소설이다.
뚱뚱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책은 별로 없어서 눈길이 갔고, 그래서 한번 읽어 봤다.
주인공 소녀 윌로딘이 자신의 몸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인식과 자기 자신의 인식에 맞서 미인 대회에 참전하는 과정에서 가장 친한 친구 엘렌과의 우정에 다소 금이 가는 일이 생기는데, 이것도 영어덜트 소설에서 다룰 만한 주제라 나는 좋았다.
윌로딘과 엘렌을 친구로 이어 준 것은 미국의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Dolly Parton)의 음악인데 딱히 이 가수를 몰라도 이야기 진행에 무리는 없으므로 걱정 마시라.
윌로딘이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 보 라슨이라는 잘생기고 몸 좋은 남자애가 있는데, 당연하게도 윌로딘과 이어진다.
첫 키스의 황홀함과 그 애가 자신의 몸을 더듬을 때마다 느끼게 되는 짜릿함, 그리고 동시에 '아, 나 살쪄서 안 되는데...' 하는 자의식까지 잘 묘사했다.
나는 뭐, 첫 키스를 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ㅎㅎ 그렇지, 그렇게 심장이 터질 듯 설레고 좋겠지... ㅎㅅㅎ'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더라. 조금만 지나 봐... 너도 알게 될 것이다...
영어덜트 소설 치고 좀 긴 편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종이책 기준 508쪽), 읽으려면 못 읽을 것은 없겠으나 전개가 약간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사건의 흐름을 조금만 더 타이트하게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나는 이걸 읽으면서 십 대용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녀들이 주축이 된 데다가 삼각 관계 나오지, 미인 대회 나오지, 영화로 만들기 딱 좋은 소재가 한둘이 아니다. 영화화할 계획은 없으려나?
(#2021년 6월 7일 추가: 영화로 나왔다! 이미 2018년에 영화화되었더라.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보고 리뷰를 작성했다!)
2021.06.07 - [영화를 보고 나서] - [영화 감상/영화 추천] Dumplin'(덤플링, 2018) - 뚱뚱한 소녀도 연애를 하고, 미인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답니다
어쨌거나 대놓고 '뚱뚱한' 여자애를 전면에 주인공으로 세웠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에게 한번 권할 만하다 하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제스 베이커의 <나는 뚱뚱하게 살기로 했다>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 대단한 사랑을 뚱뚱한 여자도 한다는 말이다. 불꽃 튀는 사랑, 너의 모든 1인치가 완벽한 사랑, 키스할 수 없다고 생각한 곳까지도 키스할 수 있는 사랑, 평생 뭐든 해줄 수 있는 사랑, 갈망하고 애정이 넘치고 평생 헌신하는 사랑. 뚱뚱한 여자도 이런 사랑을 한다. 어디에서나.
이 단순한 사실을 잊고 계신, 또는 믿기 힘들어하시는 분들께 이 책도 같이 권한다.
2018/08/27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제스 베이커, <나는 뚱뚱하게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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