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Marry Me(메리 미)>(2022)
⚠️ 아래 영화 후기는 <Marry Me(메리 미)>(202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독: 캣 코이로(Kat Coiro)
이것은 누구를 위한 로맨스인가. <Marry Me(메리 미)>(2022)를 보고 난 나의 소감이다. 이 영화는 무려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하지 않다. 생각해 보니 이 언니는 연기를 잘하는 것에 비해 (제니퍼 로페즈는 <Hustlers(허슬러)>(2019)에서위 라모나 역으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를 보는 눈은 없는 편이었다…. 내가 엄청난 대작, 수작, 명작을 기대하고 영화를 본 것도 아닌데, 그냥 무난한 로맨틱 코미디겠거니 했는데 딱히 그것도 만족하지 못했다는 게 너무 아쉽다.
어쨌거나 이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캣 발데즈(제니퍼 로페즈 분)는 최고 슈퍼스타, 단연코 ‘원탑’인 팝 가수다. 그녀는 역시나 잘나가는 팝 가수 바스티안(말루마 분)와 결혼할 예정이다. 그것도 자신의 콘서트에서! 화려한 조명이 그녀를 비출 때,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그녀는 행복하게 결혼해야 했지만, 결혼식이 치러질 그 콘서트 도중, 웨딩드레스로 갈아입고 무대로 나서기 얼마 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약혼자 바스티안이 자신의 조수와 바람을 피웠다는 것. 둘이 키스하는 장면이 사진으로 찍혀 (콘서트가 진행되는 바로 그때에) 온라인에 뜬 것이다.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낀 캣은 결국 일단 무대로 나간다. 바스티안이 바람을 피웠으며 그와 결혼할 수 없다고 밝힌 캣은 정말 충동적으로, 관객석에서 “나랑 결혼해요(Marry Me; 캣이 바스티안과 듀엣으로 부른 히트곡 제목)”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남자를 무대로 불러내서 결혼식을 올린다. 이 행운의 남자는 찰리(오웬 윌슨)인데, 루(클로이 콜맨 분)라는 딸이 있는 이혼남이고 수학 교사이다. 물론 목사가 그 둘을 결혼시킬 때 목사조차 그의 이름을 몰랐지만. 어쨌거나 둘은 콘서트장에서 결혼을 하게 되고, 캣은 적어도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이 충동적인 결혼을 몇 달간만이라도 유지해 나가기를 원한다. 찰리는 안 그래도 자기 딸 루가 자기를 시시한 남자로 볼까 걱정하는 와중이었는데 적어도 팝스타랑 ‘계약 결혼’ 같은 거라도 하면 자기를 좀 멋진 아빠로 보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에 응한다. 팝스타 여자와 별 볼 일 없는 수학 교사 남자. 둘은 과연 이 결혼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후기를 쓰려고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영화는 만화가 원작이다. 바비 크로스비(Bobby Crosby)가 쓰고 그린 <Marry Me>라는 만화다. 국내에 아직 번역 정발은 되지 않은 듯. 팝스타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식을 올린다는 큰 뼈대만 비슷하고, 나머지 세부 설정은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탈을 쓰고 있지만, 딱히 여성들이 흔히 바라는 ‘로맨틱 코미디’ 스타일은 아니다.
일단 첫 번째 이유는 이것이다. 여성들은 화려한 팝스타의 삶을 꿈꿀지언정, 평범한 남성과 사랑에 빠지길 기대하진 않는다. 평범한 여성들이 ‘로맨틱 코미디’에서 바라는 건 멋진(외모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다른 조건적으로나) 남자이지, 평범한 남자가 아니니까. 확실히 해 두자면, 외모는 보통이라 하더라도 성격이 끝장나게 좋다면 이미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집안일도 척척 잘하고 가정적이며 다정한 남자를 여자들이 ‘유니콘’이라 부르지 않는가. 사실 여자 쪽이 더 성공한 지위에 있다고 해서 로맨틱 코미디가 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노팅 힐(Notting Hill)>(1999)은 잘나가는 여배우와 평범한 서점 주인의 로맨스인데 이건 누가 봐도 인기 많고 성공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아닌가(제일 성공적이었던 건 아마 두 주연의 얼굴인 거 같지만). 따라서 누가 더 물질적으로 성공한 설정인지 하는 것은 영화의 성공이나 관객의 취향을 결정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두 번째, 남자 주인공이 정말로 멋진 남자인가? 나는 이게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볼 때 <메리 미>가 여성들에게 어필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거다. 개인적으로 오웬 윌슨에 대한 그 어떤 악감정도 없지만, 내가 그를 보고 뛰어난 미남은 아니라고 할 때 많은 이들이 동의할 거라 생각한다. 그는 보통 할리우드에서 ‘평범한 (미국) 남자’를 묘사할 때 캐스팅할 만한 그런 외모의 배우다. 그의 외모를 비하하려는 게 아니고, 이미지가 그렇다는 거다. 여기에서 이미 ‘보통 남자’들이 이입할 만한 요소를 제공해 준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별로인 게 배우의 얼굴 때문이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찰리라는 캐릭터가 캣에게 바라는 것에 있다. 그는 캣과 ‘부부’로서 서로를 알아가는 중에 캣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데, (자신의) 할머니는 그런 점을 못마땅해하셨을 거라고.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을 거라고, 그러면서 내기를 하나 하자고 한다. 비서, 헤어/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청소부, 요리사 등등 없이 하루 동안 살아 보자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이 정말 기가 막혔다.
