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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야기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충격적인 야생 코알라들의 진실!(※동심 파괴 주의※)

by Jaime Chung 2018.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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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충격적인 야생 코알라들의 진실!(※동심 파괴 주의)

 

때가 됐다. 여러분도 진실을 아실 때가 된 것 같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아이콘이자 대표 동물 중 하나인 코알라의 어두운 면을 알고 싶으신가?

야생 코알라들의 더러운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동심이 파괴된 후에도 살아갈 용기가 있으시다면 이 글을 읽으시라.

 

이 이야기는 내가 처음 호주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내 착한 호주인 룸메이트에게 거의 매일 '호주 문화 특강'을 들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 룸메이트는 시간이 될 때마다, 그리고 생각이 날 때마다 '호주 무식자'인 나를 위해 이런저런 호주 이야기를 해 줬다.

어느 날, 그 애가 나에게 호주가 가장 큰 들불(bushfire)로 피해를 입은 '검은 토요일(Black Saturday)'에 대해 구글링까지 해 가며 설명해 줬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날은 높은 기온과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던 중, 2009년 2월 7일 토요일 아침에 빅토리아(Victoria) 주 전역에서 들불이 일어난 날이다. 광대한 범위에 퍼진 화재 때문에 약 180명이 사망하고 7천 5백 명이 집을 잃게 된, 안타까운 날이기도 하다.

(검은 토요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 포스트를 참고하시라. 

2018/08/16 - [호주 이야기] -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의 화재 위험 등급, 지진, 그리고 호주인들의 해학)

 

 

이 들불로 인한 피해를 진압하려던 중, 빅토리아 주 머부 노쓰(Mirboo North)의 한 숲에서 암컷 야생 코알라가 발견된다.

뜨거운 열기에 다치고, 너무나 지쳐서 도망갈 힘도 남지 않은 것 같은 코알라.

이 코알라를 발견한 소방대원은 "You all right, buddy?(괜찮아, 친구?)" 하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며 다가가 물을 건네주었다.

마침 목이 말랐는지 코알라는 잘 받아 먹었다. 이 모습은 담은 영상이 공개되자 이 영상은 화재 피해를 입은 빅토리아 주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 주고 호주 전역의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게 바로 그 영상. 참고로 이 소방대원의 이름은 데이비드 트리(David Tree)이다.

 

이 불쌍한 코알라는 처음엔 수컷으로 오인되었으나(그래서 소방대원이 'buddy', 'mate'로 부른 것이다) 후에 암컷으로 확인되었다.

이름도 생겼다. "Sam the Koala(코알라 샘)"라고.

로슨(Rawson)에 있는 사우던 애시 야생 동물 센터(Southern Ash Wildlife Centre)로 이송된 샘은 앞발에 2도 화상을 입은 상태였고, 진통제를 맞게 되었다.

야생 동물 돌보미들은 샘이 회복하는 데 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치아 상태로 보아 나이는 2살에서 4살 사이일 것으로 추측되었다.

샘은 이틀 전 다른 들불 피해 지역에서 구조된, '밥(Bob)'이라는 이름의 수컷 코알라(얘도 3도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와 같은 방을 쓰게 된다*'ㅅ'*

이제 코알라 샘은 희망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처음 발견되었을 때 소방대원에게 물을 받아 먹던 샘.

 

야생 동물 센터에서 치료받는 샘.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방청객 리액션'을 보이며 샘이 너무 귀엽다고, 구조되어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 룸메이트가 여기에서 이야기를 끝냈다면 내가 이 글을 썼을 리가 없다. 그 애는 구글링해서 샘에 대한 2009년 기사를 찾아냈다.

 

2009년 8월 6일, 샘은 안락사를 받았다. 요도와 자궁에 클라미디아(Chlamydia)로 생긴 낭종을 제거하려는 수술을 하다가 샘의 상태가 수술이 불가능한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되자 수의사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샘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잠깐만, 근데 클라미디아라고 했어?"

제대로 읽으신 게 맞다. 성병(性病)의 일종인 그 클라미디아(슬슬 동심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데 참고한 '데일리 메일(Daily Mail)'의 한 기사에 따르면, 최근 클라미디아가 호주의 코알라를 휩쓸어서 전체 코알라 중 50%가 감염돼 있다고 한다.

(못 믿으시겠으면 직접 보시라.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1204711/Sam-koala-survived-Australian-bushfires-dies--getting-Chlamydia.html)

위에 언급된 그 야생 동물 센터의 직원 말에 따르면, 이 클라미디아는 짝짓기 중에 이 코알라에서 저 코알라로 전염된다고.

클라미디아 바이러스가 어미 코알라의 산도에 잠복해 있다가 새끼를 낳을 때 새끼에게 옮겨가므로, 새끼들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긴 한데, 그러려면 오랜 기간에 걸쳐 매일매일 꼬박꼬박 항생제를 주사 맞아야 한다.

따라서 이런 야생 동물 센터나 동물원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야생 동물은 이런 치료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샘의 경우는 클라미디아를 완치하기에 충분히 오랫동안 치료를 받지 못했고.

호주 코알라 재단(Australian Koala Foundation)에 따르면 현재 코알라 수가 줄어드는 것은 인간이 코알라 서식지에 침범하는 것도 있지만, 이런 병이 널리 퍼져서이기도 하다고 한다.

이제 '블링키 빌(Blinky Bill, 1933년에 발간된 도로시 월(Dorothy Wall)의 이야기책에 나오는 주인공 코알라.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만들어져 호주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을 어떻게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단 말인가...

숙연...

 

 

얘가 그 블링키 빌이다. 얘도 야생 코알라...

 

어쨌거나, 당시 호주 총리이던 케빈 러드(Kevin Rudd)도 샘의 죽음을 애도할 정도로 호주 전역이 이 희망의 상징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은 나도 동심을 잃고 슬퍼졌다... 내 룸메이트는 왜 내게 이 이야기를 해 줬는지 모르겠다.

아마 여러분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나와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언제까지나 동심의 품에서 살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무지의 베일을 벗고 현실에 눈을 뜨라고(는 반만 참이고 사실 이게 포스트하기에 적당한 이야깃거리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알려드리지만, 클라미디아를 가진 건 일부 야생 코알라이다.

여러분에 호주에 가서 동물원이나 코알라 보호 구역에서 접하게 될 코알라들은 관리를 받고 있어서 안전하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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