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캐서린 A. 샌더슨, <생각이 바뀌는 순간>
나는 리디 셀렉트로 읽었는데, 읽을 분량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뒤에 참고 문헌이 꽤 길다) 금방 끝났다는 느낌이다.
안 그래도 책이 쉽게 쓰여서 잘 읽히는데 길지도 않으니 본문의 끝에 다다랐을 때 '어, 벌써?' 하게 됐다.
저자는 메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의 심리학과 교수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행복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만난 어떤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연이 끝나고 한 여성이 무척 감동받은 표정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했는데, '솔직히 선생님 강연은 듣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고백한다.
왜냐하면, "행복에 대해 1시간씩 떠드는 사람은 고양이나 무지개만 봐도 행복해지는 사람일 게 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1시간이나 듣고 나면 그 사람의 목을 조르고 싶어질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심리학 논문을 바탕으로 해서, 꽤 실용적이고 실천하기 어렵지도 않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 준다.
저자도 본인이 걱정을 끌어안고 사는 타입이라고 인정하기에, 그래서 사소하지만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방법들 위주로 책을 쓴 것 같다.
예를 들어, 값비싼 유명 상표의 약은 일반 약보다 통증 완화에 더 효과적이다. 심지어 약의 성분이 똑같을 때도 그렇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고, '비싸니까 더 효과가 좋겠지'라고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다. 이른바 플라세보 효과다.
이처럼 아주 간단한 예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생각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히말라야 산으로 가서 명상을 하라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들 몇 개만 바꿔도 삶을 충분히 더 좋아진다. 저자가 제시하는 것처럼, 나에게 자비 베풀기, 스트레스가 정신과 신체 건강에 해를 끼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행복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믿기 등등.
나는 3장, '생각이 뇌를 나이 들게 한다'의 앞머리에 나오는 이 일화가 제일 인상 깊었다.
텍사스 대학교 기계공학 및 물리학 교수님 존 굿이너프(John Goodenough)는 전지 개바롤 많은 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리튬 이온 전지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공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찰스 스타크 드레이퍼상(Charles Stark Draper Prize)d을 수상했고, 2017년에는 새로 개발한 전지으 ㅣ특허를 신청했다. 또 노벨화학상의 후보로도 자주 거론됐다.
놀라운 것은 굿이너프의 나이다. 그는 무려 95세다! 굿이너프는 자신의 훌륭한 업적 대부분을 노년기에 이뤘다며 이렇게 말했다. "거북이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홀로 아주 힘겹게 느릿느릿 기어가죠. 30살쯤에는 아마 그 사실을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멈추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굿이너프는 70대에도, 80대에도 심지어 90대에도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그는 노년의 진정한 이점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는 자유'를 꼽았다. "계속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해 보니, 강제수용소에 한동안 갇혀 있다가 생존한 사람은 수용소를 바로 탈출한 같은 연령의 사람에 비해 평균 14개월 더 오래 살았다고 한다.
이 결과가 납득되는 것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후 얻게 되는 유익, 즉 '외상 후 성장'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도 이 같은 성장 유형을 보였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많이 관심을 가졌고 회복 탄력성이 더 강해졌으며 일상의 작은 기쁨에 진정으로 감사했다. 이런 놀라운 결과는 극심한 스트레스의 힘을 보여 준다. 즉, 고통이 사고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는 곧 삶의 질 향상과 수명 연장에도 큰 도움을 준다.
과연, 삶의 사소한 즐거움을 즐기고 감사하며 가족이나 배우자/연인, 친구 등 소중한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게 곧 행복인 것 같다. 그것 외에 다른 행복이 있을까?
이것들 외에도 소개해 드리고 싶은 내용이 많은데 책 전부를 다 미리니름할 수는 없으니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하고 끝맺어야겠다.
비교하는 습관을 버리자! 이게 정말 진짜 리얼 트루 완전히 중요하다. 비교는 기쁨을 앗아간다. 비교를 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나을 거라고, 더 행복하고, 더 부유하고, 더 상황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한 연구에서 대학생들에게 지난 2주간 있었던 부정적인 사건(시험 성적이 나빴던 일이나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일)과 긍정적인 사건(재밌는 모임에 참석한 일이나 친구들과 즐거운 활동을 한 일 등)의 빈도 수를 물었다. 그리고 다른 학생은 그런 사건을 얼마나 자주 경험했다고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결과가 예상되는가? 학생들은 친구들보다 자신이 부정적인 사건을 더 많이 겪는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지난 2주간 시험에서 실제로 나쁜 점수를 얻은 학생은 참가자의 60퍼센트였지만 참가자들은 44퍼센틔 학생만이 나쁜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긍정적인 사건은 자신보다 남들이 더 많이 경험한다고 답했다. 지난 2주간 재밌는 모임에 참석한 학생은 41퍼센트였는데, 참가자들은 62퍼센트의 학생이 그런 즐거운 경험을 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슬프게도 학생들의 이런 인식은, 그것이 잘못된 추측인 경우에도 부정적 결과를 불러온다. 자신에 비해 친구들이 부정적인 경험은 덜하고 긍정적인 경험은 더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고독감을 더욱 많이 느끼며 삶의 만족감도 더 낮았다.
내용도 어려울 것 없고, 번역도 무난해서 잘 읽힌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겠다고 다짐하되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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