우선, 찰리의 할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자신을 좋아했을 것 같냐는 질문을 캣이 먼저 하긴 했다. 공정하기 위해 그건 밝혀 두겠다. 하지만 팝스타가 여러 스태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도움을 받는 게 뭐가 어떻단 말인가. 팝스타라는 건 여러 모로 완벽해 보여야 하는 직업인데 어떻게 혼자 힘으로 그 모든 걸 다 한단 말인가? 팝스타가 아니라도 돈이 있는 사람이 요리사나 청소부, 일정을 관리해 주는 비서 등을 고용해서 일을 맡기는 게 그렇게 흠이 될 만한 일인가? 고용 창출을 통해 자신이 가진 부를 나눠주는데? 그 사람들을 착취하는 게 아니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도대체 이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캣이 자기 ‘아내’니까 그냥 평범한 여자들처럼 요리도 직접 했으면 좋겠고 뭐 그런 건가 싶어서 얼탱이가 없었다. 게다가 캣은 극 중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곡도 쓰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 등 자기 재능을 가지고 성공해서 이제 그 결과를 누리는 건데 그게 그렇게 아니꼽냐 이 자식아. 이 지위가 바뀌었다면 (평범한) 여자가 백만장자 남자에게 ‘넌 왜 네가 스스로 할 수도 있는 일을 남 시켜서 해? 네가 직접 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되었을 텐데, 그런 장면은 로맨틱 코미디뿐 아니라 웬만한 영화, TV에도 잘 나오지 않는다.
여튼 이런 대화를 나눈 후 캣과 찰리는 캣의 집에 가는데, 캣이 자기 집 열쇠를 못 찾는다. 캣은 쿨하게 돌을 던져 창문을 깨고 들어간다. 그리고 PPL로 계속 꾸준히 언급되는 비타맥스(믹서 브랜드)로 주스를 만들려다가 뚜껑을 안 덮고 작동시켜 온 사방에 튀게 만든다. 그러면서 깔깔 웃는 것으로 둘이 어쨌든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걸 나타내는데, 내 생각에 캣이 이 정도로 정신이 없고 요리를 못한다면 요리사를 고용하는 게 오히려 그녀 자신과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이라고 본다. 그런 식으로 치면 찰리 본인도 친구이자 같은 학교의 상담 교사인 파커(사라 실버맨 분)에게 도움도 많이 받는데 본인도 자립을 해 보는 게 어떨지. 찰리가 파커에게 이리저리 떠밀리는 건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니까(애초에 찰리가 캣의 콘서트에 간 것도 파커가 설득해서였고) 괜찮고(=성격적 결함이 아니고), 캣이 자기 가진 돈으로 사람들을 고용해서 도움받는 건 안 된다? 하나만 하세요 정말…
이러한 점들 때문에 나는 이게 ‘남자를 위한’ 로맨스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네이버 영화에서 제공하는 관객 분석(성별 및 나이별)을 찾아봤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성비가 반반이었다(내가 이 글을 쓰는 3월 말 기준). 대조를 위해 몇몇 유명한 로맨스(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검색해 보았는데, 이렇게까지 남녀가 비슷한 정도로 본 영화는 없었다(<메리 미>를 제외하고는 <어바웃 타임>이 그나마 남녀 성별이 반반에 가깝다). 참고용으로 소위 ‘남자’ 영화도 두 편 골라 캡처했다.
극중에서 캣이 부르는 노래는 제니퍼 로페즈가 직접 불렀는데, 노래가 꽤 좋다. 특히 ‘Church’랑 ‘Marry Me’란 두 곡은 퍼포먼스도 멋지다. 그래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적어도 노래 몇 곡이라도 남는 게 있으니 다행이다. 이 영화를 볼까 생각 중이신 여성 관객분은 이게 보통 ‘여성을 타깃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는 점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딱히 추천하지 않는 영화다. 완전 쓰레기는 아니지만 굳이 봐야 할 영화도 아니라는 느낌. 이거 말고 그냥 다른 거 보세요, 제발…
제니퍼 로페즈가 이 영화에서 부른 노래들은 뮤직 비디오로 감상하시고 이 영화는 스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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