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호주 모기와 모기 퇴치제 - 여왕님 물리실라, 빨리 에어로가드 뿌려 드려라!
아시겠지만 남반구인 오스트레일리아/호주는 날씨가 북반구와 정반대라 이제 막 봄이 올까 말까 하고 있다.
슬슬 따뜻해지려고(=더워지려고) 시동을 거는 것 같은데, 오늘은 그런 의미에서 호주의 모기와 모기 퇴치제 얘기를 해 볼까 한다.
호주에는 이런 모자가 있다.
'코르크 햇(cork hat)'이라고 하는 건데, 호주 오지(outback)에 모기나 파리들이 들끓어서 이런 걸 만들어 냈다.
끈에 달린 것은 코르크(cork)인데, 이게 바람이 불거나 착용자가 머리를 흔들면 같이 흔들려서 주위에 있는 벌레를 쫓아낸다.
아니면 이렇게, 양봉할 때 쓰는 모자처럼 모기장이 달린 것도 있다. 이런 건 '부쉬 햇(bush hat)'이라고 한다.
작년(2017년) 여름(12월)에는 시드니(Sydney)의 해충 수가 기록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렇다고 위에서 이야기한 모자들까지 쓰자니 너무 오버하는 것 같다면, 당연히 평범하게 벌레 퇴치제를 쓸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이고 오래된 브랜드가 '에어로가드(Aerogard)'이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이 모기 퇴치제는 여왕님 덕분에 유명해졌다.
1938년부터 1961년까지 더그 워터하우스(Doug Waterhouse)라는 과학자가 양을 괴롭히는 해충인 검정파리(blowfly)에 대해 연구했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로부터 연합군 군인들을 보호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1943년에는 그의 연구로 탄생한 모기 퇴치제가 태평양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고, 그는 영웅으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이 제품이 정말 모든 호주 가정에 하나씩 갖추어질 정도로 유명해진 것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Queen Elizabeth Ⅱ)이 1963년에 호주를 방문했을 때이다.
여왕은 호주 수도인 캔버라(Canberra)에 위치한 총독 관저에서 열린 가든 파티에서 참석했다.
그런데 보좌관이 여왕에게 모기 퇴치제를 뿌려야 하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걸 못 한 것이다. 그 결과, 여왕은 파티 내내 손을 휘저어 날벌레들을 쫓아내야 했다.
그다음 날, 총독 관저 직원은 여왕이 골프를 치러 나가기 전에 여왕에게 모기 퇴치제를 아주 넉넉하게 뿌려 드렸다.
이날 여왕을 따라다닌 기자들은 공식 파티에서 여왕이 모기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고, 덕분에 이 제품은 효과가 뛰어나다고 입소문이 널리 퍼졌다.
며칠 후, 모테인(Mortein)사는 더그 워터하우스에게 전화를 해서 그 벌레 퇴치제의 비법이 무엇이냐 물었다.
그는 아주 흔쾌히 비법을 공개했다. 이게 당시 CSIRO, 즉 '영연방 과학 및 산업 연구 기관(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zation)'의 원칙이기도 했고.
참고로 모테인사의 제품도 호주에서 많이 쓰이는 해충 박멸제이다(바퀴벌레, 모기, 파리 등등).
아, 참고로 호주에서는 말을 줄여 쓰기를 좋아해서 '모기(mosquito)'도 그냥 'mozzie'라고 한다.
'모기'의 스펠링이 헷갈리거나 길게 말하기 귀찮으면 그냥 간단하게 이 단어를 써 보자.
시드니 대학교(University of Sydney)의 기사에 따르면, 모기를 피하려면 적절한 퇴치제를 사용하고, 어두운색보다는 밝은색 옷을 입는 게 좋다고 한다.
맥주를 마시면 오히려 모기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고. 모기가 제일 활동적인 시기는 해가 뜨거나 질 때라고 하니 이것도 참고하시라.
올여름, 호주를 즐길 때 모기나 파리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다면 한번 써 보시라!
(이런다고 내게 한 푼이라도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ㅎㅅㅎ)
포스트 작성에 아래 기사를 참고했음을 밝힌다.
https://en.wikipedia.org/wiki/Cork_hat
https://www.aussiedisposals.com.au/bush-hat-with-netting
https://csiropedia.csiro.au/Aerogard/
https://sydney.edu.au/news-opinion/news/2016/10/28/10-tips-to-keep-you-mosquito-free-this-summer.html'호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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